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림하시었도다...
아, 글쎄 요즘 영빨이 서는지 며칠 신내림이라도 할 것처럼 몸이 찌뿌드등 하더니만 오늘 아침 비몽사몽간에 또 하느님이 납시었다.
행 : 어째 또 납시었습니까? 요즘 한가하신가요??
하 : 며칠 전에 자식 생일잔치 함 치뤘더니 이제 쬐께 한량해서 나들이 좀 왔다. 왜, 꼽냐?
행 : 아드님이라고 하심은 그 예...뭐라 하시는 그분 말씀이신가요?
하 : 아들이라고 그거 하나뿐인데 달리 누구겠냐?
행 : 지상 사는 인간들이 죄다 하느님보고 아부지라고 하는데 어째 그렇게 편애를 하심까?
하 : 내가 편애했냐? 니들이 예... 거시기를 독생자라고 벅벅 우긴 거지. 글구말이다, 이 예... 거시기도 사실 자기가 내 독자라고 이야기한 거이가 아니거덩. 다들 내 자식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자고 그런거지.
행 : 그러니까 하느님 말씀은 하여튼 인간들이 죄다 그렇게, 족보까지 횡설수설하게 만들어 놓은 거라 이거죠?
하 : 사실 그렇잖냐? 험...
행 : 건 그렇고, 이번에 저 남쪽 어디에서 진도 9.0의 강진이 일어나 수만명이 사망을 했는데, 이거 쫌 넘 한 거 아닙니까?
하 : 뭘 너무해?
행 : 아니, 아무리 전지전능하신분이라지만 그렇게 막 땅덩어리를 흔들어서 애꿎은 사람들 뭉탱이로 명줄을 끊어야 했는가 이런 이야깁니다.
하 : 이 빌어먹을 넘아, 내가 그랬냐? 내가 그랬어? 증거 있어?
행 : 아니, 설명을 해주던가 알리바이를 대면 되지 왜 그렇게 성질을 부리고 쥐랄이십니까? 뭐 꿀리는 거라도...
하 : 이 기억력 영판 제로인 붕어대가리야. 내가 지난번에 노자 이야기 하면서 원래 신은 그런데 신경 끄고 산다고 이야기한 거 기억 안나냐? 왜 뭔 문제만 생기면 내가 다 그랬다고 그러는 거야? 엉?
행 : 아, 그랬군요. 어쨌든 왜 그런 일이 발생했슴까? 전지전능하신 분이니 그 원인이라도 설명을...
하 : 뉴스 좀 봐라. 온통 무슨 전문가니 뭐니 나와가지고 맨틀이 어쩌니 판이 어쩌니 하던데, 그런 거 보면 원인 다 잘 나와 있다.
행 : 항간에는 지구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징조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 : 그넘의 종말은 2000년 전에 예... 거시기가 오기 전에도 맨날 줄창 니덜이 우려먹던 소리고, 이 한국땅에서도 잊을만 하면 종말 온다고 설치고 다니는 넘덜 쌔고 쌨잖냐?
행 : 그러니까 하느님 말씀은 이 지진이 지구 종말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는...
하 : 씨잘데기 없는 소리 하덜 마라. 너거 인간들, 내가 멸종을 시킬라고 해도 아마 멸종 어려울 거 같다. 아마 바퀴벌레들하고 니덜하고는 핵폭발이 수백번 일어나도 어디 짱박혀 있다가 알아서 스멀스멀 기어나올 거다. 내 확신한다!
행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식들을 바퀴벌레에 비교하시다닙쇼... 넘 한 거 아닙니까?
하 : 어쨌던 종말이고 뭐고 헛소리 하지 말고 니덜 할 일이나 잘 해라.
행 : 아무튼 자연재해로 인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요. 네.
하 : 어쭈? 니는 이게 허무해 보이냐?
행 : 허무하죠. 그 해안가에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이 집채만한 해일에 쓸려 순식간에 비명횡사를 했는데, 그거 허무하기보다도 끔찍한 일 아닙니까?
하 : 얼씨구, 터진 입이라고 말은 꽤나 한다만, 난 니들이 더 끔찍하다. 니덜 하는 짓이 바퀴벌레보다 나은 게 뭐 있냐?
행 : (버럭~!!) 아니, 이 냥반이 지가 땅덩어리 흔들어서 수만명 죽인 것도 아니라고 발뺌을 하더니 이제 와서 누가 더 끔찍하다는 거욧! 보자보자 하니까, 인간이라고 넘 얕잡아 보는 거 아녀? 나도 승질 있어, 이거 왜 이래??
하 : 에라이, 웃기지도 않는 넘아. 승질 부릴 때 부려라. 땅덩어리야 가끔 지도 허리 아프고 옆구리 땡기고 그러다보니 몸도 좀 흔드는 건데, 고마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거야 제 명이 거기까진 거고. 그런데 니덜 인간들이 제 명도 제대로 못 산 어린 아이들 머리 위에 쌩으로 폭탄 떨어트리는 짓거릴 하면서 숫자 파악도 안 되게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게 내가 보기에 더 끔찍하다 이넘아...
행 : 그러게 누가 부시같은 넘을 보내라고 했슴까? 그 지난번에 원숭이 제조하다가 관리태만으로 인해 부시 태어나게 했다고 고백했잖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그거 원상복구 시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 : 부시 아니라 딴 넘이 그자리 가면 그짓거리 안할 거 같냐?
행 : 그럼 우짜야 함껴? 기냥 이대로 죽어 나자빠지는 거 보고만 있으면 되는 검까? 아, 쉬바 무슨 하느님이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 이거...
하 : 웃기는 소리 작작 해라. 내 좀 전에도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이승 떠난 불쌍한 영혼 하나 접수하고 내려오는 길인데, 부시 원숭이 주접싸는 거 뭐라 하기 전에 니들 옆에 사는 사람들 그렇게 죽어넘어지는 거는 누가 책임지냐? 그거도 내가 책임지랴?
행 : ...
하 : 왜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됐냐? 까진 주둥이로 더 떠들어 봐. 언능~!
행 : 그라면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하 : 이 쉑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물어보고 쥐랄이여... 뜨끔하게... 근본적인 문제야 먹고 사는 문젠데, 그거까지 뭘 내가 이야길 해주냐?
행 : 이건 뭐 정중하게 물어봐도 트집이고, 하느님 속알머리가 뭐 이렇게 밴댕이 속알딱지여... 암튼 건 그렇고, 뭐 우째야 하는지 쬐끔이라도 갈켜 주면 어디 덧난답니까?
하 : 수천년간 내 새끼들이 니덜한테 박해받아가면서도 한 이야기 좍 깔려 있으니까 그것만 봐도 된다. 하긴 니덜이 몰라서 그렇게 하겄냐? 알면서도 안 하니까 문제지.
행 : 아 그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 마시고 구체적인 이야기 좀 해줘요, 좀.
하 : 경제에 관한 거는 니들이 더 잘 아니까 니들이 잘 새겨봐. 어떤 게 맞는 건지 잘 살펴보면 돼. 글구 나는 그래프하고 표만 봐도 마빡에 쥐가 오르는 사람...이 아니고 신이기 때문에 경제 이런 거 잘 몰라.
행 : 아니 전지전능하시다는 분이 그래 경제이론도 모른단 말입니까?
하 : 니는 아나? 경제?
행 : 내가 하느님입니까?? 아 쉬, 이거 하느님 맞아? (퍽퍽퍽...)
하 : 하여튼 이게 맞아야 정신을 차리나... 내 딴 거는 니들이 알아서 하라고 놔 두겠는데, 이거 하나만 갈켜주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엇~!
행 : 예, 그저 가르침을 주사이다...
하 : 너 맞으니까 아프지?
행 :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자빠졌습니까?
하 : 이 쉑이 또 맞을라고... 암튼 니가 맞으면 아프듯이 남도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명심하렸다!
행 : 오홋. 그렇게 심오한 가르치심을...
하 : 내 요새 세상 구경하다가 웃겨서 뒈져버리는 줄 알았는데...
행 : 아니, 하느님도 골로 가는 경우가 있단 말입니까?
하 :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씨방새야. 이게 자꾸 욕나오게 만드네 이거. 말 끊지말고 끝까지 들어봐~!
행 : 예, 예.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하 : 돌아다니다보니까 말이지, 왠 예배당에 담장이 그렇게 높냐? 그리고 새콤 설치한 법당은 뭐냐?
행 : 그거야 목사님이나 스님들에게 물어봐야지 제가 어찌 그 깊은 내막을 알겠습니까?
하 : 세상 어지러운 이유가 다 거기 있느니라...
행 : 정말 듣자듣자 하니까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시는데, 아니 사람들이 막 죽어나가는 지금 이 현실에서 말이죠, 그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 백날 해봐야 소용이 없다니까 그러시네요. 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그런 가르침을 좀 달라 이검돠. 그게 그렇게 안 된단 말이에요? 아, 진짜 무슨 하느님이 이래 이거...
하 : 내가 백날 너한테 이야기해 봐야 니가 뭔들 알아 듣겠냐???
행 : 에이 쒸... 푹 자고 있는데 방해를 하더만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해주지도 않고, 그럴라면 앞으로 나타나지 마쇼. 거 잠이나 푹 자게.
하 : 그래도 내가 오니까 심심하지는 않잖냐? 흠흠... 아무튼지간에 남의 머리 위로 폭탄 쌔려 퍼붓고,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 목숨줄까지 빼앗는 너덜이 나는 더 무섭다. 이것들이 단체로 저승에 오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어이구... 내 팔자야...
행 : 사주를 알려주심 용한 점쟁이에게 부탁해서 팔자 봐드립져.
하 : 씨잘떼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태초를 내가 만들었는데 나한테 사주가 어딨냐? 그리고 사주 보고 앞날을 준비할 줄도 아는 너거들이 어째 그렇게 남의 앞날은 쉽게 망치고 그러냐?
행 : 거 그런 얘기는 저기 청와대나 국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좀 해주시죠. 사실 저같이 힘없고 빽없는 넘에게 백날 천날 이야기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습니까? 괜히 서로 피곤하기만 하지.
하 : 그거야 내 맘이니까 니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어쨌던 서러운 목숨들이 자꾸 저승에 넘쳐나면 이승도 편안치만은 않을 거니까 잘들 해라. 잘 놀다 간다.
행 : 아니 이거 보세요. 해줘야할 이야기는 해주지도 않고 지금 맛만 보여주고 기냥 간단 말입니까? 이런, 이거 매번 왜 이러는 거에요???
하 : 너거 방구석이 넘 추워서 안 되겠다. 나중에 보일러라도 켜면 다시 오마. 휘리리리리리릭~~~
행 : 아니, 하느... 여보쇼~~! 어이~~!
이러다 깼다. 깨보니 일장춘몽... 아니 일장동몽이더라...
그리곤 좀 심각해졌다. 산더미같은 해일에 죽어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끔찍한 것인지, 폭탄 파편에 갈갈이 찢겨 죽은 이라크 어린이들의 모습이 끔찍한 것인지, 비정규직의 설움을 곱씹으며 끝내 자기 목에 줄을 건 어느 노동자의 모습이 끔찍한 것인지... 죄다 끔찍하다만... 인간이 인간에 의해 죽어넘어가는 일은 꿈을 깨고 나서도 악몽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