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오전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주제의 토론회(로스쿨 찬성론자들의 토론회)에 참석을 하고, 점심도 못 먹고 당사 근처 할인매장에 들려 운동화 한 켤레를 샀다.(이제부터 운동이닷~!)
전철로는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지만 어차피 역에서 한참을 걸어야 하고 버스 노선도 없고 해서 천천히 당사까지 걸어갔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본 것이.
건널목을 건너 다닥 다닥 붙은 마찌꼬바 골목길을 돌고 돌아 당사로 향했다. 문득, 당사 이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한 당직자가 이 동네 공기가 너무 안 좋다는 말을 한 것이 생각났다. 아마 그 생각이 난 이유는 어디선가 진하게 풍겨나오는 묘한 냄새, 철공소 냄새라고나 할까, 암튼 그 특유의 냄새가 코끝에 걸렸기 때문일 거다.
윤활유며 절삭유 같은 기름에서는 아주 독특한 향취가 난다. 무취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무취란 거는 없는 거다. 하다못해 맹물도 떠 온 곳과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쇠냄새도 난다. 용접봉에 녹아 연기가 되어 날아가는 쇠의 냄새, 녹슨 철가루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막 뽑아온 강관에서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냄새.
쇳가루가 떨어진다. 눈이 부신 불꽃으로 펄펄 튀면서 쇳밥이 쏟아진다. 선반에 깎인 쇳밥들이 한 군데 모아져 있다. 용수철처럼 말린 쇳밥들을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쇳녹에 쩔은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곁을 스칠 때마다 그들의 땀냄새도 나는 듯 싶다. 용접할 때 나오는 그름이 묻은 얼굴도 보인다. 새카맣게 변한 목장갑을 낀 손으로 부지런이 쇠를 깎고 물건을 싣고 바삐 움직인다. 아마 몇 주만 흐르면 그들의 작업복은 "난닝구"로 바뀔 거다.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다. 그 냄새며 그 소음이며 그 먼지며 그 사람들의 얼굴이며 괜히 정이 간다. 여의도 한복판 그 넥타이맨 사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그런 정감이 있다.
그건, 어쩌면 공장에 이 모든 것들을 남겨둔채, 알량한 지식을(지혜가 아니라) 충전하고, 가방끈을 조금 늘려 약간이라도 편안한 삶을 선택해버린 내 자신이, 떠나온 곳에 함께 두고온 일종의 부채의식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생각마저도 같잖은 우월의식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땀흘린 후 보람찬 미소를 짓는 저들에 비해 내 삶이 낫다고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의 미소가 부러운 이유는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 그 미소를 잃어버린채 엉뚱한 곳에서 그 미소를 찾으려 했던 나의 불찰때문이리라.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당사로 돌아왔다. 밀려있는 일들의 무게가 노가다판에서 어깨를 누르던 철근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이것도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냐. 환하게 제 몸을 태우는 저 쇳밥처럼 나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싶다. 할 일은 많은데, 갑자기 감상에 젖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밤이다.
또 '냄세'
흥!~
뉀좡... 오늘따라 왠냄새를 이렇게 많이 써가지고설라므네... 쩝...
한 번 든 버릇은 정말 고치기 힘들구만요. 나름대로 고칠라고 노력을 했는디요, 잘 안 되누만요. 암튼 다 고쳤어라우... ^^
후훗 아일비왓칭유~! 두고보겠사와용
한 7년전에 거제도 현장조사갈때서야 알게된 것인데, 용접할때 '흄'가스였던가요? 아무튼 그것이 노동자들 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범인'이었다는 것이 얼핏 떠오르네요.
그 냄새들 좀 '보여'주세요!
샤♡/ 흐음... 스토킹인가...
전김/ 예. 흄이라고 하더군요. 정확히 뭔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철공소에서 나오는 모든 물질은 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겠죠. 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만 주변의 철공소들을 보면 왠지 요원하게 느껴집니다. 에구...
산오리/ 당사 한 번 놀러 오세요. 냄새도 맡고 맛있는 백반 한 끼 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