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본 최고의 구라꾼을 보내며-백기완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인파를 향해 쩌렁쩌렁한 사자후를 터뜨리던 웅변가는 이제 영면에 들었다.
듣는이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고, 뱃속 저 아래부터 뜨거운 뭔가를 솟구치게 만들고서, 기어코 분연히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했던 그의 포효는 이제 들을 수 없다.
그 삶의 족적을 감히 따라갈 수 없겠으나, 그는 가장 부러우면서도 본받고 싶었던 구라꾼이었다. 생각이 맞지 않고 바라보는 방향이 어긋난 것도 많았지만, 이 위대한 구라꾼을 향한 존경의 염을 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영원한 구라의 세계로 떠났다. 아마도 다시는 그러한 재담과 촌철과 기세를 가진 구라꾼을, 사람의 감정을 제 뜻대로 들었다 놨다할 수 있는 구라꾼은 나오지 않으리라.
슬프다.
천하의 웅변가이자 희대의 구라꾼이었던 백기완 선생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