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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과 원칙 사이

기본적인 원칙을 강건하게 지켜나가는 가운데,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전진'에 대한 목표를 잊지 않는다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현실 세계 속에서 이 문제는 좀처럼 분명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또, 거대담론으로서의 진보와 일상 정치에서의 진보가 항상 함께 가는 것도 아니다.

 

현실성, 유연성을 이유로 들면서

일상의 가부장과 권위에 순응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치일텐데 그것을 전술적으로 잠시 접어둘수도 있는 것인양 취급하는 모습을 요즘 많이 본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그깟" 전향서 한 장의 무게가 무엇이길래, 저들은 그 고통을 감내했던 것일까?

 

엊그제 일본어 수업 중에 선생님께서 예전에 아들 출생신고를 하면서  '소화@@년' 이 아니라 '서기@@년'이라고 쓰기 위해 공무원과 얼마나 실랑이를 벌였는지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싸움에 져서 '소화'로 표기했던 일이 아직도 속상하시단다..ㅡ.ㅡ

나도 주민등록증을 안 쓰려고 필요할 때마다 여권을 제출하고 들고 다니면서 실랑이를 벌이고 불필요한 설명을 하느라 고샘했던 기억,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면서 뒤통수가 따가웠던 소소한 기억들이 있는지라,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런데....

대개는, 고루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비춰지겠지만,

그래도 짧지 않은 (?) 인생 돌아보건데, 유연성보다는 원칙이 우선인 것 같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것도 우습다. 

 

물론, 하늘에 한점 부끄럼 없는 원칙적인 삶이라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겠지만,

그나마 최대값을 지향해야, 최소값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삶은, 사실 많~이 피곤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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