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예의 주시하면
문통이 조 후보자를 어차피 임명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애초에 좀 김이 빠진 채였는데, 이게 후반부로 갈 수록 아주 많은 숙제를 남기는 사건이 되고 있다.
우선, 좌파고 우파고 강남이고 강북이고 간에 한국 땅에서 한 자리 하려는 남성 정치인/정치지망생들은 하나같이 가정일이나 가족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핑계거리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덧붙여서 자식교육 문제라든가 집안의 돈 문제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아내에게 책임을 돌린다. 이럴 바에야 앞으로는 고위 공직자들은 죄다 여성으로 채우든가, 아님 자식 없는 자들로 하든가. 어찌나 치사한지 아유 걍 내가 다 쪽팔린다...
다음으로, 누차 이야기한 바이지만, 이 땅의 어떤 모순을 세대론으로 풀려고 하는 건 죄다 개 구라고, 이처럼 세대간 갈등구조를 조장하는 프레임을 짜 맞추는 건 결국 계급적 대립구도를 희석시키기 위함이라는 게 드러난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고, 법에 따라 만사를 재단해도 되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직접적으로 뭘 요구하거나 운을 띄우지 않아도 지들끼리 알아서 논문 두레도 해주고 인턴쉽 데려가 주기도 하고 상도 주고 장학금도 주고 다 한다.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내린 결론은, 돈 있고 빽 있는 자들은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 없고 빽 없는 것들은 그런 능력을 가질 수가 없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는 적어도 현재의 검찰구조를 아예 공중분해시키는 수준으로 가지 않는 한 검찰개혁따위는 염라대왕이 와도 할 수 어렵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건 뭐 이제 기껏 임기 반 바퀴 돌아 온 대통령이 눈을 부라리며 앉았는데도 칼부림을 예사롭지 않게 하는 건 검찰이 뭔가 수를 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대통령의 거시기가 되었든 조국의 머시기가 되었든 간에 아무튼 검찰은 조국의 사돈에 팔촌까지 털어댐으로써 칼자루 쥔 놈이 지들이라는 걸 만방에 과시했다.
그러길래 애초에 대통령 당선 되었을 때 도끼질을 하든 재떨이질을 하든 했어야지, 이젠 몇 박자 타이밍을 놓쳤다. 검찰은 법무부장관 후보의 멱살까지 잡았는데, 행정부만이 아니라 의회조차도 검찰은 앞으로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칼춤을 추어 제낄 수 있다. 그렇잖아도 고소고발이 난무하여 굵직한 현직 국회의원들이 상당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데 마침 몇 달 있으면 총선이다. 총선이 왜 튀어나오냐고? 총선 끝나고 나면 당선자 낙선자들 서로 공직선거법 위반했니 어쩌니 하면서 고소고발 튀어나오는데 그게 결국 다 검찰이 손으로 쥐고 흔들게 될 일들이다.
고로 지금 검찰을 예의주시해야 하는데, 이게 자한당류에게도 썩 좋은 판이 아닌 것이, 지금 검찰이 손에 쥐고 있는 밑천으로 따지자면 예전에 통진당이니 뭐니 하던 운동권들 정보 다음으로 정치판에서는 자한당 것이 더 많을 거다. 물론 닳고 닳은 자한당은 검찰을 건드리지 않는다. 왜 건드리겠나? 서로 콩 한 쪽도 나눠먹는 사이들인데.
아무튼 내일 청문회 끝나면 난장판도 어느 정도 수습이 될 것이고, 조국의 이름도 이제 다른 뉴스에 밀리겠지. 군가 중에 진군가라고 있는데, 그 노래 끝의 노랫말이 이렇다. "우리의 등 뒤에 조국이 있다." 진짜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다. 등 뒤에서 조국이 노려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아유 걍 등덜미가 뻗뻗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