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순환
맑스가 그랬던가? 역사는 돌고 돈다고... 그것도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돌고 돈다고...
2004년 돌이켜보면 한 해 동안 그넘의 역사가 돌고 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기가막힌 일들이 있었다. 저 뚜껑 씌워놓은 변기같이 생긴 국회의사당 안에서 대표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 함 볼까나???
올해 3월 12일의 장면이다. 의장석을 두르고 방호벽을 친 사람들은 열우당 의원들. 사뭇 비장하다. 의장석 앞에서 열우당 의원들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악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 이 장면 직후 우리는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경위들에게 둘러싸여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그 머리 위로 구두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았으며, 그 유명한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합니다"라는 일성을 들었다.
당시 눈물과 콧물을 하염없이 뿌리다가 결국 실신까지 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누구냐, 바로 이사람이다.
이날의 사태 이후 이 유시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전략적 투표까지 요구하면서 열우당 찍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구걸정치, 애걸정치가 일정부분 약발이 먹히면서 열우당은 과반수 의석 이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리고 연말 다 지나가는 오늘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이렇다.
앞쪽 의장석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 뭐 누구겠냐, 당연히 한나라당 의원들이지. 저쪽 입구에서 김원기 의장이 입장 중이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는 열우당 의원들, 그쪽 바라보면서 뭔가 들고 있다. 그 잘난 합의문이다. 저걸 개혁이라고 들고 있다. 그리고 직권 상정해달라고 한다. 2004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열우당의원들의 수준이다.
역사는 역시 돌고 도는 거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 십년이라더니 요샌 권불 일년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로다.... 한번은 비극, 또 한 번은 희극이라고 했는데, 이거 보면 두 번 다 개코메디다. 환장할 노릇이다...
맑스의 명제는 정말이지 너무나 맞는 이야기지만, 도대체 그 뛰어난 명제가 이 놈의 대한민국에서는 항상 코메디인지 의문이네요. 그래도 생각없이 지내야만 했던 군대에서 탄핵과 총선을 바라본 것은 저의 정신건강에 좋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
suksim/ 오... 그 격동의 시기에 군복무중이셨군요... 탄핵사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 군에 비상 걸리고 그럴텐데...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코메디도 즐거운 코메디가 있는가 하면 저런 닭대가리들의 장난질처럼 완전 개코메디도 있죠. 에효... 어쩌겠습니까??? 아무튼지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