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독감, 코로나19
궁금하지만 어디 물어보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끄적여놓는 것으로. 스페인 독감이라고 있었다. 위키만 봐도 대충 규모가 나와 있는데, 요즘 흔히 언론에 나오는 '펜더믹' 쯤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었으니. 한국에서만 무오년독감이라고 해서 어림잡아 14만명이 이 독감으로 죽었다고 한다.
대강 훑어보면 스페인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듯하다. 애초 미국에서 발병했고, 이게 세계로 퍼진 건데, 하필 그 당시가 1차 대전 중이어서 각국이 보도통제를 하는 와중에 중립국이었던 스페인만 이 독감에 대해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현황과 통계가 밝혀짐에 따라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당시 지구 인류가 16억명 정도 추산되고, 이 가운데 약 6억 명이 감염되어 최소 2천5백만명에서 많게는 1억명 정도가 이 독감으로 죽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숫자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사자가 대충 1천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맥시멈으로 따지면 그 10배의 숫자가 감기로 죽은 거다.
스페인 독감을 보면 이미 100년 전에도 전 세계는 질병의 확산이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을 정도로 사통팔달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번 병이 창궐하면 이젠 그 확산을 막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하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스페인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정작 스페인에서는 약 26만명이 사망했던데 비해 인도는 무려 1천7백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게 어느 정도 역학적 추적과 피해규모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 스페인과는 달리 인도는 제대로 된 확인이 부족했는데도 이정도라고 하니 그 차이는 더 클 수도 있겠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보더라도 상황의 파악과 추적, 조사와 통계가 매우 중요한 일일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현재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분석과 평가도 있어야 하겠고.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려를 심화시켰던 중요한 원인은 중국이 통계를 엉망으로 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되려 한국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배짱을 튕기지만.
모든 상황을 일일이 추적하고 공표하고 있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한국상황이 심각해지는 덕분에 눈길이 죄다 국내로 쏠리다보니 이제 중국 상황이 잘 띄지 않는데, 여전히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코로나19가 한국에서 확산되는 경향이라든가, 확진자의 상태나 경과 등이 통계적으로 완전하게 정리될 수 있을 듯한데, 이건 향후 질병관리라든가 사회적 위기상황 관리 등에 상당히 유용한 자료일 듯. 스페인독감 사례에서도 그렇고 체르노빌 당시에도 그렇고 현황파악과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의 대응이라든가 관리방안이 제대로 도출되기 어려웠으니.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우선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의 유출과 이로 인핸 프라이버시 침해다. 사람에게 번호를 붙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몇 번 환자라고 지칭되는 것이 영 마뜩치 않은데, 그렇다면 프라이버시도 보호하면서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는지. 게다가 이 정도로 확산되면 번호가 의미 없는 것이고. 하긴 그래서인가 어제 오늘 언론에서는 신규환자들에게 번호를 붙이지 않는 듯하네.
전수조사급으로 통계가 잡힘에 따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건데, 이로 인하여 외부에는 한국의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듯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 후에는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워낙 빡세게 함으로써 기저에서부터 문제를 제거했다고 볼 수 있으니. 그 과정에서 신천지가 털리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것은 또 따로 검토해야겠고.
그러니 지금 각국이 입국금지시킨다고 해서 크게 노여워할 일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중국인 입국 금지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고 횡설수설하는 것들이나 좀 어떻게 했음 싶다. 내가 남을 차별하면 그 차별은 그대로 내게 돌아온다.
백수가 좋은 건 이럴 때 나가 돌아다니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거다. 방구석에서 이렇게 여유 부리면서 되는 소린지 뭔지 분간 없이 뻘소리 포스팅이나 하고 자빠져 있어도 암시롱토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