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민주노총

간단하게 이 둘의 현재 관계를 정리하자면 "어이없다" 이거 한 마디로 끝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하부조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정치투쟁의 동지로서, 연대체로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일부 부서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다.

 

진보정치연구소에서 한국사회 위기의 10대 주범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기반한 양대노총을 그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게 계속 설왕설래, 특히 민주노총에서 불만이 많은가보다. 불만 토로하기 전에 자신들의 현재 모습이나 뒤돌아봤으면 좋겠다. 작년 연말 국가보안법 '연내철폐'투쟁 과정에서 한 당직자가 국보올인을 비판하고 민생도 함께 논의하자고 했을 때, 민주노총은 마치 마님이 돌쇠 꾸짖듯한 필체의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항의공문을 보냈다. 웃기지도 않는다. 당을 당으로 보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당 안에서 민주노총이 보여주는 행태, 이거 굉장히 웃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부문할당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내년 초 최고위원 선거과정에서 노동부문 최고위원의 선거는 하지 않고 민주노총이 따로 자신들의 의결과정을 거쳐 최고위원을 내겠다는 말이 돌고 있다. 엉망진창이다. 이게 당 중심성 강화를 외치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는 민주노총의 실체란 말인지...

 

원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부문할당이라는 제도는 다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제도야말로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며, 특히 정당에서 취할 수 있는 적극적 평등실현조치(affirmative action)의 한 모습이다. 당 안의 세력구도를 볼 때 민주노총은 당 안에서 결코 소수자가 아니다. 오히려 다수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다못해 현직 의원들만 보더라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2명이나 된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구성원들은 당 건설과정과 이후 당 운영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당원이 되었고, 이들 당원들 중 상당수가 중앙위원이나 대의원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구조라면 민주노총의 구성원들이 앞장서서 부문할당에 대한 올바른 이야기를 해야할 판이다. 현실적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비조직 비정규직에게 부문할당 주자고 민주노총이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성소수자들에게 부문할당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노총에서 나와야 하는 거다. 소위 계급정당에 연령을 기준으로하는 불특정 계층위원회(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청소년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비판이 민주노총에서 나와야 되는 거다.

 

그런데, 민주노총, 이러한 역할을 하기는 커녕 지금 자기 하부조직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이 어른 무서운줄 모르고 한국사회 위기의 주범으로 자신들을 찍었다고 징징거리고 있다. 중앙위원회에서 있었던 부문할당 논의를 공중분해시키고도 모자라 자기들만 모여서 자기 사람 만들어내겠다고 웅성거린다. 지금 자신들이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진짜 몰라서 그럴까? 그렇게 권력과 자본의 기득권을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이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까?

 

뭔가 잘못되어가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 이건 결코 아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뛰게 만들기 충분했던 민주노총, 그 민주노총이 이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다시 가슴 설레이는 그런 조직으로 민주노총이 거듭날 수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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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17:45 2005/12/30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