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에~ 실려어가안 꼬읓다운 이내 처엉추운~~ ㅠㅠ'

1.

신병 훈련소를 막 나와 자대배치를 갓 받은 이등병의 월급이 150만원, 보너스 1000%, 공무원에 준하는 혜택 제공, 근무형태에 따른 각종 수당 지급... 만일 이렇게 된다면 군대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없을까? 요즘같은 불황의 시기, 청년실업이 국가경제의 기반구조마저 휘청거리게 하는 세상에서.

 

2.

연봉 30만원이 채 못되는 임금체계, 허구헌 날 사역동원, 비인간적 대우, 수당은 쥐뿔이나 언감생심 아예 개념이 없고, 각종 혜택은 장성, 영관, 위관, 사관이 다 해먹어버리는 병영... 이런 상황에서 군대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인간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4개월 징병제도 하에서 제대할 때 몸성히 나오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대한민국의 군대. 병역기피자가 속출한다.

 

3.

도대체 인구 50명 당 1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 나라가 제정신이 박힌 나라일까? 대륙간 탄도탄이 날아다니고, 초음속 전폭기가 상공을 휘젓고, 포탄이 사방팔방으로 작열하며, 해상에서는 구축함이, 해저에서는 잠수함이 난리 부르스를 추는 것이 정형화된 현대전을 준비하면서 땅개만 60만을 키우고 있는 이 희한한 군대조직이 기형이 아니라면 뭐가 기형일까?



4.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제책은 일절 세워놓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의무의 수행을 위한 선택의 여지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사법처리만을 능사로 삼고 있는 현재의 군역제도.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왜곡된 구조가 합헌이라고 판단한다. 왜곡된 구조를 왜곡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그 시각. 이미 그들의 사고구조 자체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빨간색 안경을 끼고 있는 재판관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색깔이 빨갛다고 주장하는 정신병자의 이야기를 긍정하게 된다.

 

5.

그리하여 오늘날 한 쪽에서는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를, 다른 한 쪽에서는 병역비리를 저지른다. 현행법상 어느쪽도 병역기피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이들을 처벌하는데만 급급하다. 군대의 체질 자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정부산하 연구소에서는 허구헌 날 북한의 전력이 아직도 남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고서를 제출한다. 제출된 보고서는 지체없이 언론에 의해 전파된다. 그러면서 아직도 남한은 징병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의 근거를 확보한다.

 

6.

새삼스럽게 남북간의 군사력 비교는 무의미하다. 이미 왠만한 국민들 그 수준을 다 알고 있다. 흥행지수 수위를 달리고 있는 밀리터리 사이트들에서는 국방부에서 내놓지 않고 있는 자료들이 다 올라와 있고,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 사이트 안에 있는 자료를 훑어보면서 정부의 발표와 비교분석하기까지 한다. 그래서였던가, 어느 장성이 남한에서 더 이상 쿠데타가 불가능한 이유로 인터넷의 활성화를 들고 있었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군의 수뇌조차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을 그렇게 잘났다고 떠들고 있는 정부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군바리만도 못한...

 

7.

행인은 야구를 잘 모른다. 재미있게 보기는 하지만서도 잘 알고 보는 것은 아니다. 축구에 대해 아는 것의 1/10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야구중계방송이 걸리면 진진한 재미를 느끼면서 쳐다보기는 한다. 그 뿐이다. 평상시에는 관심도 없다. 그런데 야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실상은 야구경기가 아니라 야구 선수들에 관한 일이 눈길을 끈 것이다. 프로야구선수들의 대규모 병역비리가 발견되었단다. 그래서 도하 언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8.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강한 몸을 자랑하고 있는 프로스포츠선수들이 몸이 안좋다는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것은 좀 궁상맞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병역기피파동을 보면서 무작정 병역기피자가 된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구조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얘네들을 범죄자로 만들 수밖에 없는 이상한 병역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9.

대체복무제도도 필요하고 군대의 체질개선도 필요하다. 군대를 아예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징병제도를 모병제도로라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병 훈련소를 막 나와 자대배치를 갓 받은 이등병의 월급이 150만원, 보너스 1000%, 공무원에 준하는 혜택 제공, 근무형태에 따른 각종 수당 지급... 군대 갈 넘 쌔고 쌔게 된다. 뭐가 불만인가?

 

10.

육군 장성들의 반발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당장 지들 밥그릇이 없어질 터이니 그도 그럴만 하다. 그러나 말이다. 한 국가의 장성이라고 하면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들이다. 지 밥그릇을 바라보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좀스러운 일이다. 언제까지 자기 자식들같은 사람들을 병역법 위반 전과자로 양산할 생각인가? 수하에 수천 수만의 사병들을 부리면서 호위호식 했으면 이제 그놈의 밥그릇 좀 양보할 생각도 해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그들의 청춘을 다른 넘들 청춘을 담보로 보상받고 싶은 걸까?

 

11.

결론이고 자시고가 없다. 군대 가고 싶은 넘이 갈 수 있도록 해주자. 자유민주주의사회의 미덕이 뭔가? 하고싶은 거 하도록 해주는 거다. 뭐 별거 없다. 그래서 노래도 있잖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든 할 수가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

아, 아, 우리 대한민국~~"

지랄 용천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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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4 12:11 2004/09/0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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