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공주의 헌법사랑

0.

누군가 수세식 화장실이 집 안에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강이 없으면 배설물 처리에 관한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궁금해하고 있다. 화장실의 변기가 요강의 역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어차피 쓰지 않을 요강인데 왜 버리느냐며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그리고 요강을 버리겠다고 하자 가정파괴범이라고 악을 쓰고 있다. 요강 중독증... 요강에 대한 병적인 집착... 요강 버린 다음에 변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가까운 빌딩이나 지하철역 등의 화장실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변기 고장났다고 신고하면 제까닥 와서 고쳐준다. 뭐가 문제냐? 이렇게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다. 무조건 요강은 있어야 한다, 그거 없으면 잠이 안온다고 주장한다. 지 잠 안오는 거 하고 다른 사람들이 냄새맡고 살아야하는 거 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까?

 

1.

강원카지노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76%가 도박중독증에 걸려있다고 한다. 한 나라의 국민 중 평균적으로 2% 내외의 도박중독증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와 비교하면 대단한 수치다. 그런데 따지고 보자면 그렇게 대단한 수치라고 놀랄 필요가 별로 없는 것이, 강원도 산골짜기에 처박혀 있는 카지노까지 찾아가 허구헌 날 판돈을 질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당연히 그 수치가 높게 나와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2.

어떤 한 가지 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증상을 중독이라고 한다. 세상일이 얼마나 복잡한가? 이 복잡한 세상에는 취미도 천차만별이고 일도 오만가지 것이 다 있다. 그 중 하나에 집착하는 현상을 중독이라고 하다보니 이 중독에도 벼라별 종류가 다 있다. 알콜중독, 약물중독, 하다못해 일 중독까지... 도박중독도 그 중에 하나다.

 

3.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것이 있다. 분명히 형법을 동원해 처벌을 하고 있지만 철학적으로 사고해볼 때 국가차원의 형벌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범죄들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간통, 마약, 도박을 들 수 있다. 지 몸상하고 지 불편해지는 것인데 왜 국가가 나서서 윤리를 동원해가며 이런 것들을 규제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국가권력의 정당성 확보이다. 그래서 처벌도 하는 한편 치유를 위한 방법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치유? 알콜중독 치유, 섹스중독 치유, 약물중독 치유... 일 중독도 치유해야하나?



4.

밤새 고스톱을 치는 사람,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는 사람이 있다. 피곤한줄을 모른다. 아니, 옆에서 보는 사람은 그의 얼굴이 피로에 쩔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는 판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몸이 피로하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알콜중독자는 술을 마시는 동안에 자신의 몸이 깨지고 부서진다는 사실을 모른다. 오직 술이 식도를 타고 위벽을 자극한 후 혈액속에 퍼져 뇌 기능을 무력화시킬 때 쾌락을 경험한다. 약물중독 역시 마찬가지다.

 

도박판이 끝나고 오링난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고통은 시작된다. 술이 깨는 과정에서 머리가 터질듯 아파올 때 고통은 시작된다. 몽환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때 세상의 간난신고가 모두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면서 약물중독자의 고통은 시작된다. 그리하여 그 고통을 잊기 위해 각 중독자들은 자신들의 전공을 되살린다. 하루가 멀다하고, 한시간이 멀다하고... 되풀이되면 될 수록 중독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다. 완전한 중독자로 거듭났을 때, 모처럼 마련한 국가차원의 치유책도 무용지물이 된다. 국가는 여기서 격리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5.

중독증은 정치의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한 번 맛이 들리면 계속 하고 싶은 것이 정치라고해서 별다를 것인가?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생들이 볼 때 그놈이 그놈이고 그일이 그일이라는 푸념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중독된 자들은 할 줄 아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의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해봤는데 그게 재미가 쏠쏠할 경우 그 재미를 다시 느끼고픈 충동을 정치권 안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6.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은 악법이기 때문에 철폐되어야한다고 한 소리 하자 한나라당 어느 의원이 "또 탄핵했으면..."하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다. 재미 붙었다. 지난번에는 오링 났지만 이번에는 대박이 터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 반대편에서 노무현이야 지난번에 대박났지만 이번에는 쪽박 찰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게 도박판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쪼이는 맛"에 비하랴. 로또야 몇 백만분의 1의 당첨확률이지만 탄핵은 50%의 확률이다. 망하느냐 흥하느냐 둘 중의 한가지.

 

7.

박근혜의 말잔치도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의 한마디가 언론을 타자마자 박근혜는 또 헌법 타령이다. 정체성 논란이 한참일 때 노무현이 '나의 모든 사상이 헌법에 담겨있다'고 해놓고 헌법정신을 왜 위배하느냐는 거다. 지난 번 박근혜는 국가보안법을 없애자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없애자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헌법수호의 보루이며 국가정체성의 결정체라는 인식이 박근혜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다.

 

8.

국가보안법 중독증이다. 지나친 집착이다. 병적일 정도의 집착. 그래서 중독증이라고 보여진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제 역할을 하던 안하던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냥 그게 있느냐 없느냐만이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지점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집 안에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강이 없으면 배설물 처리에 관한 정체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화장실의 변기가 요강의 역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어차피 쓰지 않을 요강인데 왜 버리느냐며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그리고 요강을 버리겠다고 하자 가정파괴범이라고 악을 쓰고 있다. 요강 중독증... 요강에 대한 병적인 집착...

 

9.

희한하게 정체성을 이야기하면서 희한한 곳에 헌법을 갖다 붙인다. 이런 중독증을 치료하려면 상당한 인내와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반면에 이런 중독증을 가중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건 주변에서 너 잘한다 잘한다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일이다. 그럼 못쓴다. 그 몹쓸 짓을 헌재와 대법원이 했다. 그럼 안된다.

 

10.

노무현은 형법의 개정을 은근히 내비췄다. 내용에 따라서는 지금 국보의 체계와 별반 달라질 일도 없다. 난리를 치려면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주장하던 쪽에서 난리를 쳐야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바뀌었다. 헌법 운운하면서 박근혜와 그 일당들이 난리 북새통을 만들고 있는 거다. 참 요사스런 나라다. 아무튼 박근혜의 이상한 헌법사랑은 끝간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혹시 행인이 헌법을 잘 못 배운 것일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09/06 11:50 2004/09/06 11:5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88
  1. 번호... 매기는 것도 중독이다... 이게 자꾸 번호를 매겨야 생각이 나니... 쪼옵...

  2. 엇. 행인님이 아닌가요..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네요. ㅎㅎ

  3. 앗! 빠세님~~~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