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을 요구하는 그대에게

한미 FTA 반대론을 이야기하다보면 이런 반발이 튀어나온다.

 

1 - "반대론자들은 설득력 있는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다."

2 - "반대론자들은 항상 '그럴 것이다'는 식의 가설만 제시한다."

3 - "반대론자들은 대안이 없다. 한미 FTA 하지 않으면 경제난을 어떻게 돌파하나?"

 

1번과 2번처럼 한미 FTA 찬성론자들이 반대론자들을 비판하려면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꼭 쥐고 내놓지 않고 있는 한미 FTA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반대론자들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정보로 인해 결국 가정법에 의존한 논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좀 미안한 줄도 알아야 한다. 서로 대등한 논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진 정보가 공평해야 한다. 그게 '무기평등의 원칙'이다.

 

지들은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 반대론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 행위를 하면서 여론을 가지고 노는 것이 현재 정부의 행동양식이며 이 정부의 행동양식은 찬성론자들에게 적절한 논거를 제공한다. 그나마 쥐구멍에 볕들듯하는 정보의 양을 가지고 이정도의 반대론을 제시하는 반대론자들이 있었기에 찬성론자들이 턱도 없는 FTA찬양론을 펼치지 못한 거다.

 

3번의 문제는 1번과 2번 문제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한다. 왜 반대론자들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나? 왜 반대론자들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FTA를 통해 수출기회확대를 하지 않으면 뭘 먹고 살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이 질문들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답이 가능하다. 첫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방향에서 진행된 것이므로 중단해야 한다. 여기엔 대안이 필요 없다. 둘째,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진행된 한미 FTA 협상경과와 체결된 내용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 5월이나 되어야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결국 그 때까지는 반대론자들이 대안을 내놓고 싶어도 뭔 대안을 낼 수 있을지 알 도리가 없다.

 

첫 번째 답변의 맥락은 이런 거다. 쌀에 돌이 들어 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조리로 쌀을 일어 돌을 가려내야 한다. 쌀에 섞인 돌은 골라내 버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고 "대안이 뭐냐?"라고 주장하는 것은 뜬금 없는 거다. 버리면 끝날 일에 대안이라니? 돌 대신 모래를 넣자는 건가?

 

지문날인제도 철폐하라는 주장에 대해 가장 많이 쏟아졌던 질문이 그거다. 그거 철폐하면 대안이 뭐냐? 뭔 대안? 철폐하면 그만인 거다. 지문날인 대신 거기다가 dna 정보를 대체할까?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니까 대안이 뭐냔다. 뭔 대안? 형법이 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국가보안법 대신 테러방지법이라도 넣자는 건가?

 

한미 FTA가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이나 감질나게나마 공개된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건 하면 안 되는 협상이라는 혐의가 짙다. 그럼 하지 않으면 된다. 뭔 대안?

 

한미 FTA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선 앞으로 계속해서 여러 각도의 비판이 제기될 거다. 정보가 공개되면 될수록 그 비판의 규모와 강도는 더 커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보다 정밀한 분석과 눈에 띄는 수치의 제공을 통해 반대론의 근거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까지 비판하지 말고 가만히 있을까? 가만히 앉아 있음 퍽이나 정부가 정보공개하겠다...

 

찬성론자들의 그 우국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우국충정을 앞에 놓고 반대론자들에게 되지도 않는 비난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안? 대안 내놓으라고 세금 걷어서 대통령이며 외통부 관료들이며 국회의원들에게 월급 주는 거다. 그거 해야할 인간들이 쌩뚱맞은 짓거리들을 하는데 거기에 피해를 봐야하는 사람들이 대안까지 제시해야한다면 차라리 대통령이며 외통부 관료들이며 국회의원들에게 준 월급 도로 다 환수해서 반대론자들에게 주던가.

 

아침부터 썽질 좀 부려봤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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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9 09:58 2007/04/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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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7/08/19 20:20

    <엡튀반대 백인백색 인권선인란?>   지난 6월 30일 한미 양국은 한미FTA를 체결했습니다. 이제 한미FTA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 뿐이예요. 우리 삶의 모든 가치를 파괴하게 될 한미F...

  1. 3번은 동의합니다. 잘못된걸 하지말자는데는 대안이 필요하지 않겠죠. 그러나 잘못됨을 증명하는 1,2번의 경우 지금까지의 사례분석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UIP 직배 한다고 했을때 극장에 뱀풀고 우리나라 영화 망한다고 했었죠. 월마트 진출할때도 극단적인 예상이 나왔구요.

    FTA반대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건 이런 부분이 큽니다. 공개되지도 않은 사항들을 유추해서 반박하라는게 아니고, 좀더 근거를 가지고(기존 사례나 다른 유사한 사례) 책임감 있는 비판을 하라는 요구죠.

  2. changeup/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전에도 계속 글을 올리고 있구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다만, 본문과 관련해서 님의 덧글에서도 보이는 문제가 있죠. 스크린 쿼터나 월마트 사례 같은 경우를 들어 경쟁력 재고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씀들은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사례들을 들어 FTA를 찬성하는 것 역시 허접한 반대론과 거의 같은 수준일 뿐입니다. 자동차 관세 2.5%가 가지고 있는 수치상의 허상은 이미 스냅백이라는 혹을 달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 언론에 의해 밝혀졌고, 청와대 국정브리핑의 해명을 보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죠. 그런데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 자동차에 대해 3단계 세제를 적용하는 등의 조치를 한 상태에서 스냅백이 될 경우 한국 자동차가 손핼까요, 미국 자동차가 손핼까요?

    지금 나온 반대론들, 그렇게 허접한 것이 아닙니다. 일관된 수치제시까지 한 자료 많이 있죠. 정부발표나 청와대 발표를 보면 이런 반박자료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반대론자들의 자료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정부나 찬성론자들의 발표는 철석같이 믿을까요? 물론 언론이 반대론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도 있겠죠.

    한가지 말씀드리면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민주노동당에서 한미 FTA의 졸속적인 협상체제를 문제삼은 것이 벌써 1년입니다. 그동안 협상과정에 제기되었던 밀실적 행태와 자료의 은폐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죠. 이젠 찬성론자들께서도 책임감 있게 정부의 행태를 비판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찬성론자들의 입지를 강화할 근거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3. 상한 냄새나는 음식은 버려야되죠. 코 막고 먹으면 병나요.

  4. 지금 과 학우분들과 함께 한미 FTA 학술제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동영상을 몇 개 찾아서 보여드렸습니다. 그 중에 김현종인가 하는 그 수석대표 말씀하시길 "미국 국민들이 한국 영화를 안 본다면 미국 국민이 볼 만한 영화를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라는 발언을 하는 동영상을 보여 드렸더니, 더더욱 심해진 성토대회 분위기가 거의 뭐;;

    역시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

  5. 머야 님은 왜케 멋있어 ㅇ<-<
    //ㅅ//// ㅋㅋㅋㅋ
    스냅백은 뭘까... 검색해야겠네열. 님은 나의 신문

  6. 박노인/ 제 말이 그 말입니다요. ^^

    에밀리오/ 김현종... 아메리칸으로서 아메리카의 이익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죠. 아메리칸에게 아메리카와의 협정체결 전권을 넘긴 코리아 정부가 닭대가리겠죠. 건 그렇고, FTA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혹시 학우분들과 학술제를 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실 생각은 없으시나염? 좋은 자료 있음 부탁드립니다.

    뎡야/ 헉... 갑작스런 구름비행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슴돠...

  7. 행인님의 나의 신문 2
    요즘은 프린터를 할 수 없어서(회사에 안 다니기 땜시) 웹상에서 읽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문 ㅋㅋㅋㅋㅋㅋㅋ

  8. 당고/ 흠... 제가 글을 좀 중구난방으로 쓰긴 해요. 그러다보니 읽으시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듯 하군요...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