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성명서

오... 민주노총 이름으로 나온 성명서 중 최근 들어 아주 적실한 성명서다. 글도 매우 훌륭하다. 누가 썼는지 좀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그대로 복붙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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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대응 긴급 성명서

코로나19 재난에 올바로 정치하라!

인간은 늘 재난과 싸워왔다. 자연재해든 전쟁이든 테러든 그 무엇이건에 말이다. 국가의 존재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고 재난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는 왕은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법(法)과 정치(政治)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홍수와 가뭄 등 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시간과 공간이 압축되어 사람과 물건의 이동까지 지구화된 작금, 전염병은 한 지역이나 한 나라에서만 다스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인간이 누리는 만큼 위험부담도 함께 커져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국제적 전염병이다. 어디서 발병되었건 아직 안성맞춤형 치료제는 없다. 병에 걸리면 격리하고 집중 치료해야 한다. 그 전에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 씻기와 위생관리 등 개인들이 할 일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제 국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할 때이다.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난 시기에 정의의 기준은 부의 크기가 아니라 상처의 크기이다. 돈 내는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둘째, 재난 취약층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언어나 문화적 관습에 익숙하지 않거나 이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주민이나 장애인 그리고 노약자와 임산부에 대한 집중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되 테러와 혐오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에서 돈 벌 권리와 몰려다닐 권리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있다. 하지만 비상한 재난 시기에 폭리를 취하거나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대규모 집단 활동을 하거나 대구와 경북 등 특정 지역과 집단을 근거 없이 혐오하는 작태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정부와 언론도 이런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넷째, 정부와 자본은 코로나19 핑계 대며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해야지 코로나19와 관련도 없는 문중원 열사 분향소 강제철거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재난의 시기에도 상처받고 고통 받는 수많은 이들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노동자 건강권과 안전권 확보를 위해 출근과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 이 때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동환경 개선과 특별휴가 부여 및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재난 시기의 빈틈을 노려 특별연장근로나 탄력근로제 확대를 획책하는 자본의 탐욕을 제어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노동시간 단축의 적기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2차 세계 대전의 참화를 딛고 함께 살기 위해 전쟁 직후 국민건강서비스를 실시하여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라는 신화를 만든 영국 모델로 갈 것인가 아니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지방 홍수 사태에 시체가 떠다닐 때 즉시 공교육을 민영화했던 미국식 모델로 가느냐는 지금 우리가 하는 정치에 달려 있다. 국민을 속이고 사람을 탐욕적 자본의 먹이로 만드는 정치를 한다면 그 말로(末路)는 이명박·박근혜보다 더 비참할 것이다. 국민을 저버린 자들은 반드시 처참하게 징치(懲治)될 것이다. 코로나19 재난 시기에 정치, 똑바로 하라!

2020년 2월 25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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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11:19 2020/02/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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