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휘둘리는 그대여...

활동가들에게 너 참 갑제스럽구나, 내지는 넌 딱 조선일보 스타일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면 기분 좋을 사람 하나도 없다. 왠지 조선일보같다, 또는 갑제스럽다는 말은 이 땅에서 들어서는 안 되는 욕설 중의 하나가 되어 있는 듯 하다. 그건 그만큼 조선일보(및 조갑제)가 이 땅에서 지난 수 십년동안 보여준 끊임없는 삽질의 덕분일 거다. 특히 조선일보의 색깔신공은 강호무림의 특급비기였다. 그들이 빨갛게 칠해서 빨갱이가 되지 않은 자 그 몇 명이었던가? 조선일보의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조선일보가 그렇게 악질적인 찌라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선일보의 기사를 이용해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진보진영 안에서, 게다가 민주노동당 안에서~!

 

2004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국보법 올인투쟁.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 때 일을 한 번 돌이켜보자. 열우당 2중대 노릇하며 올인 투쟁하고, 그 이후 1년 넘게 국보법 투쟁 제대로 조직화 한 번 못한 이 골때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성질 더러워지니까 접어 두고, 당시 한 당직자가 국보법투쟁도 좋지만 민생현안에 대한 당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다. 이 글이 당게와 일부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일보가 기사를 냈다. 내용인 즉슨 민주노동당 안에서 국보법투쟁에 비판적인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당장 난리가 났다. 국민연대와 민주노총이 당에 항의공문 보내고 당직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 와중에 생긴 에피소드 하나.

 

돌아가는 꼬라지가 하도 기도 안 차서 국민연대 몇 분에게 행인 성질을 냈다. 내용이나 읽어 보고 그런 항의공문 보냈느냐고. 그랬더니 그 분들 왈, 왜 이 시기에 그런 글을 내서 조선일보에 이용당하고 있느냔다. 행인, 어이가 없어서 왜곡보도한 조선일보에 항의문을 보내야지 같이 쎄가 빠지게 투쟁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항의공문 보내는 건 뭔 예의냐고 했다. 이분들, 당직자가 조선일보 같은데 이용당할 것을 알면서 그런 거는 잘못이란다. 결국 꼭지까지 돌아버린 행인, 아니 그럼 조선일보 무서워서 할 이야기도 하지 말고 살란 말이냐, 혹시 당신들, 조선일보 핑계 대면서 자기들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거 아닌가? 좀 오바질을 하면서 성질을 내서 그런가, 그냥 그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는 통에 이야기는 흐지부지...

 

그런데 이번에 또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직선거와 관련해서 조선일보가 기사 하나를 썼다. 민주노동당에 세대교체가 일어나는가 어쩌구 하는 기사였다. 젊은 신진세대가 대거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섰다는 거다. 그 예로 든 사람들이 조승수, 윤영상, 김정진 등이었다.

 

아무튼 조선일보 이 쉑덜이 쓰면 기사가 된다. 그리고 난리가 난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당 지도부 후보자 합동유세에서 정책위 의장 후보로 나선 이용대 후보가 조선일보의 이 기사를 언급했다. 이분 말이 걸작이다. 조선일보가 거론한 후보들이 바로 조선일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후보들이 아니냐는 거다. 조선일보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진보정당의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후보자의 행동으로는 치졸하기 이를데가 없는 행위이다. 앞으로 혹시나 이런 사람하고 같이 일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파 낼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이 침잠해가는 코딱지가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허구한 날 조선일보가 왜곡질을 했데요, 매국질을 했데요, 색깔신공 하고 있데요 하면서 징징대던 사람들이 바로 이분들이다. 그런데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와서는 조선일보가 그랬데요, 하면서 조선일보의 기사를 자기 의도대로 왜곡질 한다. 이렇게까지 찌라시 취급 당하는 조선일보가 일차 반성해야할 문제이지만 이런 식으로 찌라시 기사를 가지고 지들 멋대로 삶아먹는 인류들, 자신들이 조선일보만도 못한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자민통, NL우파들이 욕을 먹는 거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는 통큰 단결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으면 당비대납에 조선일보 색깔신공 응용하기 등 못하는 것이 없다. 1기 지도부 말아먹은 것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 새로 책임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이모양이라면 이거 제대로 판단을 해야할 문제다.

 

지난번 선거 당시 이용대 후보, 성소수자들을 자본주의 폐해의 한 모습이라고 하던 생뚱맞은 소리 하던 그 마인드로 당연히 물드신 바가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도 밑도 끝도 없는 투쟁이야기만 중구장창 하다가 결국 조선일보에 기대어 버린다. 예상컨데 이분, 당연히 이번에도 물 드실만 하다. 이걸 그래도 좋다고 찍어주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일부 분들이 있는데, 조심하셔야 한다. 옛말에 모진 놈하고 있다가 같이 벼락맞는다고 했다.

 

덧) 김인식 후보쪽 선거홍보물을 보다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기 정책위 욕을 그렇게 해대길래 도대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해서 좀 자세히 봤더니, 들고 나온 정책이라는 것이 전부 1기 정책위에서 만들어 놓은 내용들이다. 거기다가 '투쟁'이라는 옷을 좀 입혀 나온 것 뿐이고. 평소 다함께 보여주던 행동 방식 그대로다. 사실 다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 집회판에 열심히 나오고 자기들끼로 오붓조붓하게 모여 다함께 노는 거 뭐라고 할 맘 없다. 당 깃발 아래 한 번 당의 이름으로 모이는 모습 보여주지 못한 거 그거도 기냥 넘어간다. 하는 이야기가 워낙 거기서 거기라 평상시에도 해 줄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판에서 보여주는 다함께의 모습에서 자민통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제대로 비판하기 바란다. 갖다가 쓸 거는 다 갖다 쓰면서 욕은 욕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같잖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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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7 15:34 2006/01/17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