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한남의 고전적 레퍼토리
며칠 전 페북에 이런 글을 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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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낙마는 없는 인사를 진행하는 과정인데다가, '전혀 다른 삶'들 간의 비교가 아니라 차선과 차악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고루한 선택지만을 두고 벌어지는 쌈박질에 끼어들 생각이 손톱만큼도 들지 않는 상황이다만, 이거 하나는 좀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해서.
조국 자녀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이 상황도 결국 '조국의 안위가 달린 위중한 정세'에 책임을 지느라 집안 일은 잘 모르게 된 한남의 비애와 함께, 그 한남의 무지 속에서 결국 내조와 자녀교육의 책무를 진 아내가 모든 일의 진원이 되어버리는 전형적 성역할 분배의 문제로 귀결될 것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간혹 "도대체 남한은 북한이 없었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뭔 사달만 나면 이게 다 북한 탓으로 돌려버리는 한국정치의 경향과 거의 싱크로율 100%에 가깝게, "도대체 정치판 기웃거리는 한남들은 아내가 없었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뭔 사달만 나면 그자들에게는 이게 다 아내 탓으로 돌려버릴 여지가 생기는지 희안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이게 수구반동들만 그런 게 아니라 진보리버럴도 잊을만 하면 이런 양태가 보이고 이제 강남좌파도 매한가지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젠더에 있어서만큼은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 보편적 후진성이 정치판에 여전히 강고하게 뿌리박고 있는 이유는 B급 누구 말마따나 남한이 아직 근대화를 겪지 못해서인가?
물론 이런 류의 근대화 미형성론 내지 근대인 부재론은 내가 볼 때는 그냥 좀 있어보이려 하는 한남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난 여성 오피니언 중에 이따위 근대화의 부재를 이야기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암튼 이건 논외로 하고...
남자는 밖에서 큰 일 하시고, 여자는 안에서 현모양처로서 집안을 책임지는 전형적인 성역할 구분구도에서 오늘날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남성들은 "아니 여편네가 집구석에서 뭘 했길래 애가 이모양이야!" 하는 그림이 나올 판인데, 이런 그림이 21세기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건 그냥 우리 사회에 돈은 많아졌지만 뚝배기 안쪽은 순두부로 채워지고 있다는 걸 드러내줄 뿐인 거다.
물론 조국의 해명은 기존 정치판 한남들의 해명과 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달라봤자 뭐 얼마나 다를 것인가? 어차피 조국 쉴드 치는 자들은 거봐라, 조국은 관계 없다잖냐, 이렇게 나올 거고.
그렇다면 결국, 고위공직을 맡길 만한 사람의 후보 대열을 여성으로 채우던지, 아니면 여기에 모태솔로 남성까지 포함하는 정도로 제한을 둘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런 회의가 드는 판이다보니,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검찰조직에 약간 손을 볼 여지는 생길지 몰라도, 결국 뭔 문제가 생기면 "이게 다 마누라 탓"으로 돌리는 고루한 변명거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효할 것이라는 좋지 않은 사인을 정치판 기웃거리는 한남들에게 남기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나건 뭐건 간에 촛불 덕에 판에 껴든 자들의 생리는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아 씁쓸하다. 촛불에는 성별 구분이 없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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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사들처럼 대놓고 마누라 탓을 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내놓는 입장문들을 보면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나질 않는다. 결국 자신의 안이함을 인정은 하겠으나, 안이함으로 인해 직접 문제에 개입할 정도의 깜냥을 발휘하지 못하였으니 자신은 위법하거나 문제될 일을 한 바는 없고, 결국 이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직접적 문제는 다른이-부인-에게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다.
조국의 집안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의 전언과는 완전히 다른 사실관계다. 내가 굳이 팩트체크를 할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고 결정적으로 난 남의 가족사를 파고들고픈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만, 사실관계의 정/부는 차치하고라도, 국가대사를 고민하는 큰 일 하시는 남성들의 사고관이 좌나 우나 리버럴이나 다를 바가 없이 후진적이라는 건 祖國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