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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메이데이

보스턴 이웃들이 나만 쏙 빼놓구 모두 걷기 대회( [Walk for Hunger 2005] )에 가버렸다.

흥!!! 

나는 혼자서 보란듯이 씩씩하게 (ㅜ.ㅜ) 이주 노동자 집회에 갔다. 

속한 조직도 없이,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구경꾼으로 서 있자니 기분이 참.....

 

여기 미국은 9월 첫째 월요일이 공식적인 노동절이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International Workers' Day"라고 부르면서 뉴스에서는 외국의 노동절 행사 소식을 보여주는 정도... 오늘 행사도 여기저기에서 열리는데, 중앙 단위에서 기획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지역 조직들이 함께 모이는 정도...

 

행사가 열리는 코플리 광장(Copley Space) 맞은 편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공공 도서관. 광장 주변에는 튜울립 꽃이 예쁘게 피어있고 사람들은 한가로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서 쉬고 있다.

 


 

행사장 앞에는 이 근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트리니티 교회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시작 시간이 이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썰렁한 풍경이다.

 




집회장이면 빠질 수 없는 각종 선전물 판매 코너... 구경하고 있자니 신문 팔던 아저씨가 친절하게 다가와 자기네 기관지 구독하란다. 1불 아끼려고 커피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한테 그건 좀 너무한 요구가 아닐까 싶어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당"으로 활동하냐고 물어봤더니만 자기는 "사회당" 소속이란다. 그러면서 다음 의회 선거에서 지지를 부탁한다며 찌라시를 나눠주길래, 이 후보자가 사회당 후보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사회주의 노동자당" 후보란다.  알고보니 보스톤에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수많은(?? 좌파 정당이 존재한단다. 거 참....... 

 

 


 

한 젊은이, "삐딱하니 자꾸 질문하는 할배"(낯익은 설정)에게 미국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장 문제.. 역시 단연 이슈다. 공공 부문, 서비스 업종 노동자들로 구성된 SEIU 소속 노동자들이 노조 잠바를 입은 채 현수막을 들고 있다. 등에는 "모든 이를 위한 의료 Healthcare for All" 이라고 써 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 본 행사 시작. 그에 앞서 잠깐 Tufts 대학 학생들의 문화공연이 있었다. 아프로 쿠반 스타일의 음악과 춤이라는데 흥이 나더구만...

 


 

행사라고 해야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여러 단체에서 기념사와 결의 등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특이했던 것은 이주 노동자 행사고 특히 중남미 노동자들이 많은 관계로 사회자가 2개국어를 하더라는... ㅡ.ㅡ 영어도 힘든데 스페인어까지 쏼라쏼라...

이주노동자들의 사회보장 문제와 정당한 법적 지위 획득이 가장 큰 문제이고, 특히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지 심각한 이슈였다. 운전면허가 없다는 것은 신분 증명을 할 수없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런 법적 보호와 지위를 가질 수 없다.

AFL-CIO 간부를 비롯하여 각종 이주 노동자 단체들에서 나와 연대사를 했는데.. 놀라운 것은 보스턴 시장인 Manino (사진 속의 뚱뚱한 아저씨)가 나타난 것이다. 이민자에게도 운전면허를 발급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지원을 해 달란다. "심지어" 유타 주(보수적이라고 널리 알려진)에서도 이를 했는데, 우리가 못 한다는게 말이 되냐고.... 작년인가? 재작년? 대의원대회에서 여성할당제에 관한 토론이 한창일 때, 한 대의원이 "한나라당도 한다는데 민주노동당이 못한대서야 말이 되느냐"하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던 기억이 새삼 ㅎㅎㅎ

어쨌든 노동자들...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연설자 중에는 브라질 출신의 신부님도 있었다. 첨 인사말만 영어로 하고 나머지는 포르투갈어로 해서 뭔지 알 수가 없지만, 그 전의 인사말로 미루어보건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디로 지원을 요청해라.. 이런 안내 겸 격려인 듯...

 


 

뭐 하여간...

분위기는 슬렁슬렁.. 뭔가 조직되지 못하고 엉성해보이면서 웬지 치열함과 긴장이 없어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참가자들이 정말 즐거워하고 자유로운 연대를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기는 했다. 역시 마지막에는 투쟁기금함이 돌아다녔는데, 거금(ㅜ.ㅜ) 10불을 투척하면서 혼자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이제는 돈으로 운동한다. 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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