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문회? 뭘 하자는 건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문제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며칠 전부터 말이 슬슬 돌더니 급기야 본격 진행될 태세다. 여당이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에 국민 청문회 주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단다.
미디어오늘: 조국 '국민청문회' 요청에 언론단체 "의견수렴중"
올 여름은 그래도 작년보다 덜 더웠는데 어쩌다 다들 이렇게 더위를 처잡수셨는지들...
단순히 정치적 수사라면 모를까, 이건 법적 강행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절차를 국민여론수렴의 형태로 우회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은 어느 규정에도 방송사나 언론단체가 주관하는 '국민청문회'로 국회청문회를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여당이 이런 법규를 몰라서 국민청문회를 운운하는 건 아닐테고, 그렇다면 이건 말 그대로 '국민정서법'을 동원해 국회가 정한 법적 절차를 무산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웃기는 건, 그동안 "조국이 법을 어긴 게 있나?"라던가, "조국이 저지른 위법이 있으면 이야기해봐라"라면서 조국의 행위가 합법적이었음을 근거로 조국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조국 수호의 화신들이 국민청문회라는 위법적 내지 위헌적 행위에 대해 찬동하고 나선다는 거. 이건 아무리봐도 다중이들이 아닌가 싶은데. 쉴드를 치려면 그래도 일관성 있는 입장을 견지해야지 아니 그래 당장 며칠만에 입장이 이렇게 바뀌면 쉴드가 되겠냐고...
통상 '대중추수주의' 정도로 이해되는 포퓰리즘에 대해선 그동안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워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경계를 어디에 둬야할지에 대해서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번역된 무페의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동안 이해되어왔던 포퓰리즘의 의미와는 현저하게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무페의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는, 과거 힐러리 웨인라이트가 이야기한 사회운동정당이라는 어떤 개념이 그냥 원래 급진적이었던 정당운동가들이 원래 하려고 했던 정당의 형태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처럼, 그저 급진적인 민주주의자들이 이야기했던 민주주의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개념이었다고 보기에, 구태여 '좌파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는 건, 무페가 이야기하는 바, 포퓰리즘적 계기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이해할려고 하더라도 그다지 효용성 있는 개념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사회운동정당이든 좌파포퓰리즘이든 결국 오래된 운동가들이 말년에 느끼는 조급함, 즉 그 오랜 시간 동안 뭔가 하려고 했는데 쥐뿔 암것도 된 게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최대한 조금이라도 뭔가 만들어야 한다는 갈증이 중첩되면서 발생하는 짜증 정도로 이해된다는 거다.
암튼 그런데, 지금 현 상황에서 조국 쉴드 치려 했던 그동안의 자칭 진보주의자 혹은 좌파들이 며칠만에 주워담지도 못할 합법/위법의 프레임에서 급작스레 에스컬레이트 하여 '국민청문회'를 지지하고 나서는 건 그냥 포퓰리즘일 뿐이고, 이걸 무슨 '좌파포퓰리즘'적 계기씩이나 된 냥 의미를 부여하는 일부 식자들의 뚝배기엔 도대체 뇌 말고 먹물만 가득찬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법을 지켰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려면 앞으로도 꾸준히 법을 지키라고 해야 하는 거지, 이제와서 법적 근거도 없는 '국민청문회' 운운하는 건 착란증세에 불과하다. 아니면 애초에 법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를 거론하던지. 물론 그렇게 한다면 빠져나갈 길이 더 없었을 터이니 그랬겠지만 이건 뭐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른 놈에게 우째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냔 말이다. 제정신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