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한 때, 술이 없는 세상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산 적이 있었다.

박카스의 후예를 자처하며, 달 따러 퐁당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우화등선했다는 주태백을 모범으로 삼고, 술 한 잔에 사랑을, 술 한 잔에 인생을 논하는 등 온갖 주접을 다 싸며 살았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관이다.... 쩝

 

그러던 그 술을 2001년 2월 8일부로 끊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물었다.

혹시 어디 아프신데라도...

혹시 술처먹고 큰 실수라도...

 

물론 전혀 아니다.

only, 오로지 이유가 있다면 그냥 끊고 싶어서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왠만한 대한민국 인간들이 평생 퍼마실 술의 평균양은 이미 퍼마셨다고 생각하고, 그동안은 못해본 것 해보는 낙에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하던 거 끊어보는 맛에 살아보자는 이상한 결기가 작용했던 점도 있다.

암튼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술을 못하는 행인을 보면서 저 쉑이 뭔가 과거가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통에 나름대로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 어쩌다 한 번 씩 해봤다.

그래서 이제 그 조치를 시작하려 한다.

 

아마 이 땅의 많은 주당들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퍼먹다가 벌어진 헤프닝은 거의 비슷할 것이고, 이야기를 듣다보면 "앗, 이거 내 이야기 아녀?" 이런 분들 더러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사해동포아닌감? ㅋㅋㅋ

 

행인의 친구넘 하나가 행인의 단주선언을 듣고 나서 한 전화가 걸작이다.

"개가 똥을 끊지 니가 술을 끊냐?"

그랬던 그 친구가 요즘 이렇게 이야기한다.

"개가 똥을 끊는 기적을 살아생전 보게 되었다...."

 

그렇다.

개가 똥을 끊는 기적도 이 땅엔 가능한 것이다.

그 기적에 버금가는 행인의 금주 역시 현존하는 현상이다. 아아, 이 감동이여...

 

어쨌든 과거 술과 관계된 행인의 기행을 이제 하나 하나 정리해볼까 한다.

이러다가 갑자기 술 생각이 나면 어쩌나 고민도 되지만, 이제 어떠한 회유와 도발에도 술잔을 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므로 과감히 행인의 과거를 고백한다.

 

흠흠...

어쨌던 여기 글은 카피레프트다.

퍼 가셔도 상관 없으나, 행여 이 블로그에 기록된 행인의 과거를 자신의 과거와 동일시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행인의 소망이라면 소망이다...

 

기대되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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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2 13:06 2004/07/12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