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이제 그만 하자

행인님의 [손석춘, 훈수쟁이] 에 관련된 글.

자꾸 했던 이야기 하면 식상하다. 손석춘은 그 재미없는 이야기를 읊고 있다. 중구장창.

 

오마이에 또 칼럼을 실었다. "자주와 평등은 '진보 수레'의 두 바퀴"라는, 제목조차 당 내에서 그동안 뻔질나게 이야기되었던 것 그대로 식상한 이야기를 자꾸 한다. 언론인이면 적어도 매체를 읽는 독자들을 생각해주는 센스라도 있어야 하는데, 훈장질에 여념이 없는 손석춘은 독자들에 대한 배려를 쥐톨만큼도 해주질 않고 있다.

 

손석춘은 묻는다. "내가 자주파 같은가, 평등파 같은가?" 그러나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 손석춘은 이렇게 물어야 한다. "도대체 민주노동당은 지금 무슨 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나?" 손석춘은 자신이 던져야할 질문의 주제조차 모르고 있다. 왜 이 난리가 났는지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그 실상을 파악해보는 자세가 우선 필요한 거다. 그러나 자신이 뭔가 한 소리를 해야하는 어른의 위치에 있다는 착각속에 헤메고 있는 손석춘, 지금 물어볼 것은 물어보지 않고 세상 모르는 거 없는 척은 다 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내가 자주파 같은가, 평등파 같은가?"

 

그동안 내처 이야기한 것과 같이 지금 자주파냐 평등파냐 이걸 물을 단계가 아니다. 손석춘이 자주파냐 평등파냐에 따라 문제를 대하는 자세나 해법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손석춘이 정말 한 마디라도 민주노동당에 살이 되고 피가 될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자주파 평등파가 뭔 소리를 하는지부터 분명하게 살펴야 한다. 이 작업을 하지 않은 채 백날 "내가 자주파 같은가, 평등파 같은가?"하고 물어봐야 행인이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다. 걍 저기 가서 찌그러져 있어...

 

손석춘이 먼저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나중 할 일을 먼저 하려고 설레발이치는 통에 이런 결론을 들이밀며 항변한다. "북의 핵무장을 비판하지 않으면 종북이고 진보가 아닌가. 지나치게 단순한 판단이다." 이 대목에서 확연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손석춘이 지금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거다. "지나치게 단순"한 손석춘이다 보니 자꾸 자기가 이 대목에서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민주노동당 안에서 백날 떠들어 댔던 "평등과 자주는 진보의 수레바퀴" 어쩌구 하는 소리를 되뇌이게 된다. 그거 누가 모르나? 민주노동당 안에서 박터지게 싸우는 사람들이 그거도 몰라서 지금 이 지경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이게 지금 누굴 닭인줄 아나...

 

"지나치게 단순"한 손석춘은 자신이 금과옥조처럼 되뇌이는 "자주와 평등은 진보의 수레바퀴"같은 이야기를 도식화 하기 위해 "북의 핵무장을 비판하지 않으면 종북이고 진보"라는 도식을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이 오래전부터 퍼트려 온 논리"라고 색칠한다. 그러게 안티조선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책없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안티조선 하다보니 이렇게 조선일보 하는 짓을 따라 하게 된다. 그것도 한겨레에서 꽤나 높은 자리 한 자리 하던 사람이 말이다. 지금 어디다 대고 색깔론을 이야기하고 있나? 이렇게 "지나치게 단순"한 색깔논쟁은 조선일보도 요새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하는데 급급한 손석춘, 이번엔 미국을 들고 나온다. 평택미군기지 문제, 전략적 유연성, 북미관계의 긴장 등. 이 사람의 특징은 마치 이런 이야기를 당 내에서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가정하는 거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지어다. 지금 당 내 논쟁은 그거 몰라서 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깊숙한 곳에 들어가면 손석춘이 말하고 있는 각종 현안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할 것인가까지도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거다.

 

손석춘은 자기가 이야기했던 바, 닥치고 대동단결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외부의 적을 끌어들인다. 신자유주의와 미국의 패권주의. 문제는 당내 좌파고 우파고 간에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는 집단은 없다는 거다. 다만, 당내 우파 소위 주사파는 그 심각성을 타개하는 방책을 북조선에서 받아온다는 거. 이게 지금 문제다. 정말 손석춘은 이걸 모르고 있는 걸까?

 

손석춘은 기어이 자기 뒤통수를 자기 손으로 치고 만다. "신자유주의 반대와 남북공동선언 실천, 두 원칙에 동의한다면 손잡아야 옳다." 먼저, 남북공동선언. 이거 실체가 뭘까? 내용이 뭘까? 그 결과가 뭘까? 그저 양국 정상이 원샷 한 번 지르고 우리의 소원은 토~옹일 하면서 노래 한 자락 하면 통일이 막 다가오는 건가? 그런 건가? 615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이 만났다는 그 당시의 감동과는 별개로 그 내용면에 있어서는 도대체 뭐할라고 이렇게 추상적인 선언을 했는지 알 수가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은 그 선언에서 이야기하는 "낮은 수준의 연방제"와 "국가연합"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나 가치조차 설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왜 뜬금없이 남북공동선언 실천에 동의하냐 마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신자유주의 반대도 그렇다. 그 반대가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다. 예컨대 한미FTA 이후 한-EU FTA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은 어떤 큰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왜? 한-EU FTA는 좋은 거라서? 한미 FTA 반대투쟁을 준비할 무렵 당은 도대체 FTA 자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미 FTA는 격렬한 투쟁의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FTA 자체에 대한 면밀한 논의는 뒤로 미루어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의 투쟁을 일부 세력들이 한미"FTA"에 반대하는 투쟁이 아니라 "한미"FTA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즉, 반미투쟁의 일환으로 이 투쟁에 접근한 일부세력은 FTA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그것이 미국과 하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 FTA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의 모든 FTA가 신자유주의 세계체제질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러한 논의는 중단되어 있다.

 

그런데 뭐가 "두 원칙에 동의한다면"인가? 손석춘은 지금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신나서 떠들고 있다. 내용상의 문제점이 뭔지도 모르면서 "과거 운동노선은 접어두자.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흥분한다. 손석춘의 표현 그대로 "명토박아" 이야기 하지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과거 운동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며 진보에 대한 이야기다. 이걸 자꾸 과거 운운하는 것은 손석춘의 사고구조가 딱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다.

 

손석춘은 이제 그 "윤똑똑이"짓을 그만 두어야 한다. 존경받는 언론인으로서 계속 대우받고 싶다면 민주노동당에 대해 닥치고 단결을 요구하기 전에 자기가 주장하는 것들이 얼마나 민주노동당 안에서 논의되어 왔는지, 왜 이지경까지 왔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만 재미도 없게 반복하는 것은 손석춘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아까운 일이다. 손석춘, 이제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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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7 22:23 2008/01/0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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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1/29 22:44

    행인님의 [손석춘, 이제 그만 하자] 에 관련된 글. 또다시 격앙된 손석춘의 목소리를 보다가 그의 생각이 왜 행인과는 맞지 않는지를 알게 되었다. 일단 손석춘은 '종북주의'라는 단어를 '잘못'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종북주의 실체 이전의 문제를 따지는 데 실체를 추궁한다"고 이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나무란다. 그런데 손석춘이 이야기하는 "실체 이전의 문제"는 과연 뭘까? 아주 단순하게도 손석춘이 따지

  1. 읽을 때 마다 참 시원합니다. 홍시리씨가 제가 행인님 팬이라는 걸 알려주었길..^^

  2. 출근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3. 손석춘은 그냥 냅두세요. 끝없이 똑같은 말 계속 하는 것 또한 그의 특기입니다.^^

  4. 안 그래도 답답해 하던 차였는데, 행인님의 글을 보니 속이 조금 후련해요(^_^). 손석춘이 행인님의 글을 읽어야 하는데-

  5. 손석춘보다 더 지나치게 단순한 산오리가 볼때 손석춘은 자주파네요 ..ㅎㅎ

  6. 불로깅 빈도가 늘어난 것을 보니 행님 고민이 상당하다고 짐작해봅니다.
    조만간 차 한잔하러 놀러갈 듯 합니다.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구요~

  7. 바다소녀/ 홍시리님이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항상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

    하늘소/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표현 딱 그대로네요. 당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결국 이런 소리까지 듣게되는 거 같아 씁쓸합니다.

    marishin/ 에구... 죄송합니다. 손석춘씨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 진정성이라는 것이 너무 일천한 기반 위에 있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군요.

    무한한연습/ 감사합니다. 손석춘이 읽어보기라도 한다면야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이 글도 저 혼자 자위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네요...

    산오리/ ㅎㅎㅎ 저분이 지금 인천쪽에서 그 쪽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리고 있죠. 그나마 인천은 뭔가 바꾸어볼라고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요.

    not/ 흠... 이젠 관심법까지 하다뉘... 언제든 연락하고 와. 날도 많이 풀렸는데.

  8. 뻥구라닷컴 오래간만이네. 여전하시구만요. 행인님도 당의 현실에 괴로워하는 영혼 중 한명이군요. 당에 몸담고 있음이 힘든 나날이여.

  9. 은희/ 헉... 선배 오셨군요. 건강은 어떠신지? 그나저나 돌아오셔야할 시기에 이렇게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으니 참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