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면 더 하거덩...
* 이 글은 간장 오타맨...님의 [민중가요 윤민석씨 보안법혐의 내사중]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일전에 윤민석의 새 노래를 가지고 몇 자 끄적거린 적이 있다. 결론은 뭐 윤민석이 평양 찬가를 부른 건에 대해 공안기관이 국보법으로 처벌하기가 쬐끔 거시기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경, 괘씸한 윤민석을 그냥 두기에는 체면이 서질 않고, 새로 나온 노래 평양에 가보세요를 국보로 걸기는 계면쩍고, 그러다보니 기껏 하는 짓이 딴 껀수 없나 내사하는 거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국가보안법이 지고지순한 가치를 가진 정의 그 자체라면 검경이 이렇게 유치한 짓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검경이 떨어진 과자부스러기 찾으로 다니는 닭둘기(닭화되어버린 비둘기)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참으로 몰지각한, 정의에 위반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똥누다 만 포즈로 어정쩡하게 서 있을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어설프게 형법 보완이니 대체입법이니 할 생각이라면 기냥 국보를 놔두라고 하는 소리가 늘고 있다.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가 어째 과거의 어떤 정권에서 일어났던 웃지못할 헤프닝을 다시 보고 있는 것 같다. 찝찝하다.
전역하고 복직했는데, 음주문화에 혁신적인, 아니 혁명적인 사건이 군 복무 중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름 아니라 12시 이후 술 판매 금지... 밤 12시 땡 치면 전국의 모든 술집이 문을 닫아야 하는 거였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주당들, 술빨이 좍좍 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이 바로 그 때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술집이 죄다 문을 닫는 거다. 주당들에게는 거의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대통령을 하던 노태우.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서도 이게 참으로 희한한 사회현상을 낳게 된다. 심야영업장의 불법행위가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거다.
주당들의 꼭지를 돌게 만들었던 명대통령 물태우...
주당들, 술 못마시게 한다고 해도 어차피 마실 술은 다 찾아 먹는다. 금주법을 내린 아메리카 대륙에서 에틸알콜의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고, 오히려 그 당시 성행했던 밀주 덕분에 마피아들만 배를 불렸다는 이야기는 요새도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한 얘기다.
대한민국 대통령 물태우 각하가 저지른 심야주류판매금지정책은 사실 지 친구인 전두환이가 큰 맘 먹고 통행금지 없앤 것과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물태우, 주당들 환장하게 만들어 술 더 퍼마시게 해놓고 지는 북방외교한다고 밖으로만 쏘다녔다. 암튼 각설하고...
이렇게 되자 주당들, 마시고 싶은 술을 마시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이러한 주당들의 심리상태를 이용, 폭리를 취하는 떨거지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지사 되겠다. 즉, 불법적으로 심야영업을 하는 술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술집은 룸살롱 또는 단란주점(과 유사한 술집)들이 독식을 하게 된다. 왜냐? 얘네들은 동네 어귀에서 소주 팔아 생계를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돈과 줄이 있기 때문에 심야 영업을 하면서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얘네들은 경찰 주파수 잡히는 무전기 가져다 놓고 영업을 한다. 굳이 그런 장비 갖추지 않고도 영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쩐 좀 받아먹은 경찰쪽에서 미리 단속 뜬다는 보고를 해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여서 경찰이 상급기관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동네 업주들에게도 보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들 뭔 소린지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각 업소들은 뒷문으로 심야에 손님을 받고 새벽까지 영업을 하면서, 가끔은 꼭두새벽에 취객들을 개구멍으로 탈출시키는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음주가무를 즐기는 동시에 스릴과 서스펜스를 만끽하게 해줌으로써 고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당근 이런 술집, 술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맨정신에 생각해보면 이런 술집들 왜 그 비싼 돈 처들여가면서 갈까 생각하지만 막상 술빨은 받았고, 갈 곳은 없고 그러면 애라 가자 하고서 그곳으로 가는 주당들이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이런 술집들, 하나같이 서비스하는 '아가씨'들을 두고 있게 마련이다. 진짜로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아가씨'들이 서비스 하는 술집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 술의 참 맛을 잃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술기운을 핑계대고 꼭 '아가씨' 찾는 넘들도 있지만 이런 넘들과는 될 수 있는 한 술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 갈 곳이 없어 이런 술집을 가게 되면 결국 술맛 다 버리고 나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아가씨'들의 서비스 필요없고 우리끼리 술만 마시고 가겠다고 해도, 계산서에는 서비스비용이 포함되서 나오게 된다. 그걸 진짜 고생하는 여종업원들에게 주는지도 의심스럽고, 꼭 그런 계산서 때문에 시비가 붙게 마련인거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결국 동네 어귀에 작은 소주집 경영하는 사람들은 영업이익의 심각한 손실을 입게 되고, 여기서 사용되지 않은 돈은 애초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돈과 합쳐져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로 넘어가게 된다. 심야업소단속이 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이렇게 뻔하게 돌아간다. 첫째, 영세업자들 쫄딱 망한다. 둘째, 불법영업하는 업자들 앉아서 큰 돈 벌게 된다. 셋째, 불법영업하는 업소와 기관간의 부패커넥션이 형성된다. 넷째, 주당들의 불필요한 지출이 늘게 된다. 다섯째,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열받는 사람들의 음주량이 늘어간다. 여섯째, 결국 위 싸이클이 무한 반복된다...
어차피 하지 말라면 더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감추면 감출수록 더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술퍼마시지 말라그러면 더 열받아서 술퍼마시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담배피우지말라고 주어패면 두드려 맞고 나서 그 울분을 식힐려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고삐리들이다. 요샌 중삐린가?? 암튼, 이걸 국가가 나서서 어거지로 못하게 말리고 생 난리를 치면 칠수록 결과는 더욱 삐딱하게 나타나게 된다.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다. 윤민석, 북한에 경도된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사상적 지향을 민중가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거 알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계속 벌어지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바로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북한의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한, 윤민석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 북한을 아무리 아름답게 선전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판단할 수가 없게 된다. 그 결과는 극단의 양분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쪽은 완강한 거부감으로, 다른 한쪽은 근거없는 선망으로...
노태우 결국 재임 중에 심야업소단속을 풀고야 만다. 그거 풀고 나자 오히려 불법 영업하던 업소들, 수익이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국가보안법 역시 마찬가지다. 없애야 할 것은 없애야 한다. 이걸 자꾸 붙들고 앉아있어봐야 국가발전 쥐뿔이나 되는 거 하나 없다. 대체입법이나 형법개정, 이거 죄다 국가보안법을 좀 더 살려보자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가끔 그런짓 하지 않나? 개뿔이나 아무런 결과도 없는데 이름바꾸고 형태 좀 바꾸면서 '발전적 해체' 운운 하는 짓 말이다. 국가보안법 지금 '발전적 해체'하려고 하는 건가? 갈수록 좀스러워지는 검 경. 이젠 삽질 좀 그만 하고 태업이라도 해야할 시기 아닐까? 더 이상 쪽팔림을 당하기 전에 말이다. 다른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내사한다는 이 궁색한 변명을 언제까지 할려고 그러나? 응? 대한민국 검찰 경찰들, 응? 꼭 그렇게 살고 싶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