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것도 아니고...
속해 있는 어떤 학회의 내부 통신망이 법무부장관 후보자 문제로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은근히 조국을 감싸려 하고, 한쪽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건 좀 비하인드가 있는데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이 학회 초창기에 깊이 관여했고, 그 흔적이 아주 걍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거. 어, 이거 이러다가 조중동에서 또 냄새맡는 거 아닌지 몰겄네...
암튼 그런데, 싸고 도는 쪽이나 까는 쪽이나 양쪽 다 양상이 좀 거시기해서 어느 쪽에 마음이 더 가지도 않고, 굳이 양비론 시전하면서 시니컬한 모습 보여주는 것도 별로라 껴들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결국 사달이 터졌다.
후보자 검증이 지나치다고 하는 측의 인사 한 분이 "현재 한국의 정세는 친일정신으로 무장한 자한당의 분열책으로... 망국의 조짐마저..."라고 하더니, "한국의 민주세력은 친일매국세력의 책동에 분열하면서 조국 임명이 옳네 그르네 하고 있다. 이 어찌 한심하지 않으리오..."라고 터뜨리는 통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졸지에 친일매국세력이 되어버린 비판론자들은 뿔이 났고, 에라이 씨앙 다 때려치!라는 심정으로 방을 나가고, 중간에 껴 있던 자들은 난감해져서 중재를 어찌 서나 안절부절하고...
솔까 웃긴다. 좀 더 부연하면, 후보자 임명쪽에 선 사람들도 두 부류가 있는데, 한 부류는 위의 예처럼 조국과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가물거리는 비상한 시국에 조국을 건드리는 건 친일친미매국매판세력들의 분열책동에 휘말리는 거라는 입장-주로 비서울대 출신 전 NL 운동권 출신들. 다른 한 부류는 이렇게 저렇게 말을 빙빙 돌려가며 은근히 후보자를 쉴드치지만, 까놓고 보자면 아니 그 때는 다 그랬고 법을 어긴 것도 없는데 자꾸 문제 있다고 그러는 건 문제 아니냐는 입장-주로 서울대 동문들.
후보자를 비판하는 쪽도 난 좀 동의하기가 곤란한데, 어찌 보면 과거의 조국이 내비쳤던 어떤 태도에 대한 기대가 아직까지도 실낱처럼 남아 있는 상태에서, 후보추천되고 청문요청이 시작되면서 밑장을 까고 보니 기대와는 영 딴 판인 내면이 드러남에 따라 아주 크게 실망을 하게 된 사람들이 주로 이쪽이다.
난 두 측에 다 궁금한데, 도대체 조국에게 뭘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반응들을 하는 걸까? 아니 뭐 이 학회가 그냥 저냥 깔끔떨기 좋아하는 리버럴들이 모여 있었다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함 뒤집어야 하지 않겄어? 이런 맘으로 모인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조직인데, 적어도 지난 20년 간 조국이 보여줬던 태도는 이 조직의 집단적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거늘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가 아니라 이 판국에 뭘 그리 기대들이 남아서 찢겨진 걸레조각처럼 흩날리시는지들.
다 제쳐놓고, 사모펀드 건만 봐도 그렇다. 난 현재 수준에서 이 문제는 과연 조국이 공직 관련 제한 법률에 어긋남이 없이 사모펀드에 돈 집어 넣었는가 정도 외에, 여기다가 무슨 도덕이니 윤리니 원칙이니 하는 거 갖다 붙이는 게 과연 적절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만일 조국이 노동운동 활동가로 살면서 사모펀드에 돈 꽂아 넣은 거라면 그건 진짜 노동자의 적을 넘어 웬수 취급을 할 판이지만, 자본가가 그렇게 하는 걸 윤리적으로 따져 묻게 되면 그거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 윤리적으로 잘 했니 못 했니 하고 따지는 건 같은 편일 때 이야기지 적에게 뭘 바라나?
암튼 헤프닝을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한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닌게, 이 난장판의 당사자들 역시 이 사회에서 교수네 뭐네 하면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온갖 좋은 이야기들은 다 하고 다니고, 특히 진보로 자칭타칭 분류되면서 과거 조국과 이런 저런 자리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거. 아... 이거 내가 오히려 앉을 자리 제대로 못 보고, 있으면 안 되는 자리에 들어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마구 솟구치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구심은 좀 과한 듯하고, 그나저나 이거 삐진 인간들 어떻게 또 얼굴 안 붉히고 마주하게 만들지 고민이네... 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