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화

전 국민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으로 착각하도록 만들었던 박정희는 실상 "민족중흥"보다는 "정권중흥"에 신경을 쓴 나머지 유신헌법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았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시험문제에 "대통령 이름, 영부인 이름"이 뭔지 쓰도록 나올 정도면 차라리 "아담이 누굴 낳고~" 어쩌구 하는 성서 족보를 외우는 수준이 된다. 박정희는 살아 태양 죽어 신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였나, 박정희 신내린 무당이 꽤 용하다는 소문도 있다.

 

죽어서 신이 된 인물은 21세기에도 존재한다.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 김일성 어버이 수령"이 그분이다. 2500만 북한 인민들이 자기는 뱃가죽이 등가죽에 가서 붙어도 아침공양을 할 수만 있다면 원이 없겠다며 방구석마다 영정을 걸어놓은 인물. 불멸의 "주체사상"을 온 천하에 반포했으나 재수가 없어 기껏 북한전역과 남한 일부 인자들의 머리 속에 제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 한계를 극복하고 "주체사상"은 얼마전 드디어 세계 100대 종교 안에 꼽히는 기염을 토한다. 아쉬운 것은 남한에 김일성 신내린 무당이 없다는 거다. 김일성 신내린 무당이 있다고 하면, 아마 굿 한 번 벌려보기도 전에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될지 모른다. 김일성 귀신과 '회합 통신' 했다는 명목으로...

 

남한 곳곳에서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면서 "공격적 선교"활동을 펼치는 열성신도들이 있다. 바로 이 열성신도들 덕분에 한국말로 "기독교신자"를 영어로 번역하면 "a patient"가 된단다. 절라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거리에서 이렇게 협박질 하는 열성신도들의 뒷자리에는 언제나 주일날 놀러가는 사람들 벌하려고 하나님이 쯔나미를 보냈다고 횡설수설하는 목사 혹은 난데없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이적을 행하는 장로들이 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이들 목회자나 a patient는 하나님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을 모시고 있는 듯 하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일찌기 "선군정치"의 모범을 보였던 두 철권통치자들에 대한 신격화 작업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야 뭐 말 할 것도 없다. 물론 이러한 신격화 작업을 북한 인민의 자발적 충성 및 집단주의의 아름다움으로 칭송하는 주사돌이들도 있다만 대부분의 남한 인민들, 그닥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북한 통치자의 신격화작업을 비웃는 남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박정희 신격화 작업을 보면서 뿌듯해 하고 기뻐한다는 거다. 거대 야당의 대선 후보라는 자가, 혹은 한 때 그 당에서 대선후보를 했던 자가 대선이 다가오자 박정희 생가로 쪼르륵 달려가 분향을 하며 엄숙한 얼굴로 묵념을 한다. 물론 속으로 욕을 하는지 뭘 하는지 알 도리는 없으나 그 행위 자체만 보자면 이렇게 경건할 수가 없다.

 

한반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유전자에 특별히 종교적으로 민감한 유전자가 잠재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던 이문열이 말한 바, 자기를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서 한 목숨 바치는 "아름다운" 비장함을 넘어 아예 그 주군을 신의 반열에 올려놓는 지극정성은 남이나 북이나 고만고만 한 듯 보인다.

 

물론 이렇게 어떤 절대적 존재-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이던 죽은 자이던 혹은 종교던 간에-를 상정하고 거기에 기대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을 어찌 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어찌 할 필요도 없다. 비록 맑스가 "종교는 아편"이라고 혹평을 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맑스가 무력혁명을 수행하면서 종교를 완전 폐절하자고 이야기한 적도 없다. 오히려 엥겔스는 혁명 이후 종교는 어찌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대로!"

 

따라서 세상이 확 뒤비지기를 바라는 행인일지라도 뒷뜰에 정안수 떠놓고 달을 향해 합장하는 어느 노인네의 행위나 하나님께 서울을 봉헌한다고 깝죽대는 어느 장로의 주접에 대해서도 아주 관대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마빡 속에 뭐 좀 들었다고 설레발이치는 인간들이 말도 안 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특정인물을 신격화 하고 다른 이들을 우상숭배의 대열에 동참하도록 종용하는 꼬라지는 봐주기 힘들다.

 

이 뭣같은 짓거리를 하는 대표적 인사가 최근 한 물 간 '무현교'의 온라인 전도사 김동렬이다. 제 텃밭 같았던 서프라이즈에서조차 치고 빠지기를 밥먹듯 하더니 이젠 자기 홈페이지 안에서 눙치고 앉아 땡초 공염불 외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예컨대 "이렇게 더러운 선거는 처음 본다"와 같은 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와 주체교에 대한 신앙고백을 싸지르고 가는 주사돌이들에 버금갈 신앙고백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이미 a patient 수준을 넘어서서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한다. 즉 치료가 필요한 단계를 넘어 이제 '준비'를 해야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거다.

 

도대체 왜 이들은 우상을 만들고 그것을 신으로 둔갑시키고 거기에 기댐으로써 안심할 수 있는 걸까? 그렇잖아도 우상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김동렬은 왜 또 거기 '노무현'이라는 우상 하나를 더 박아놓고 싶어 안달을 하는 걸까? 노무현이 퇴임하면 정무특보라도 시켜줄까봐 그러는 걸까?

 

이래서 야훼가 그렇게 신경써서 "우상 섬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나 보다. 도저히 궁금하기 짝이 없어서 야훼께 물어봤다.

 

행인 : 신이시여, 어찌하여 인간세상에 저토록 우상이 넘쳐난단 말입니까? 아주 신경쓰여서 깓뗌이옵니다. 저거떨을 어찌 할 생각은 없으신지용?

 

야훼 : 냅둬라. 저러다 다들 꼴려서 뒈져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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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12:24 2007/11/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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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더러운 세상에서, 각종 종교환자들이나 꼴주사나 박정희병에 걸린 인간들이나 마음을 바칠수 있다는게 본인들에게는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소? 그러니 김동렬인지 뭐시긴지 하는 자도 마음 바칠 곳을 찾았으니 행복한 인생이라 축복해줘야겠네요.
    산오리는 이런 사람들 보면 마구마구 부럽다오,,,

  2. 야훼 : "행인아, 그건 니 사정이고, 걔들 죽어서 오면 내 알아서 하마."

  3. 말걸기/그렇게 하면 행인님이 야훼랑 이세상과 저세상을 나눠서 책임지는듯하네요. ㅎㅎㅎ

  4. 여친이 가끔 어떤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은 왜그럴까?"라고 하면 전 아무 때나 "외로워서 저러겠죠"라고 농담하곤 하는데 가끔은 내 대답이 말이 안되면서도 그럴듯해 보일 때도 있거든요. 김동렬도 외로워서 저러는 거 아닐까요? 주사들도 외로워서 서로 기대고 위로받으려고 저렇게 뭉치는 거고요. 뭐 아님 말고.
    제 결론은 "사람들 외롭게 하면 안된다. 외로우면 저렇게 이상한 짓들 하니까" ㅎㅎ

  5. 오랜만에 덧글 남깁니다(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 글을 읽을수록 더 답답해져요. 결코 행인님의 글이 답답해서가 아니라(그럴 리가 없지요(^-^)), 저 사람들의 행태를 보기 싫은데도 마주쳐야하니 말이죠. 도대체 머리 속에 뭐가 들은 걸까? 정말이지, 가끔은 해부해 보고 싶어져요(^-^;)......

  6. 산오리/ 가끔은 산오리님과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

    말걸기/ 그분 말씀은 죽어서 와도 별로 신경 안 쓰시겠다는 취지였엉. ㅋ

    바람/ 허거... 제가 감히...

    무위/ 그럴지도 몰라요. 군중속에 고독이라고 할까... ㅋ

    무한한 연습/ 헤... 저는 연습님 포스팅을 자료분석하듯이 뜯어보면서도 댓글 남기기가 참 그래서 걍 나오곤 한답니다. 사실 제가 모르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심정적으로 많이 동의하기도 하구요. 제 글이야 가끔 머리 식히고 싶으실 때 봐주심 대만족이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