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은 '쿨'한 게 아니라...
나도 제법 입이 건 편이었다. '욕쟁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대방을 도발할 정도로 찰지고 야물딱지게 지저분한 말을 할 수는 있다. 게다가 뭐 전혀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가끔 성질이 폭발할 즈음에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을 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쓸데 없이 입에 걸레를 물고 사는 사람은 주의하는 편이다. 그의 인성이 원래 뭣같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들여다보면 인성이 아주 개차반인 경우는 오히려 적다. 그럼에도 주의하는 이유는 그의 입은 내 앞에서만 침을 튀기는 게 아니라 남 앞에서도 똑같이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악질적인 경우는 사람 가려가면서 욕지거리 하는 사람이다. 저보다 한 끝발이라도 윗길에 있는 사람에겐 고분거리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하는 거. 소위 '갑질'이 발현하는 한 유형이기도 하다.
아무튼 간에, 난 그동안의 경험칙에 근거하여 함부로 욕질하는 자는 웬만하면 거르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을 주지 않는 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면서 쓸 데 없이 거친 말로 표현하는 자들이다. 그런데 간혹 보면 자기 가족에게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대부분이 아주 젊은 층이다.
이들은 예를 들면, 자신의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중에도 쌍시옷 들어간 욕을 쓴다거나 '지랄한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언뜻 보면 패륜아인 듯 하지만 맥락을 보면 이게 또 나름 그 관계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이기에 패륜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가족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가족들에 대해 비하적 표현을 하거나 아예 욕을 섞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공개된 장소에 올린다. 페이스북이나 뭐 그런 거에 말이다. 그런데 더 의아스러운 건 이런 류의 글들을 올리면 좋아요가 따라붙고 재미있어 한다는 거. 페이스북의 경우 그 특성상 아무래도 끼리끼리 모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서로 민망한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므로 그저 웃고 좋아요 해주고 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이런 글을 버젓이 올리는 의도가 뭔지를 모르겠다. 그냥 생각이 없어서?
경망스럽기도 하거니와, 그런 모습을 여럿이 보는 데 올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에 항상 놀란다. 이제는 적응이 될 때도 됐는데, 여전히 이런 모습은 낯설다. 그건 그냥 막말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나마 한국사회에서 그 가족 덕분에 지금 뭔가를 할 수 있는 처지들이고. 그리고 더 마음이 싱숭생숭 한 것은 이들이 죄다 아주 젊은 사람들이라는 거.
말이 너무 상스러운 사람에겐 신뢰를 주지 않는다. 특히나 자신과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을 가벼이 묘사하거나 비하하는 사람은 멀리 하게 된다. 그들의 행위는 '쿨'한 것이 아니라 그저 경박한 것일 뿐이다. 경박한 사람 옆에 있다가는 한꺼번에 같이 훅 날라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