이명박 석방
이명박이 석방되었다. 구금 349일만이라고 한다. 하루 더 채워서 깔끔하게 350일 만들지... 법원이 보석금으로 10억을 때렸다는데 낸 돈은 보증보험료 1천만원이란다. 역시 돈 문제는 이명박을 따를 자 없다. 10억을 왜 내겠나, 이명박인데.
구치소를 나오는데, 아유, 기냥 뭐 언제 돌연사 할지 모른다던 사람은 어디가고 정력이 철철 넘친다. 만면에 띤 웃음은 반짝이는 개기름으로 덮힌 얼굴에 화사하다. 들어갈 때는 못 봤는데, 나올 때는 뭔 지지잔지 뭔지들이 나와서 손을 흔들고 반색을 한다.
보통 권력이 날아가면 그 일대에 풀 한 포기 나지 않을 정도로 찬바람이 부는 법. 빵살이 첫 걸음 뗄 때는 아마도 이명박이 이젠 살아서 철창 밖으로 나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개나소나 다 등을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난데없이 지지자들께서 출몰한 건 뭔가 떡고물 바를 계산이라도 선 게지.
그나저나 이재오는 감격해서 소주 한 잔 빨고 잤을까나. 나경원은 석방되었다는 소식에 뭔가 떨떠름한 표정이던데. 뭐 그건 그렇다치고,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겠다던 자의 용태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이명박의 모습을 보니 구치소에서도 빼먹지 않고 테니스 쳤다는 이야기가 진짠지도 모르겠다.
법원은 구속만료가 한달여 남은 상황인데, 그 안에 선고가 나지 않을 수 있어 만료 후 석방보다는 가택연금에 준하는 보석을 허가했다고 설명한다. 얼핏 보면 그럴싸 한데, 우리가 어렸을 때 훈련받은 '행간을 읽는' 방법을 사용해보면, 이건 법원이 빨리 판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남은 기간은 얼마 없는데, 인사철을 맞아 법원의 구성이 변화하여 사건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하고, 증거가 산더미니 이걸 다 볼 시간도 부족하며, 불러야 할 증인의 수는 많아 이거 교통정리하기가 난망하다는 법원의 입장은 참으로 그럴싸 하지만, 대충 견적 뽑아봐도 이건 법원이 그닥 의지가 없다는 걸 감추는 변명일 뿐이다. 사건이 어떤 사건인데 이제부터 맨 땅에 박치기를 해야 한다고 구라를 치는가. 이미 각 다 나온 건인데, 까이꺼 구속만료되면 그 때 풀어놓고 할 각오를 해야지.
암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건, 기왕에 사고를 치려면 아주 기냥 사람들의 상식수준을 초월하는 정도로 쳐야 오히려 뒤탈이 없다는 거다. 사람 죽일려면 한 두명 죽이는 걸로 모자라고, 최소한 광주 정도 되는 규모의 지역에서 무차별로 학살쯤 해줘야 만년이 편안하다는 걸 전두환이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사기를 치려면 몇 명 대상으로 푼돈 울궈먹는 수준이 아니라, 5천만명쯤 되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몇 백조 단위는 쳐야 돈 천만원 내고 깔끔하게 빵살이 마감할 수 있다는 걸 이명박이 보여준다.
그러므로, 한자리 하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열심히 살아라", "부지런히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라고 하는 말은 인민으로 하여금 다 이 땅의 개돼지들이 되어라는 말과 같은 말임이 드러난다. 어려서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배를 불리고, 커가면서는 사학재벌들의 배를 불려주고, 다 커서는 재벌들의 배를 불리되, 개기지 말고 기어 오르지 말고 열심히, 부지런히, 착하게만 살아야 하는 게 이 개돼지들의 운명이다.
개돼지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출산율이 그렇게 떨어진다면서. 하긴 나라고 해서 기껏 쎄가 빠지게 번 돈으로 애들 키우면서, 결국은 어렸을 때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갖다 바치고, 커가면서 사학 배불려주고, 나주엔 이재용 까라들 노예로 만들고서는 그것도 좋다고 할 바에야 그냥 애 안 낳고 말겠다. 죽자고 일해줬더니 전두환이 먹여살려 이명박이 먹여살려, 그런데 나는 굶어 죽어... 이런 꼬라지를 쥬니어들에게 넘겨주고픈 마음이 꿈엔들 들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