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런, 하승수가...
와, 이건 진짜 대박인데. 처음엔 가짜뉴슨줄 알았는데, 이게 진짜였어?
녹색당: [당원게시판] 선거연합정당 논의 상황에 대하여 - 하승수
항간에 도는 이야기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확인했더니 녹색당 당게에 아예 글을 올렸네. 페북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글을 올렸고.
야, 이거 뭐 내가 다 정신이 나가버리네. 더민당이 녹색당 등등 거론하면서 위성비례정당 만든다고 주접을 싸길래 더민당 이쉥퀴들아, 하승수가 졸라 만만해 보였냐고 야료를 놨는데 아니, 이런 ㅆㅍ 그게 그냥 빈 말이 아니었던 거여. 와, 진짜 이거 뒤통수가 뻐근해지네. 어, 더민당, 미안~! 물밑에서 이런 작업이 있었는지 몰랐네. 물론 더민당 제안은 생각해본 바 없다는 하승수의 말을 보고 다른 생각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둔했기 때문이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요...
연동형 비례제 도입하는 과정에서 하승수 위원장이 쎄가 빠지게 노력했던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도를 기껏 도입했는데 결과는 미통당 위성정당 미한당 등장하는 개같은 꼬라지로 귀결되었으니 하승수 위원장이 빡돌고 복장 터지게 생겼겠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난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 태우는 거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목매다는 하승수 위원장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승수 위원장이 잘못된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라고 믿었다. 지금도 그렇긴 하다만.
하지만 이건 도대체 납득이 안 된다. 하승수 위원장은 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다. 인권변호사와 시민활동가를 거쳐 생태녹색운동의 한 장을 열었고, 이러한 지향을 정치적으로 승화하기 위해 녹색당을 창당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산술적 손익계산에 목을 매는 기성 보수정치와는 다른 이념적이고 가치에 충실한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여주는 이 행태는 전혀 그런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충격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하승수 위원장은 지난번 곽노현 전 교육감의 글과 마찬가지로 어떤 여론조사를 근거로 예상 의석수를 계산하고는 그에 맞춰 의견을 개진한다. 곽감 글에 대해서도 난 망상에 가까운 상상력이라고 비난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론조사에 근거한 예상의석수였다. 현재 미통당도 그렇지만 더민당이라고 해서 비례용 정당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비례의석을 그쪽에 어떻게 넘길 것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지자들을 어떻게 단도리할 것인지 숙제로 남는다. 이 숙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하는 짓이 이뻐보여야 그 말도 들어주는 거지 하는 짓이 개같은데 그래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를 근거로 만들어낸 예상 의석수는 이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선거연합당의 건설이다. 이건 가능하다. 왜냐하면 현행 선거법 상 선거를 위한 연합정당을 창당하는 건 그 형식을 정당간 연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신당을 창당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이 아닌 정당연합의 형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건 죄다 선거법 위반이지만, 아예 당을 창당해서 하는 선거운동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문제는 선거가 끝난 후인데, 선거 끝난 후 연합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을 어떻게 원래 소속 정당으로 분배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그대로 다음 총선때까지 신설정당을 유지하면서 그 소속으로 활동할 것인가? 다른 정당의 위성정당노릇을 하거나 원래 소속 정당의 의견이 달라지면 현재 소속정당의 당론에 배치되더라도 원래 소속 정당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 어떤 경우든 이건 대국민 사기다. 이런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인권변호사출신의 시민활동가였던 하승수 위원장이 본인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기극의 주연을 하겠다는데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희안한 건 연합정당 창당논의에 하승수 위원장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한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승수는 녹색당 비례후보 경선참여를 진작에 포기했다. 그러면서 선언한 것이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따라서 그가 연합정당논의에 참여하더라도 출마는 하지 않을 거다. 적어도 명분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그라면 다른 정치인들과는 달리 자신의 불출마선언을 뒤집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난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차후 논의에 따라 녹색당을 연합정당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하승수 역시 그걸 인정하고 있다. 선거연합당 논의에 따른 결과에 대해 녹색당의 의견을 물을 수 있다고 하는 거다. "당연히 그런 시점이 온다면, 당내 절차에 따라 당원들의 찬반을 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결정에 따를 것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당의 존속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을 혼자 생각해서 개인자격을 빙자해 추진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물에 대해 당의 의견을 묻겠다고 하는 건 이미 녹색당을 자신의 사당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태도다.
그렇잖아도 녹색당 내부의 어떤 문제들이 심상찮게 불거지는 것을 보면서, 하승수 위원장이 꽤나 속을 앓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그건 다 차치하고 이렇게 비례의석에 대한 집착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니 사람 속이라는 건 정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와, 그나저나 진짜 황당하네. 녹색당이 무슨 동네 조기축구 모임도 아닌데 공당의 대표가 개인자격으로 연합정당 창당논의에 참여하다니. 하긴 동네 조기축구 모임에서도 이랬다간 다구리당하기 십상인데. 정치판에 몇 년 있더니 그냥 기성 정치인들 하는 걸 닮아가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하는 일이 기껏해야 보수 양당체제를 공고히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몰라서 이러는 건지.
아오, 진짜 빡이 치는데, 날도 구리고 그냥 오늘 일 다 작파하고 막걸리나 처 마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