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물

1.

허준영 경찰청장이 결국 사퇴를 했다. 어차피 언제 그만두느냐가 문제였지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를 두고 반대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안타까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 경찰 수사권독립에 사활을 걸고 있던 사람들이나 검찰권력 제한을 염두에 두었던 사람들, 심히 가슴이 아플 것이다.

 

경찰청장의 퇴임식에서 많은 경찰들이 눈물을 흘렸다. 경찰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서글플 수밖에 없었을 거다. 개인적 친분도 있었을 것이고, 조직의 간부로서 존경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 수사권 독립, 경찰법 개정 후속작업, 기타 등등 소위 경찰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었던 일련의 사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 내지는 안타까움 등도 있었을 거다.

 

2.

"국가정책 추진으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합니다."

구구절절이 가슴을 후비는 문장이다. 허준영 경찰청장 퇴임사의 백미다. 나도 소원한다. 이 안타까운 관행이 빨리 끝나기를 말이다. 그러나 그 갈등이 끝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의견이 다르다.

 

먼저, 동의하는 지점. 이 사회적 갈등의 표출이 "국가정책추진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직접 겪은 시위만 따져도 그넘의 국가정책추진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은 것 하나도 없다. 혹시 겪어보지 못한 시위 중에는 국가정책의 추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시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발언의 대상은 분명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정치하는 인간들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다. 동의!

 

동의하지 못하는 지점.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그 관행, 이건 관행이 아니다. 그건 경찰의 임무다. 원래 경찰, 그거 하라고 만들어 놓은 거다.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는 것은 기득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언제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경찰의 온몸에 의해 막혔다. 경찰이 책임 지는 것은 자본과 권력에 대한 책임이 아니어야 한다. 그들의 온몸에 의해 막힐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다. 지금은 그 반대가 "관행"이 되었지만...

 

3.

그러고 보면 기억에 남는 눈물들이 있다. 2002년, 문성근이었던가? 연단에 올라 노무현 지지발언을 할 때, 노무현의 눈물이 있었다. 이 눈물 흘리던 장면은 이후 노무현 선거캠프에서 홍보동영상에 삽입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올해에도 기억에 남는 눈물들, 황우석의 눈물도 그 중 하나였다. 어제 오늘, 또 본다. 경찰들의 눈물... 이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왜 눈물을 흘렸을까, 이사람들은...

 

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할 필요가 없는 눈물들은 그래서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기억할 필요도 없이 매일 매일 보니까. 기억이라는 과거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니까. 하이텍알씨디, 성진애드컴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노동자들의 눈물, 아스팔트 농사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의 눈물, 돈이 없어 죽어갈 수밖에 없는 가난한 불치병 환자들의 눈물, 한 겨울에 철거 당해 길거리로 나앉던 철거민의 눈물, 생 날벼락 같은 폭탄을 맞고 죽어가던 이라크 어린이의 눈물...

 

4.

어떤 눈물은 끊임없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어떤 눈물은 그만 같이 울어버리게 되는 눈물이 있다. 그래서 내 눈물은 무척이나 편파적이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평화적인 집회시위문화정착을 위한 무슨 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 누구 좋은 사람 없냐는 의뢰가 들어와서 몇 사람 거명을 해줬는데, 솔직이 이런 위원회 백개 천개를 만들어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세계화를 "대세"로 그냥 인정해버리고, 한 명의 천재가 1000명을 먹여 살린다는 헛소리가 통용되고, 뻥이면 어떠냐 국익만 있으면 되지라는 황당한 소리가 난무하는 지금, 그 대세와 그 헛소리와 그 뻥을 정책이랍시고 들이미는 현상이 계속되는 한, 위원회 하염없이 만들어 봐야 거기 참여하는 위원들 거마비 드리느라고 국민 등골만 휜다.

 

그리고 또 곳곳에서 눈물들은 흘러 내릴 것이다. 지극히 편파적인 내 눈물 또한 흘러 내릴 것이다. 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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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14:51 2005/12/30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