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널뛰기

돌아가는 몰골 하며 이놈의 나라는 종잡을 수가 없다. 법학에서 흔히 이야기 되는 소위 '예측가능성'이라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존재하질 않는다. 이랬다 저랬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이러니 하루라도 뉴스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세상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거다.

 

#1

한명숙 총리 지명 과정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갈지자 횡보는 그래도 웃어줄만 하다. 얘네들이 이럴 거라는 거, 이거 왠만큼 '예측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 두뇌수준으로 벌일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을 한나라당, 유감없이 보여준다. 잔뇌발달이 지나치게 뛰어나다보니 쉽게 해결할 일도 배배 꼬이게 만들어 버린다. 된다 그랬다가, 안 된다 그랬다가, 당적 이탈하면 된다고 했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니까 사상검증하고... 사실 이렇게 어렵게 사태에 반응할 일이 아니다. 인사 청문회, 이거 괜히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거기서 좋은 질문 많이 하면 된다. 그걸 잔머리 자꾸 굴리다보니까 지들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는 일이 벌어진다.

 

#2

좀 된 이야기지만 '네티즌(국민)과의 대화'를 한다면서 노무현이 온갖 잡소리를 중언부언 하는 와중에 그 유명한 "좌파신자유주의" 발언이 나왔다. 뻥삼 아저씨가 지구화가 기억나질 않아 엉겹결에 횡설수설했던 "세계화"가 결국 사회과학적 용어가 되어버린 이후, 또다시 한국 대통령에 의해 새로운 이데올로기경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너 좌파냐, 신자유주의자냐 하고 그 정체성을 물어보던 사람들, 목하 심란한 고민에 빠졌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좌파신자유주의"라니... "너 반에서 일등하니 꼴찌하니?" 하고 물어보니까 "일등같은 꼴찌, 꼴찌같은 일등"이라고 대답해버리면 이게 선문답으로서는 훌륭한 답변인지 모르나 물어보던 사람, 마빡에 스팀 오르기 시작한다. 하긴 기든스가 괜히 제3의 길을 이야기했겠나? "좌파신자유주의"의 탄생을 예고한 거겠지...

 

#3

야구 월드컵이라고 불렸던 WBC(World Baseball Comedy), 거기서 한국 선수들, 예상을 깨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행인이 볼 때도 그 플레이, 매우 짜릿짜릿한 것이었고 그래서 그랬는지 온 국민의 열광적인 성원이 있었다. 비록 미국이 지들 쏠리는 대로 경기운영을 하는 통에 Classic이 아닌 Comedy로 전락한 대회였지만 경기에 참가한 각국 선수들의 놀랄만한 기량은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WBC 4강의 업적을 이룬 한국 선수들에게 병역면제혜택을 준다고 했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병역특혜가 기준없이 남발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제 병역면제혜택을 주지 말자고 하는 정치권의 반응이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차가운 쇠창살 안에 자진해서 들어가 있다.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벌써 수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길 강요하는 국가의 '신념'은 요지부동이다. 신체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는 무조건(돈과 빽이 있을 경우는 예외) 군대를 가라는 이 지엄하신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콩밥도 아까운 사람들이 되어버린다.

 

그 반대편에서는 지들 멋대로 병역면제를 마치 은사를 내리는 것처럼 남발한다. 가수 모씨가 한류열풍을 일으켜 국위선양 했다고 병역면제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야구대회 성적 좋다고 병역면제시키자고 하지 않나, 뭐 하긴 월드컵 4강 갔다고 면제받은 축구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고 보면 야구라고 제외시킬 이유는 없다. 불쌍한 유승준, 한류빨만 좀 받았어도 병역기피가 아니라 병역면제될 수 있었는데...

 

하여간 기준이 없다.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이면 적어도 장기적으로 이놈의 군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비전을 내놓을 일이다. 그건 쥐뿔 생각도 없으면서 국민들이 와~ 하면 누구 면제, 국민들이 우~하면 병역기피사범 색출, 한류가 반짝 하면 연예인 면제, 운동경기 성적 좀 나면 선수들 면제... 군대가 없으면 이런 일들도 일어나지 않을 거 아닌가?

 

#4

로오때워얼드~~ 완전히 凸됐다. 안전사고 사과한다고 무료개방 이벤트 하더니 결국 밀리고 깔리고 행사는 취소되고... 압사사고 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었단다. 쥐랄 염병도 이정도면 엽기 수준이다. 결국 새벽부터 진치고 기다리다가 입장난리통에 깔리고 자빠진 시민들, 의식도 없는 미숙한 인물들로 거듭나 버렸다. 사실 이런 사태를 예상 못했을리 없다. 뭐 큰일이야 나겠냐는 "안전불감증(이 단어 증말 싫어하는데 이렇게 사용하게 될줄이야...)"도 한 몫 했겠지만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로오때워얼드~~ 행사 강행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사고 덕분에 롯데월드, 9시뉴스 헤드라인부터 시작해 온갖 미디어의 최대 뉴스 핵심지로 떠올랐다. 광고비로 따져봐도 이게 도대체 얼마짜리냐... 까짓 사고소식이야 롯데리아 햄버거 씹으면서 롯데월드 놀이기구 한 번 타다보면 금방 잊어버린다. 놀이기구 타다가 사람이 죽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또 놀이기구 타자고 덤벼드는 이 무수한 사람들을 보라. 이사람들, 신문도 안보나? 안 보긴 왜 안봐, 봤으니까 새벽부터 줄서고 난리를  치지... 공짜라면 놀이기구 타다 예상치못한 단독비행 끝에 석촌호수 똥물에 빠져 비명횡사를 해도 좋다...

 

그나저나 시민의식 이야기 나왔으니 쬐끔만 더 하자. 로오때워얼드~~ 난리통에 기자들이 만난 "시민들", 분통을 터뜨린다. 멀리서(대전 등 한참 먼 지역) KTX까지 타고 새벽같이 달려와 줄서있었는데, 행사취소되었으니 차비 물어내라~~~ 시민들의 권리의식 이렇게 높아졌다. 그런데 기껏 그 권리의식, 여기서 이렇게 드높이기 보다 딴 데 쓸일 많을 것 같다. 그토록 높은 권리의식을 가지신 분들이 사고사 무마하려고 생색내기 하는 몰염치한 기업에 짱돌을 던질 일이지 공짜 태워준다니까 몇백리 길을 달려오시나? 그 자리에 달려온 시민 여러분들도 널뛰기는 마찬가지, 공짜라니까 생긋생긋 오늘은 뭘 탈까, 뭐가 재밌을까 기대 만빵 하고 오셨다가 입장도 못하고 행사 취소되니까 울그락 푸르락 난리가 났다. 이런 개 쉐이들 어쩌구 쌍욕까지 내던지면서. 솔직히 그자리에 나와있던 질서유지원들이 무슨 죄가 있나? 그 골때리는 행사에 시간내서 달려와 생 난리를 친 니가 죄지...

 

#5

널뛰기 하는 일이 어디 한 두가지라야 말이지, 최근 기억 나는 것만 해도 수십개는 된다. 이러니 대~한민국을 'dynamic Korea'라 하지. 너무 너무 Dynamic 해서 두개골 안쪽이 심히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이러다 터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뇌관에 불붙은 Dinamite처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3/28 11:50 2006/03/28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