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귀한줄을 알아야 한다...

조선시대의 붕당정치로 인하여 죽어간 인재들이 무릇 기하냐 어쩌구 하는 이야기, 예전에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정치인들의 싸움박질이야 뭐 예나 지금이나 그닥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내용인데, 그넘의 내용이라는 것 역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과거와 비교해서도 그닥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상식 대 비상식 또는 상식 대 몰상식의 구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재를 너무나 쉽게 여긴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안에서 벌어진 일련의 충돌들이 자꾸만 정파간의 알력형태로 왜곡되고 있는데, 실상 지금 벌어진 문제들의 근본적인 주제는 상식 대 비상식 또는 상식 대 몰상식의 투쟁이다. 정파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누가 생각을 하더라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하긴 진보진영의 뒷통수에 비수꼽는 것을 일상화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긴 하다. 딱 열우당 가서 열우당 당직자를 해야할 코드의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서 당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불행한 사태들을 잉태하는 원인인 거다.

 

게다가 이 인간들이 결국은 아까운 사람 하나 내보내고야 말았다. 오마이프레시안에 연일 기사로 뜨고 있는데, 윤종훈 연구원의 사퇴가 그것이다. 다른 분야도 역시 사람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윤연구원이 하던 조세분야의 어려움은 또한 독특하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부와 연이 닿아있다. 정부와 이런저런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학계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실무에 대해서 상당히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사실은 대부분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윤연구원처럼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부와의 관계에서 자유롭고,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진보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그런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런 사람은 찾아내기도 어렵거니와 키워내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연구인력을 이 꾀죄죄한 당에서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알면서 상식을 삼식이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이 얼척이 없는 당에서 말이다.

 

유비는 삼고초려까지 해가면서 새빨간 핏덩이를 최고의 책사로 모셔갔다. 그 덕분에 알량하나마 중원의 한 구석을 삼분해서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거다. 도대체 민주노동당, 어떻게 될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삼식이들이 상식을 개차반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상황에서, 인재는 사라지고 떠나가고 나중에 뭘로 세상을 바꾸려나? 열우당 2중대 하면서 바꿀라나? 아니면 아예 열우당 본부중대로 편재될라나? 주말 내내 머리 속이 무척 복잡했다.

 

 

* 이 글은 알랑이님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복잡함..] 에 관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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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7 11:41 2005/01/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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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5/01/18 07:10

    요새 아주 당이 뜨끈뜨끈하다. 진보적 조세정책과 부유세 도입을 위한 기초를 닦아오던 한 연구원의 사표제출 사태, 오마이와 프레샨에서 동시 기사가 떴던 사건을 시발로 해서, 당 정책실의

    • Tracked from
    • At 2005/01/18 14:16

    * 이 글은 행인님의 [사람 귀한줄을 알아야 한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가 세간 인터넷 언론에서 뜨거운 이슈로 대두되고 있나보다. 나야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을 가지

  1. 아~~ 머리가 포개지네여.
    참 어이가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2. 윤종훈 회계사가 민노당 정책연구원으로 일한다고 했을 때 상당한 기대를 했었는데, 그의 의욕을 꺾어버린 민노당 지도부의 모습에 너무 실망해버렸어요..

  3. 자일은 여기도있네ㅠ_ㅠ셋트 맞추다 가랑이 찢어지겠네요^^;;
    요하간..민주노동당 왕실망인데...행인님 봐서래도 실망에서 희망으로 뱃머리 회전~ 안에서 힘드시더래도 홧팅임돠! 아자아자!

  4. 얼마전 민노당을 탈당한 저로서는...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던 소위 '범좌파' 선배들의 고충이 눈에 보이듯 선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