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닭짓

이명박이 17대 대선 출마 공식선언을 했다. 워낙에 한나라당의 강력한 대권후보였으니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명박이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것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볼수만은 없는 뭔가가 있다. 경부운하를 뚫어 물류혁명을 일으킴으로서 전 국민을 먹여살리겠다는 엄청난 비전을 가진 이명박. 생각만 해도 배가 불룩해지면서 포만감이 들지 않는가.

 

안 먹어도 배부른 경지까지 (일부)국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려 올린 측면에서, 적절한 뻥을 통해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지지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명박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점에서, 뻥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민주노동당 후보군보다는 지금까지 한 발 앞서 있다. 그러나 사람은 실존하는 동물. 상상만으로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배부르다는 느낌만 가지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다.

 

경부운하가 완전 개구라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밝혀놓은 바가 있는데, 아직 이명박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은 운하에 배를 돌림으로써 수질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치명적 닭대가리성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배가 부르다는 그 환상에 빠져 이명박의 닭짓에 환호한다. 그 환호를 받으며 이명닭은 그 가느다란 눈이 주름살로 보일 정도로 째지게 웃는다.

 

출마선언을 하기 며칠 전, 이명박은 서울 파이낸스포럼이라는 곳에 가서 역사에 남을 명 연설을 했다. "교수가 무슨 노조냐?"라는, 박정희 정권때나 들었을 법한 희한한 말씀을 하신 거다. 교수노조설립에 관한 법률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충격"까지 먹어버린 이명박. 그정도 일에 충격을 받는 새가슴이 대통령씩이나 한다는 건 전 국민을 불안에 빠지게 만든다. 이인간, 대통령 되서 집무실에 앉아 있는데 청와대 직원들이 노조만든다 그러면 계엄령 내릴 인간이다.

 

기본적으로 이명박의 머리 속에 있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소용량 두뇌는 "노조가 왜 필요하냐?"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인도 어디 박혀 있는 회사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토요일 근무나 평일 연장근무시 수당도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이명박을 감동한다. 그 사람들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프라이드가 있어서란다.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지 않는단다.

 

그런데 하물며, 인도도 아닌 한국에서 교수가 노조를 만들다니. 이명박 입장에선 충격을 받을만 했다. 교수가 노조하면 "진정한 교육이 되겠나?"라고 이명박을 걱정한다. 걱정도 팔자다. 현대에서 40대 이사가 되는 초고속 승진을 하며 샐러리맨의 우상이 되었던 이명박. 현장 작업자들과 가건물 숙소를 함께 쓰며 새벽같이 현장에 나가 새벽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이명박에게 "진정한 교육"은 뭘까?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지 않는 "프라이드"? "프라이드"를 가지고 "토요일 근무나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수당도 받지" 않고 일하는 거? 그렇게 살도록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

 

이명박은 서울시 오케스트라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것을 두면서 어떻게 음악하는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느냐며 개탄한다. 이 가금류의 두뇌 속에는 "음악가=노동자"라는 공식은 하늘이 두쪽나도 있을 수 없는 개념이 된다. 그들이 악기를 연주할 때, 악기에서 공명된 소리들이 순간 물질전환을 이루면서 돈이 되어 자신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면 모르되, 이 "음악가"들은 전부 고용되어 임금받고 사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노동자가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을 노동자라고 각성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희한한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은 너무나 당연한 일은 희한하게 생각하고, 극도로 희한한 일은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그게 다 지나치게 오랜 세월 양계장에 갇혀 있던 탓이다. 정주영의 품이라는 양계장에, 한나라당이라는 양계장에. 이런 측면에서 닭들도 넓은 대지 위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방목해서 키울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암튼...

 

근대 시민혁명 이후 각국 헌법에 왜 노동3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명박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의 머리 속에서 노동자는 그저 사주의 말을 성실히 듣고 돈이나 벌어다 주면 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전형적인 닭성 발상이다. 두개골 안쪽에 있는 단백질의 색깔은 우리와 같지만 그 용적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의 한계가 여기서 드러난다.

 

그동안 덜떨어진 인류들을 가금류, 특히 닭에 비교해왔던 행인, 항상 얘네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 기회에 가금류 또는 닭이라는 용어 대신 이명박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어졌다. 근데 좀 이상할 듯 하다. 예컨대, "이런 닭대가리 같은 놈"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이런 이명박 대가리 같은 놈"이라고 표현하는 것... 어째 어감상 좋지 않다.

 

어쨌든 이명박을 낙선시킬 수 있는 방법 하나는 발견했다. 굳이 거창하게 맑스의 소원대로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할 필요도 없이, 남한의 노동자들, 그 중에 노동조합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 단결해도 이명박에게 돌아갈 표는 없다. 이명박이 대통령 하면 노조활동하기 힘들어질 거다. 아마 가장 먼저 당할 사람들은 공무원노조일 거고, 그 다음에는 뭐 교수노조, 전교조, "음악가"노조, 기타등등노조 이런 순으로 박살날 거다. 현대 계열사 각 노조들에 대해선 어떻게 할려나?? 그래도 이명박의 마음의 고향일 건데.

 

이런 닭이 대통령 후보까지 나오는 것을 보는 심정...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불쾌하다.

 

좀 더 나이 들면 진짜루 양계장을 함 만들어봐야 겠다. 이런 닭들 속에서도 사는데 하물며 닭을 못치겠는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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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1 08:41 2007/05/11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