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도 출근부 쓴다~~!

* 이 글은 행인[출근부 거부투쟁이 자유주의라고?] 에 덧붙인 글임

 

요새 그넘의 출근부때문에 참 많은 말을 하고 있다. 당게에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기가 막혀 몇자 올린다. 출근부 당연히 써야 하는 거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민주노총이나 금속연맹에서도 출근부 다 쓴다"고 이야기하는 분이 있었다. 현직 민주노총 상집이란다.

 

어느 상집이신지 참으로 자랑스럽게 자기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상집 누구세요? 무슨 일 하세요? 그거 한 번 물어봅시다. 지금 그게 자랑이냐? 민주노총 출근부, 그거 출근외에 뭘 기록하고 있나? 퇴근시간 기록하고 있나? 그거 기록해서 어디다 쓰고 있나? 무슨 용도에 쓰고 있나? 기껏해봐야 출근시간 관리하는 것 이외에 어디 쓰고 있나?

 

자랑스런 민주노동조합총연맹! 1995년 창립. 공장생활하던 행인이 대학이란 곳을 첨 들어가게 된 해가 1995년이었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첫해를 마감하기 직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출범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민주노총을 건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셨던 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 기름밥 맛이 뭔지를 조금은 아는 입장에서 민주노총의 출범은 감격 그 자체였고,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작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민주노총, 참으로 실망이다. 국보투쟁, 공무원노조 총파업,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등에서 보여주었던 민주노총의 쌩뚱맞음과 무기력함을 구구하게 논의하는 것은 자제하자. 거대투쟁의 모습 속에서 나타나는 민주노총의 민주노총답지 않은 모습은 더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겠지만, 행인이 근래 들어 상당히 우려하는 부분은 일부 관계자들의 행동이 민주노총 전체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가 지난 연말 민생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민주노동당 당직자의 발언에 대해 민주노총이 제기한 사과요청이다. 누가 썼는지 잘 모르겠지만 수준 이하의 문장으로 점철되어있던 그 글은 '민주노총'의 이름이 버젓이 찍혀서 당으로 날라왔다. 아직까지 그 글을 작성한 사람이 자신의 글에 대해 심각한 쪽팔림을 느끼고 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면 쪽팔린 줄을 모르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그 글을 볼 때마다 기가 막혀 얼굴이 화끈 거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중앙당 출근부 파동에 관해 민주노총 상집이라는 사람이 민주노총도 출근부 쓰는데 니들이 무슨 용가리 통뼈냐며 힐난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이런 사람이 상집으로 있는 민주노총, 뭔 생각들을 하면서 투쟁을 하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다시 한 번 묻겠지만,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냐?

 

노동해방의 깃발 높이 올리고, 현장에 투신한 활동가들. 존경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신상태로 돌아다니는 자칭 활동가님들. 그냥 평범한 회사에 입사하셔서 출근부 열심히 찍으면서 운동한다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살아주셨으면 한다. 나름대로는 철의 규율로 무장한 자신에 대해 뿌듯한 감격을 느끼는지 모르겠다만 객관적으로 우습다. 원칙에 대한 동의와 책임의 완수를 통해 규율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얼굴 보이는 것으로 규율을 세우려는 이 의식성. 이런 의식을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노동해방 하자고 선동하는 사람들. 정신 좀 차려주시기 바란다. 어디 가서 '민주노총도 출근부 찍는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나는 민주노총 상집이다~~!!'하고 돌아다니는 짓 이젠 그만하기 바란다. 이거 동지애적 애정에서 하는 말이다. 마지막 남은 애정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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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0 16:40 2005/01/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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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제부터 썼는지 모르지만,
    아무 말 없이(조용하게) 그걸 쓰는 걸 시작했다는게
    참 한심하네요..

  2. 출근부에 안 좋은 추억...
    출근 종이카드 종이카드로 바뀌었는데... 그놈의 출근 종이카드 날 두번 울렸다. 한번은 지각 3번(몇분에 상관없이)하여 하루치 일을 날리는 것이 공장의 관례여서 뼈빠지게 일해 하루 일당 날리고 다음은 시말서를 써야 했다. 흐 10분 늦어서.... 3번 총 30분에 하루 일당이 날리는 것도 모자라 시말서를 쓰고 직장에게 꾸지람 듣고 생산대리에게 욕먹는 기분 드럽더만...

  3. 저는 교대근무를 했었어요. 아침 7시까지 출근이라고 하지만 업무인수인계를 하려면 적어도 6시 반까지는 도착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야간조 또는 주간조가 씻고 퇴근버스를 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저는 기숙사에 있었고 미혼이다보니까 퇴근시간이 7시를 넘기게 되는 겁니다. 이러저러하게 뒷치닥거리 할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출퇴근 카드 시간 합치면 하루 12시간 이상이 나왔어요. 하지만 사실 그넘의 카드 없어도 저절로 그 시간에 출퇴근 하게 되죠. 동료들을 생각해서요.

  4. 저도 주야 맞교대 인데.... 주간조때 지각을 하게 되더군요.

  5. 국민파가 집권하면서부터 시작된 거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하는 짓들이 똑같은지. 뭔 일만 터지면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사유서, 시말서 작성, 출근부, 기강... 제기랄

  6. 야스피스/ 근래들어 참 많이 듣는 소리가 기풍, 기강, 규율 등등이더군요. 당 뿐만 아니라 어딜 가든 듣게 되는 소립니다. 재밌는 것은 그런 소리 주로 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더라는 거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움직여주길 바라는 사람들... 답답한 일입니다.

  7. 조용히 여름휴가 중간에 시작해서 조용히 쓰기들 했죠. 물론 안 쓰는 사람도 있죠.

  8. 정말 웃기는 세상이구먼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지, 아니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인지 마구 헷갈립니다. 에이, 더러운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