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저리 주저리 하고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블로그를 다녀간 한 동생녀석이 뭐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 진지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왜 형은 대충 휘갈겨 버리는 거냐고. 음,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근데 왜 진지해져야하지? 뭘 또 치열해져야하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진지하고 치열한 척 한 것만해도 마빡에 쥐가 오를 지경인데, 왜 여기서까지 또 진지하고 치열해져야 하는 걸까? 진지하고 치열한 내용만으로 올릴 것 같으면, 아예 그러한 내용을 담은 전문 웹진을 만들던가, 홈페이지 빠방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훨씬 낳겠지.

 

뭐 변명을 하자면 이런 거다. 원래 이 블로그를 만든 목적이 그거였다고. 그저 일기장처럼, 그냥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가볍게 할 수 있는 곳. 무거운 주제들을 좀 더 가벼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쓸데없이 무거운 척 하고 있는 각종 잡스러운 일들이 알고보니 별 거 아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 이게 내가 이 블로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쥐뿔 무거운 것이 뭐 있겠냐? 이라크전쟁? 이거 원인이 뭐냐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열라게 떠든 적이 있다. 그 사이트 서버가 완전히 날라가는 바람에 글을 복귀시키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애통한데, 암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즉, 이라크는 석유전쟁이며, 특히 중동을 관통하여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뻗어나가는 송유관의 루트를 확보하고 이라크와 이란 일대의 석유관할권을 지배하여 자원무기화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것이고, 유로와 달러의 전쟁이며, 러시아 및 중국의 확장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작업이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의 적대감을 억압하려는 것이었으며, 미국의 이해에 따르지 않는 위험국가들을 신속하게 억제하기 위한 군사전략적 차원의 일이었다 등등...

 

그런데 이렇게 각종 이야기를 해놓았어도 정작 결론은 하나다. 부시가 닭대가리이기 때문이다. 그넘이 좀 더 똑똑했으면 아마도 앞에 나왔던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아주 세련된 짓거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세련됨이 구사되지 못했던 것은 긴박한 국제정세의 동향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부시의 대가리가 닭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국익론" 역시 마찬가지다. 국익이 뭐냐 이런 거 가지고 굉장히 머리 아프게 고민을 해봤지만 정작 이 문제때문에 고민할 일이 아니다. 사실은 상고출신이면서도 계산기를 두드릴지 모르는 그 닭성에 문제가 있다. 그런 계두지행(鷄頭之行)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다루는 것도 참 난감한 일 아닌가??

 

하긴 이런 닭짓이 소소한 일에서 발현되면 그저 한 번 씩 웃어주고 말일이다. 그런데 이 닭짓으로 인하여 수천만명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 그게 문제다. 그래서 그 동생녀석의 말마따나 왠만큼 진지해질 필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안 진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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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6 14:50 2004/08/16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