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자기에게 상을 주자

인생이 항상 괴로운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항상 미간에 줄 긋고 사는 것보다는 될 수 있는 한 웃고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무 웃어서 그런가, 인생이 장난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기왕에 소풍나온 인생인데 웃다가 가야하지 않겠나? 천상병 시인이 그립다.

 

징글징글하게 지겨운 일상이 반복될 때는 가끔씩 자기 자신에게 상을 내리는 것도 괜찮다. 행인이 한참 마라톤에 미쳐 살 때, 일주일 동안 참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판단이 들면 스스로에게 상을 줬다. 상이라고 해봐야 별 거 없고 잘 차려진 밥 한 '상' 차려먹는 거다. 때때로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그게 잘 되면 그 때 역시 상을 준다. 똑같은 상이다. 밥상...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 줄 일이 없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뭘 바쁘게 하기는 하는데 결과는 나오지 않고, 일에 치여 살다보니 제발 일 좀 줄었으면 하는 바램만 가득하고, 얼핏 보니까 다 잘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죄다 내 게으름때문에 진척이 안 된 것 같고. 이럴 때는 상을 주기 참 뭐하다.



힘내라는 의미에서 격려상을 주는 거다. 음하하하하하... 격려상, 노력상... 옛날에 이런 상 꽤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주나? 아무튼 힘내라는 의미에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한 상 내줬다.

 

당사 바로 옆 건물 지하에 한정식집이 있다.

메뉴는 달랑 세 가지다. 나물쌈밥과 정식과 고기.

상을 줄 때 주더라도 과도한 상은 오히려 시건방이 들게 한다. 쥐뿔 잘 한 것도 없는데 상만 바라는 버릇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상도 적절히 줘야 한다. 상의 적절성은 밥값에서 결정된다. 가장 싼 메뉴는 나물쌈밥인데 6000원이다. 사실 이 정도도 행인의 입장에서는 과도한 밥값이나 기왕 상을 주는 거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하지 않겠나?

 

상추와 쑥갓, 깻잎, 고추가 주 재료인 쌈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나물데친 것이 세 가지 정도 나오고, 된장찌게와 불고기, 조기 한 마리가 나온다. 김치 두 종류가 곁들여지고 잡채와 계란찜 등이 함께 나온다. 왠만한 잔치상 부럽지 않다.

 

이 집 밥의 특징이 있다. 우선 잡곡밥이라는 거다. 콩, 흑미, 기타 잡곡이 섞여 있는 밥은 쌀이 차지고 맛있다. 잡곡을 꼭꼭 씹어먹으면 고소한 맛이 남다르다. 그 다음 특징은 밥을 다른 식당보다 많이 준다는 것이다. 일단 밥 공기 크기가 다르다. 왠만한 밥집 밥공기의 1.5배 정도가 되는데다가 밥도 꾹꾹 눌러서 알차게 내온다.

 

상추 등으로 쌈을 만들어 밥 넣고 불고기 얹고 된장 발라 한 입 집어넣으면 기분이 삼삼하다. 깨끗하게 마련된 재료들이라 먹기에 부담도 없다. 그렇게 차려진 상을 깨끗이 비우면 배가 째질라고 한다. 사실 요 근래 이렇게 많은 반찬 놓고 밥먹어본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밥 자체가 꽤 양이 되기 때문에 뱃속이 꽉 들어차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음식 남기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행인은 반찬 한 조각까지 다 털어먹어야 하기 때문에 배가 엄청 부를 수밖에 없다. 촌놈기질은 어쩔 수 없는 거다.

 

배가 꽉 들어찼는데, 결정타가 날아왔다. 누룽지를 주는 거다... 그것도 양푼으로 이빠이...

내온 음식 안먹을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또 누룽지 긁어 먹는다.

 

결국 잠이 쏟아진다. 등따숩고 배부르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법이다.

상이 과하면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고 했다. 지금 행인이 딱 그짝이다... ㅡO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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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19:12 2004/08/17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