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풍경

회의 끝내고(이넘의 회의 11시가 넘어 끝나는 통에 래군형 얼굴도 못봤다...ㅠㅠ) 밀린 일을 하다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뒌장... 멘유 축구하는데... 후다닥 거리면서 결국 축구를 봤는데 박지성의 그림같은 어시스트. 하여튼 기분은 좋다. 오늘 경기에서는 주심이 교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보기 드문 장면. ㅋㅋㅋ

 

이 짓을 하다가 새벽 6시가 못돼서 민방위 교육장으로 출발. 버스가 오지게 빨리 달리는 통에 집결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덜덜덜... 동장 늦게 온다고 교육시간 지체... 화난 민방위 대원들 여기 저기서 고성시작. 딴 사람이 시작했는데 뭔 공지사항이 10가지가 넘어 ㅡ.ㅡ+

 

밤 꼴딱 새고 민방위 교육받고 집구석에 들어가 곰새끼마냥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출발. 여기 저기 갔다가 오후에 R-TV 녹화하러 감. 암튼 카메라 앞에 서는 거 진짜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가서는 재채기 나오는 것을 참으며 얼굴에 분칠을 하고(그래도 분장해주시는 분이 아주 가볍게 터치만 해줘서 감사) 연극 대사 하듯이 녹화. 홍석만씨는 완전히 엄기영 뺨치는 앵커가 되었더만...

 

암튼 이 난리를 치는 과정에서 서울역 광장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전경들이 쫙 깔리고 확성기에서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봤더니 "대한민국 정통성 사수 국민대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빨갱이들이 나라를 다 팔아먹었단다.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만 행인. 아니, 나도 모르는 사이 빨갱이들이??

 

그리고 다음 현수막을 보면서 기가 막혀버림. 노무현은 좌파대통령이란다~! 아니,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인가? 노무현이 자기 입으로 '좌파신자유주의' 하고 있다고 큰소리 친게 엊그젠데. 노무현의 '좌파신자유주의' 발언으로 좌파들이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을 때, 보수우익의 어르신들도 역시 자신들이 신자유주의자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었던가보다.

 

바람도 오지게 부는 서울역 그 황량한 광장에서 물경 1000명 가까운 어르신, 청장년이 모여 태극기 휘날리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몸으로 수호하고 계시는 동안 바로 옆 코너에서는 난리가 났다. 빨간 정장을 한 무대복장의 신사 한 분이 색소폰을 불고 있고 그 옆에서는 또 정장차림의 한 신사분이 마이크로 노랜지 뭔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집회군중의 정체성 수호 구호에 덮여 뭔 소린지 잘 들리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어느 교회에서 나온 분들이다.

 

천국비지니스차 나오신 분들이 밤무대 복장을 하고 신나게 찬송가를 불러제끼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정체성 수호에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하신 어르신들이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구호를 외친다. 그 많던 노숙자는 오늘따라 보이지 않고, 거기엔 성령충만한 은총과 정체성으로 무장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암튼 오늘 하루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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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30 21:05 2006/03/30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