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남겨주신 분께

장문의 리플을 달아주신 kkk님께.

 

현재 전의경 비율을 볼까요. 의경이 약 65%, 전경이 약 35%. 그런데 진압나온 이 사람들을 언론이고 시위대고 시민이고 전부 "전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죠. 졸지에 전경취급 당하는 의경들의 입장에서는 기분나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경찰공문에서도 이들을 총칭해 "전투경찰순경"이라고 합니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상으로는 의경으로 지원되는 전투경찰까지 모두 전투경찰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단계적으로 의무경찰을 줄인 후 궁극적으로는 의경제도를 없애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경"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죠. 일단 이 부분을 먼저 짚어드립니다. 더불어 의경으로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군복무와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의경기간은 군복무기간으로 인정되고 전역증은 예비역 육군 병장으로 발급되고 예비군 훈련을 받죠. 당연히 4주 훈련 역시 군대에서 받고, 이 과정은 님이 표현하신대로 국방부에 속하게 됩니다. "전경"은 당연히 군사훈련을 겪구요.

 

행정부에 있는 동안은 군인이 아니라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앞의 제 글을 다시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의경은 다르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겠지만 바로 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것은 일종의 "대체복무"이고 거의 대부분이 시위진압 등에 배치되는 의경의 현실(90%가 상설진압부대로 배치되는)을 볼 때 행정부에 속한다고 해서 그들이 군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패가 있죠.

 

진압상황도 아니고 시위대가 있는 것도 아닌 평시에 길거리에 사람 돌아다니는데서 후임들 갈구고 얼차려 주고 심할 경우 구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상시적인 긴장이 그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건가요? 고참한테 맞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것과 시위대로부터 자기방어를 위해 긴장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나요? 이건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 논리이고, 그러한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나다니는 여성들을 보며 희희덕 거린다는 표현에 대해 전경들을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하시네요. 실제로 그런 걸 어떻게 하죠?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나 국민은행 앞을 지키고 있는 전경들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저도 한 두번 본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 님께서는 이걸 시위대들과 등치시켜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전경들에게 "니들도 짭새냐?"하고 비아냥 거리며 죽창을 휘둘러 대면 전경들이 지나다니는 여성들을 보며 희희덕 대는 것도 괜찮다는 논리인가요?

 

맨 앞에 신임들을 세우지 않는 것은 진압대뿐만이 아니라 군대에서도 마찬가지고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집회 시위 많이 나가봤지만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경우 중 맨 앞열에 있는 전경이 욱하고 튀어나와 시위대와 싸움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몸싸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가 보면 뒤쪽에서 지휘관이 나가서 주어 패라고 시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죠. 님 말씀처럼 명령에 따라 그렇게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깨쓰통, 화염병, 죽창, 각목 각종 말도 안 되는 무기들 사용하는 시위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 이루어졌던 "무석무탄 무탄무석"논의를 다시 해야합니다. 전혀 상황이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폭력시위대'에 대해 님이 법대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님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님은 그런 말씀을 하시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하였는가에 대한 고민은 해보셨는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님의 쪽글 속에서 님이 집회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얼마나 고뇌해보셨는가는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시위대가 때리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구요. 혹시 전경이나 의경출신이신지는 모르겠는데, 물론 시위 현장에서 흥분한 상태로 진압경찰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건드리는 사람들 분명히 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딪침이 감정의 골을 깊게 해서 결국 폭력을 부른다는 거 어느 정도 일리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전용철씨나 홍덕표씨가 왜 거길 가서 그렇게 싸웠을까를 생각해보셨습니까? 홍덕표씨 향년 68세입니다. 낼 모레 칠순인 분이 왜 짓던 농사 폐하고 여의도에서 손자같은 전경들과 몸싸우을 했을까요? 일부 빨갱이들이 선동을 해서? 술먹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그들에게 밥숟가락 놓으라고, 대책도 없이 그저 알아서 살라고 팽개친 정부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시위진압경찰, 가서 부닥칠 때는 원수같이 느껴지지만 하나 하나 뜯어놓고 보면 다 제 조카같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왜 이 조카같은 사람들이 할아버지같은 사람들과 피를 보아야 할까요? 단지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손주같은 애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니까? 그건 아니라는 것을 님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니죠. 어차피 시위진압을 하러 나온 그들 역시 언젠가는 노동자가 되고 언젠가는 농민이 되고 이 척박한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 구성원들인데 무슨 전생에 원수가 졌다고 길거리에서 서로 머리가 터지게 싸우고 불을 지르고 물을 뿌립니까?

 

그러한 구도를 만들어놓고 있는 근원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돌려야할 곳이 어딘지를 잘 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왜 싸우는지 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는 구절을 전경들은 무식하다고 하는 것으로 이해하셨나본데, 맥락을 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읽으실 때 메타포로 사용된 구절을 직설로 이해하시면 의미에 혼돈이 오게 됩니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맥락 전체를 확인하시면 님이 제기하신 문제는 자연적으로 오해였음을 아시게 될 겁니다.

 

"전투경찰순경"의 해체, 이미 의경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경찰차원에서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과정이고, "전경"은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해체를 해야겠죠. 그런데 경찰이 왜 의경제도를 해체한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혹시 이해가 되시나요? 님의 말씀대로라면 의경 없애면 죽창휘둘러대는 사람들 막을 사람이 없어지는대 왜 하필 경찰이 나서서 의경을 없애려고 할까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결정적인 이유로는 경찰 스스로도 님이 하시는 걱정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과도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 글 결론부 즉 "지금과 같은 구조의 전투경찰대를 계속 운영하는 이상, 집회시위의 진압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이 난무하고 사망사건이 일어나는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 님은 "지금과 같은 형식의 불법시위대의 먼저 시작하는 '폭력!'이 난무하는 한 집회시위의 진압과정에서의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고쳐라"라고 하셨습니다. 미안하지만 저 결론, 저는 전혀 바꿀 의사가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의 전투경찰대를 계속 운영하기 보다는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아픈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시위가 계속되고 싸움이 일어나고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 거리다가 결국 다치고 죽고 하는 이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것은 그 근저에 일촉즉발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폭력은 단지 죽창들고 찌르고 방패로 찍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가지지 못한 자의 마지막 속옷까지 벗기려고 덤비는 것 그것이 가장 두려운 폭력입니다. 님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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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9 21:26 2005/12/19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