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호형을 못하고 호당도 못하고...

아마도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정치코미디가 아닐까 한다.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단체가 있다. 그런데 이 당은 자신들의 이름을 '당'으로 지어놓고도 스스로 '가짜정당'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이슈를 중심으로 뭉쳐 이를 전면에 내세운 거의 정치결사에 가까운 조직이 조직의 명칭에 '당'을 집어넣었으면서도 자신들을 드러낼 때마다 '가짜정당'이라는 걸 밝히고 시작하는 거다.

이에 대해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가짜정당'이라고 제 정체성을 밝히고 있는 단체를 향해 이름에서 '당'자를 빼라고 요구한다. 공문을 보내 '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 위법행위이니 여차하면 처벌하겠다고 협박한다.

이 모든 해프닝이 정당법과 선거법 때문에 벌어진다. 정당법에는 선관위에 등록절차를 마친 정당만 당이라고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위반하면 1년이하 징역이나 백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선관위 등록되어 있는 정당만 '당'이라는 이름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거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백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법도 그렇고 국가기관도 그렇고 웃기고 자빠졌다. 정치적 목적의식을 가진 결사체가 '당'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후보를 내고 선거에 뛰어들면 선거관리체계 안으로 들어가는 거니 일정한 법률의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굳이 그런 거 안 하지만 '당'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걸 왜 법으로 막아야 하는가?

하지만 법을 그따위로 골때리게 만들어 놨고, 국가기관은 이 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이것만으로도 웃기고 자빠진 판인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빵살이나 벌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난 '가짜정당'이에요, 믿어주세요, 이러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마저도 본의 아니게 난장판의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거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정당이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정치결사가 번번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짜정당'이라고 드러내고, 국가기관은 이것도 용납못하겠으니 '당'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는 짓이 이 사회에서는 별로 웃기는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도 코미디다.

왜 5000명 당원이 있어야 정당이라고 인정해주나? 500이면 어떻고 50명이면 어떤가? 다 차치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무리를 짓고 있는데 그걸 '당'이라고 하든 말든 뭐가 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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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2 12:17 2021/02/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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