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입방정

뭐 주군이 입을 함부로 놀리는데 졸개야 어련하겠는가만은 유시민의 입방정은 좀 과한 면이 있다. 민주노동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비하했는데, 이건 참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건복지위 상임위 회의가 열리기 위한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당연 불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또한 불참하자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그 덕에 법안처리가 불발되자 유시민이 한마디 한 것이었다.

 

유시민, 이거 곤란하다. 해당 상임위에 민주노동당 의원이 들어가서 정족수 채워지고 나면, 열우당 의원들만으로도 그 법안 통과되고 만다. 그럼 결국 민주노동당 의원은 열우당 거수기 노릇 내지는 검표기 노릇 또는 열우당 설겆이 노릇 하는 입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럼 그건 열우당 2중대냐?

 

지금 유시민, 민주노동당이 열우당 2중대 노릇 확실히 해주지 않았다고 삐졌다. 하지만 정작 민주노동당의 일원인 행인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국보법 철폐와 관련해서 민주노동당이 열우당 2중대 노릇 해준 것만도 유시민이 감지덕지 해주길 바란다. 한참 열우당 지도부들이 횡설수설 우왕좌왕 어영부영 하고 있을 동안 이들 지도부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가한건 열우당에서 말빨 제일 잘 먹힌다는 유시민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이 의원들에게 농성 안한다고 칭얼거려가면서 농성투쟁 이끌고 있을 동안 유시민이 한 거라고는 기껏 자유투표 도입하자는 이야기 뿐이었다. 지 체면은 최대한 세우면서 책임질 짓은 하지 않겠다는 그 특유의 잔머리가 제대로 굴러간 결과가 국보법 철폐에 관한 자유투표제 도입이었다.

 

하긴 유시민의 이런 오바질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그 오바질이 영 쓸데 없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튀면 아주 기분 갓뗌이다. 지난 4월 총선때도 함 보자.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된 선거에서 유시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전략적 투표를 애걸했다. 즉, 후보는 열우당에게, 정당은 민주노동당으로 투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 때부터 열우당 2중대 노릇을 자임했던 일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후다닥 유시민의 프로그램에 몸을 맡기는 일이 발생했다. 후보로 나온 사람조차 그따위 짓을 했는데, 하물며 평당원들 중 일부가 그런 일을 했다고 해서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대선때까지 함 거슬러가 볼까나???

 

아무튼 유시민, 쓸데 없는 말로 민주노동당 자극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노동당이 문제가 아니라 유시민 본인의 장래를 위해서 별로 좋지 않다. 어차피 유시민이 지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라도 장차 기댈 곳은 민주노동당밖에 없다. 열우당 안에서 얼마나 그 이빨이 먹혀들어갈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갈리고 찢어져 언제 흩어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지금의 콩가루 같은 열우당 사정을 잘 들여다보라는 이야기다. 노무현이야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고 큰소리 뻥뻥 치지만서도 노무현의 장자방이라는 유시민은 당 돌아가는 꼴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준이 되지 않는가 말이다. 내가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건가???

 

어제 그제 열우당 핵심의원 유시민과 열우당 평당원 노무현으로 인해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다. 둘이 콤비로 남의 염장지르기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최소한 넘지 말아야할 도는 넘지 않았으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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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07:29 2004/12/2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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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것덜이 애당초 넘거나 넘지 말아야 할 '도'가 없었당게요..ㅋㅋ

  2. 산오리/ 그런데도 아직까지 갸들에게 목매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ㅎㅎ

  3. 기대를 하거나 목을 매달 것도 '싸가지'가 있는 것들에 기대거나 목을 매달아야지, 2년 넘게 겪어보고도 그걸 모르다니, 산오리도 이해가 안되요..

  4. 어제 제가 보낸 문자 정정해주세요-0- "~혹시 보안법폐지되면~"이 아니라, "~혹시 보안법 연내폐지되면~"으로요ㅋㅋ 어제 집에 돌아오면서 확인해보니 이런 어마어마한 실수를ㅋㅋ 날이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