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인사의 난감한 뇌피셜...
며칠 전에 김규항이 '자유로운 개인'과 '자유주의적 개인'을 구별하면서, '자유로운 개인'이 탄생하지 못한 한국은 그래서 아직 근대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던데, 김규항이 상정하는 '자유로운 개인'이 역사상 등장했던 적이 있었는지 심히 궁금했더랬다.
물론 천재적 재능을 갖춘 독특한 개별적 개인이 '자유로운 개인'의 모델로서 등장한 바는 있었겠으나, 집단적 차원에서 역사적 근대를 열어젖히는 힘을 가진 총체로서의 '자유로운 개인'이 어떤 양상으로 등장했었고, 그러한 등장을 통해 김규항이 이야기하는 '근대'가 열린 사례가 어느 나라였는지 좀 알고 싶다. '자본주의적 개인' 또는 '자유주의적 개인'과 구별되는 '자유로운 개인'... 글쎄다.
이런 망상계와 비슷한 판단을 실질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현상을 흔히 요새말로 '뇌피셜'이라고 하는데, 위험한 건 일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중적인 신뢰를 상당한 수준에서 받고 있는 사람들이 뇌피셜을 가동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 인터뷰에서 박노자가 보여주는 뇌피셜.
노컷뉴스: [인터뷰] 박노자 "일본, 열강을 꿈꾸지만 결국은 2류 밖에..."
일본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아베의 현 행동을 "정치가 경제를 압도"했던 "30년대와 같은 시대로 돌아온 거"라고 판단하는 걸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박노자는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대동아전쟁을 벌리고 진주만을 들이 친 게 "정치가 경제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박노자는 일제가 경제적 식민지의 일보로서 만주를 노렸던 점이나, 목재, 석유 등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남아시아를 주목했던 점 등을 진짜 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러니 현재 상황을 일본의 '모의전쟁'이라고 평가하는데, 일본이, 아니 아베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이를 전시상황으로 가지고 갈 이유가 뭘까? 평화헌법 깰려고? 단순히 그것 때문에? 평화헌법은 그럼 왜 깰려고 그러는 걸까? 정치가 경제를 압도해서?
난 이런 뇌피셜이 어디까지 갈지 별로 궁금하진 않다만, 주요 언론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이렇게 횡설수설을 해도 아이구, 교수님, 아주 기냥 넘 훌륭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이렇게 앞뒤 꽉막힌 2류국가 일본과 3류국가 한국의 뚝배기들을 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고 앉았는데 전파를 낭비한다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기가 막혀서...
덧> 그나저나, 인터뷰와는 관계 없이, 홍세화나 박노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동당의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감을 좀 느껴야 하는 거 아녀?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청년들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라던 홍세화는 그런 식의 방치로 인해 그 '청년'들이 저렇게 망가졌다는 것을 좀 인시해야 하지 않나? 맨날 386들 공부 안 한다고 까지만 말고. 박노자도 그렇고. 무슨 사회주의 정당 하나 있어야 한다는 구라만 치면서 지가 지지한 당이 사회주의는 개밥그릇에 진작에 말아버린 것에 대해선 전혀 인식도 못하지.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