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개쪽을 팔고야 말았다...

정초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이 오고가던 그 시간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들은 '복'이 아니라 '출근부'를 덜컥 받았다. 난데없는 출근부 헤프닝에 대다수 정책연구원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처음에는 그저 시큰둥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날 수록 어처구니가 없는 거다. 도대체 다른 곳도 아닌 "민주노동당"에서 노동통제의 가장 기본적 수단이자 가장 강력한 수단인 "출근부"를 들고 나왔을까?? 그러나 어이없어하면서도 정책연구원들, 일단 그 내막이나 좀 확인하고 대응책을 논하자는 취지에서 큰 소리 내지 않고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렇게 맘먹은 대로만 돌아가나... 할배 똥구녘에 방귀새듯이 그만 소문이 다 나고 말았다.

 

기사 하나 떴다. '민주노동당, 출퇴근 문제로 논란'이란다. 가관이다. 쪽팔림도 이런 쪽팔림이 없다. 이제 행인, 어디 가서 현장 사람들이 노동통제와 노동자 감시에 대해 문의를 하면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게 되었다. "니네 당에서 출근부 쓴다메?" 이렇게 물어볼 사람들에게, "출퇴근 관리는 노동자 감시와 노동통제의 알파와 오메가이며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수단 운운"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얼굴들고 돌아다니기도 부끄럽다.

 



기사를 보니까 어떤 당직자(아마도 출근부제도를 도입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가 “특수한 상황에까지 폭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도에서 기인 한 것도 아니고 배려할 것은 충분히 배려할 용의가 있다”면서 “단지 지난해 원내진출 이후 당의 기풍을 새롭게 다지자는 의도로 봐 달라”고 했단다.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다.

 

또 이 당직자 말씀하시기를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에 비판적인 일부를 통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은 지나친 접근”이라고 했단다. 국보법 투쟁에 정책연구원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이와 같은 일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대답이었다. 지나친 접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말들을 조립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우선 출근부 만든 목적이 없다. 왜 만들었나? 기껏 그 이유가 "원내 진출 이후 당의 기풍을 새롭게 다지자는 의도"란다. 그 "기풍"이 뭔가? 그 실체나 좀 알자. 어떻게 생겨먹은 기풍인지, 뭐 하기 위한 기풍인지 그거나 좀 알자 이거다. 그런데 정작 그놈의 잘난 기풍이는 구체적인 실존이 없다. 그거 완전히 느끼는 사람 맘대로 지 형체를 생성한다. 즉, 똑같은 사물을 바라봐도 어떤 인간은 그걸 완전 개같은 기풍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참으로 바람직한 기풍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당직자께서는 자기가 바라는 기풍이 뭔지 해명을 하셔야 겠다. 그러한 해명 없이 그저 기풍이 타령만 하고 있으면 그거야말로 매사 "지 X 꼴리는 대로 하고싶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니까.

 

다음으로 배려할 것은 배려하겠다는데 뭘 이야기하는 건가? 뭘 배려하겠다는 건가? 아침에 외부회의부터 하고 당으로 들어오면 출근부 기록하는 거 면제해주겠다는 이야긴가? 그럼 네트워크 관리차원에서 심야에 벌어지는 회의는 기록해주나? 수당 주나? 뭘 배려해주겠다는 건가? 정책연구원들 앉아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때 되면 법안이고 정책이고 머리 속에서 막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장난치나??

 

특수한 상황에까지 폭력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닭띠 해라고 닭 흉내내는 건가? 아니면 아이큐가 원래 닭대가리 수준인가? 업무성격파악이나 업무 현황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이 무작정 출근부 만들어서 집어던져놓는 것, 이 자체가 민주노동당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폭력행위다. 여기가 지금 한나라당인가? 출근부 만들어 뿌린 사람들, 과거에 다 기업체 CEO였나? 당 활동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기껏 그 실체도 없는 '기풍'을 강요하기 위해 출근부 만들어 통제해야할 '사원' 수준으로 보였나?

 

또 하나, 출근부 그거 나중에 어떻게 할 건데? 출퇴근 시간 기록해서 뭐에 쓸려고? 이건 첫번째 의문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이야기고 거의 같은 맥락이다만, 상당수 정책연구원들이 주로 지금 묻는 부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서 따라 묻는다. 출퇴근 관리부가 가장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시간 외 근무현황의 파악에 있다. 그거 왜 하겠나? 결국 더 많은 시간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댓가를 지급하겠다는 자본의 경영논리다. 지금 그렇게 하겠다는 건가? 민주노동당 안에서?

 

정책연구원들,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새해 개편되는 임금체계, 연령에 따른 수당도 대폭 줄어들고(사실 이 연령에 의한 수당이라는 것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대신 실질적인 임금 자체가 그만큼의 적실성을 가지고 지급되어야 하는 거다. 그러나 이 논의는 따로 뺀다) 가족수당도 없어지고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아 실질임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4대 보험과 관련된 문제(이거도 완전 개판이다. 담에 기회 있으면 더 이야기하자)도 있고, 정당법과 배치되는 일들도 있고 해서 이래 저래 어수선 한 분위기다.

 

이런 거 해결해줄라고 출근부 만든 건가? 나중에 출근부 기록 알뜰살뜰 모아 당을 위해 열심히 뛴 동지들에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쓸려는가? 정말로?

 

더 이상 개망신 당하기 전에 제정신들 차리기 바란다. 중앙당 일반 당직자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불만이 없었겠나? 다만, 출근부 준비한 인간들과 허구헌날 얼굴 맞대고 있어야 하니까 꾹꾹 눌러 참는 거지. 우리, 한나라당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아니다. 한 줌도 안 되는 가진자들의 세상을 위해 뭉친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이다. 노동자 농민 빈민의 생존과 노동해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란 말이다. 뭣때문에 모여서 당 활동하고 있는 건지 그거부터 좀 생각 해보란 말이다. 국보법 투쟁 올인한다고 밥 굶고 삭발하는 시간 백분의 일만 시간 내서 "민주노동당" 강령이라도 읽고 생각 좀 하란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06 06:09 2005/01/06 06:09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229
  1. 하...쓰바.. 이런 거 볼때 내가 당원이란게 쪽팔린다니까..
    중앙에 있는 인간들은 딴나라당에서 파견 보낸 거예요?
    아님 닫힌너거당에서 보낸애들이예요? 짜증만발이네..
    출근부가 아니라 요즘 기업에서 하듯이,
    전자카드로 하자 그러세요...제정신들이 아니지...

  2. 산오리/ ㅋㅋㅋ 제가 쩜 난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뭔가 조치가 이루어지겠죠. 잘 될 거라고 믿어 주세요~~~! ^0^

  3. 아마 우리의 정신에 무언가 자극을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게 아닐까요?
    아님 뭔가 기사꺼리를 만들어서 민주노동당을 알리기 위한 고도의 전술?
    -.-;;

  4. mini님 멋지셔요~~^^
    그런데 행인님 정말 답답은 하겠습니다. 참말로..

  5. "새로운 기풍"이라... 항상 삽질좋아하시는 분들이 그런 모호한 이유로 삽질을 하고는 하지요. 같이 땀빼고 나면 좋쟎어~~ 하면서 말이죠... ㅡ.ㅡa

  6. 출근부의 너의 이름 쉽게 지워지지만...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대단한 기풍이네요.확 받아버리세요. 음 아마 그러면 분명 것두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몰아부칠지도...

  7. 배트/ 그렇잖아도 이게 지금 정파간 대립으로 번지고 있답니다... ㅋㅋㅋ 웃기죠? 저도 웃겨요... 웃겨도 보통 웃기는 게 아녀요...

  8. 아 이놈의 쪽팔림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요? 민주노동당에 "출근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