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가보자는 건가

"반전 반핵 양키고홈~!"이라는 구호에서 어느날인가부터 "반핵"이라는 말이 쏙 빠지더니 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시험 예고장을 전 세계에 날렸다. 그래서였구나... 내가 없을 땐 반핵이고 있을 땐 찬핵이고. 그게 그런 건가?

 

몇 해 전, 파키스탄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국가적 경축(?)행사를 벌이던 모습을 TV로 보면서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국가적 자긍심으로 전화되는 현상에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하긴 뭐 미국은 그걸 수도 없이 가지고 있으니 그 자긍심, 파키스탄의 몇 천배는 되겠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성명에 따르면, 우선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을 한단다. 시험이야 안정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겠지. 애꿎은 인민들, 전쟁도 아닌 시험 중에 떼로 사망하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닐테니. "방어적 대응조치로서 핵억제력확보의 필수적인 공정상" 핵시험을 한단다. "방어적" 훈련이라고 남한이 그렇게 주장하는 팀스피리트에 대해 항상 전쟁도발의 위협이라고 비난해왔던 북한, 드디어 "방어적" 핵무기 시험을 한단다. 세상에 전쟁준비에 방어적이라는 개념이 무슨 필요가 있나? 세 불리하면 방어용이고 때릴 자신 있으면 공격용이지.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다. 당연하다. 먼저 사용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 탄두 하나 적재하고 쏘아올리는 그 순간, 몇 십개일지도 모를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실린 핵들이 극동아시아 일대에 떨어질 거다. 조국의 자위고 나발이고 "반만년 유구한 역사의 단일민족" 한민족의 역사는 그걸로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세계적인 핵군축과 종국적인 핵무기철폐를 추동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한단다.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가 목표란다. "그 주변"이면 어디까지를 이야기하는 건가? 중국? 일본? 태평양 건너 미국? 난리가 났다.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결코 대화의 상대로 남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게 있어서 대화의 파트너는 미국일 뿐이다. 지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역시도 남한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지 않은 채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으로 미국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물론, 그 사건을 보면서 선군정치(先軍政治) 덕에 남한이 미제로부터 무사하다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이 사람들, 이번에는 또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 북핵시험에 대해 찬양을 할까?

 

조국을 위해선 미국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이 "찬전 찬핵" 현상이 앞으로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핵시험을 실제 진행할 것이냐 역시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북압박에 대한 마지막 카드로 핵시험 예고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딱히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불안하다.

 

이러다가 내년 추석에 보름달은 볼 수 있게 되는 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0/03 22:03 2006/10/03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