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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지 않은 지구멸망의 예언...

기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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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은 지구에 아무런 불상사도 생기지 않았다네...

영화 <멜랑콜리아> 같은 위험하고 매혹적인 광경은 결코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지.......ㅡ.ㅡ

 

한해가 저물고 새로 시작된다는 것이, 인간들의 인위적인 구분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자연의 '주기'가 담긴 것이라, 또 그것에 맞춰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내다보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듯....  이렇게라도 안 하면, 엄청난 속도에 휘둘려 내 인생을 내가 산 것 같지 않은 기이함에 빠져들고야 말지...

 

 

# 2012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 정치적으로...

 

이런 꼴을 볼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무더기로 보았던 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당은 만신창이가 되고,

소위 '진보'는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폭을 계속하고......

진보정당 당원이 된 이래, 이토록 난감하고 무력했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지.

통 연락하지 않던 행인님에게까지 문자를 보내 고민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특히나 대선정국에서 나는 주위의 누구에게도 내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용감하게 주장하지 않은 것은 나로서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킨 행위였다고 생각함.... ㅜ.ㅜ  

 

@ 죽음이라는 키워드...

 

이재영 국장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심란한 대선을 앞두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먹먹했음.

뭔가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생각도 들고....

 

후배 J 의 죽음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휴대전화 속 그의 연락처를 지울 수 없는 건, 

살고자 욕망했던 그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뿐 아니라, 그와 공유했던 시대의 경험들이 오늘날 이런 찌질한 현실로 남게 된 것이 너무 허무하고 속절없이 느껴져서일 수도....

 

에릭 홉스봄 할배야 워낙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으니 '안타까움'이야 없지만

역시나 한 시대의 끝을 실감케 하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심란함이....

 

그리고, 잠깐 손놓고 있던 자살 관련 연구를 재개하면서,

일년 내내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음... 

 

@ 새로움...

 

어두움만 있었던 한 해는 아니었음

 

사당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출퇴근 시간을 좀더 여유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네...

햇살을 맞으며, 한적한 대로를 걸어 일터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여...

다만 아쉬움이라면.... 지하철 타는 일이 줄면서 독서량이 급감했다는... ㅡ.ㅡ

글고, 동작구도서관에는 책단비 서비스가 없다는 것도 독서량 감소의 기여요인...

하지만 독서의 가장 큰 적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어른패드... ㅜ.ㅜ

이 마법의 기기는 블로그 포스팅 습관마저도 앗아갔지... 

 

드디어 일본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빅뉴스!!!

비록 말 한마디 못하지만서도, 떠듬떠듬 책을 읽으며 일본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시 한국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쁜 일이었지...  

국제연대활동이라며 무보수로 성실하게 가르침을 주신 미야우치 선생님께 그저 감사드릴뿐!!!

선생님이 매주 사무실로 와주시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일정 핑게로 수업을 그토록 꾸준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여...

 

새로운 음식 만들기에도 도전했던 한 해...

쑥버무리도 만들어보고, 가지나물, 곤드레 나물밥, 인도식 커리, 단호박 죽....

내년 봄에도 쑥버무리 배터지게 해 먹어야지 ㅋㅋ 삼베 보자기까지 샀다구!!!

 

@ 풍성한 정서적 경험들...

 

한 달에 한번씩 나들이 계획을 세웠는데,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이 놀러다녔음 ㅋㅋ

나의 옛 친구들은 맨날 놀러다닌다고 팔자좋은 인간이라고 비난하고,

업무 영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워커홀릭인 줄 아는 기묘한 이중생활.. 훗...ㅋㅋ

 

오로라 탐험이라는 엄청난 일정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이후 부석사와 무섬마을, 상원사/월정사/오대산숲길,  강릉과 동해, 변산반도와 김제금산사, 군산..

심지어 강릉 여행은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효도까지!!! (뜻하지 아니한 안보관광..)

비록 발표준비와 미팅일정 때문에 바쁘기는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도 다녀오고

아직 정리는 못한 뉴질랜드 남섬 여행도 무사히 완수....

 

공연 또한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감상...

델리스파이스, 넬, 브로콜리 너마저, 이자람의 사천가와 억척가...

 

아쉬운 건 오로지 책.... ㅡ.ㅡ

 

@ 놀기만 한 건 아니여....

 

연구소에 중요한 인적 변화가 생겨서, 노건연 집행위 활동은 일단 접고 연구소 일에만 집중했던 한 해...

이런저런 실천적 연구과제도 몇 가지 수행하고, 

나서기 엄청 싫어하는데 할 수 없이 토론회에도 몇 번 나감.. ㅜ.ㅜ

 

"**연구회" 를 통한 노동자 지원활동을 꾸준히 했고,

일부 긍정적인 성과들과 논의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뿌듯 ...

 

연구소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전문가로서인지, 조합원으로서인지 애매하지만 공공노조 활동에 기여한 것도 뿌듯...

 

장시간을 끌던 논문 하나를 드디어 쫑내고 (ㅜ.ㅜ)

밀려있던 과제를 털어버릴 수 있는 조력자를 구한 것도 연말의 큰 성과... 

 

찻집 방담에만 머물던 공공성 문제를 드뎌 세미나로 조직화한 것도 나름의 성과임...

물론,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시즌 2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대 과제가 남겨져 있음 ㅋㅋ

 

강의하는 거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

사회역학을 널리 알리겠다는 나름 숭고한 목적으로 ㅜ.ㅜ

K 대 강의도 한 학기나 해주고, S 대학이랑 H 재단에도 몇 차례 강의...

심지어 천안과 부산도 한 차례 뛰었음...ㅡ.ㅡ

내년에는 좀 은인자중...

 

 

@ 총평하자면....

 

나름 다사다난...

정치적 영역을 제외하면 (ㅜ.ㅜ)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있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던 한해...

하지만 허송세월도 많았고, 특히 어른패드 때문에 글쓰기와 책읽기가 게을러지면서

바보될 뻔한 위기에 처한 한 해이기도 했음.... 이러지는 말자구.....

 

 

# 다가오는 새해에는...

 

흔히들 작심삼일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지킬 수 있는 결심을 대개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음 ㅋㅋ

몇 가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자면...

 

1. 일본어 공부 꾸준히 하기

지금 읽는 '관전사' 마저 다 읽고, 복지정치 제도의 진화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좋겠음. 잠깐 방통대 등록도 고민해봤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라는 자각...  

 

2. 책읽기와 블로깅 다시 열심히...

퇴근 후 여흥용으로 어른패드 만지작 거리는 시간 줄이고,

매일 최소 한 시간은 책읽기나 글쓰기를 하자구...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닌데....ㅡ.ㅡ

 

3. 멈추지 않는 나들이

한달에 한 번 나들이가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쉬운 일을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신경을 써야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사수할 수 있다는게 경험으로부터의 학습...

 

4. 신체활동량 증가...

극한의 날씨가 아니라면 걸어서 출퇴근을 꼭 지키자구!!!

점심시간에도 청권사 나들이나 서리풀 둘레길 정도는 돌고 오는 것이 올해의 목표...

 

5. 밀린 원고들 털기...

지금 밀려 있는 논문이랑 보고서 후딱 털고 새로운 글 좀 써보자 ㅡ.ㅡ

상반기에 모두 터는 것이 목표!!!

 

6. 도전: 대금 혹은 도시농업....

바로 아파트 정문앞에 대금 교습소가 있는데도 어쩌지 못했던 이 가련한 신세라니...

다음 주에 알아보고 2월부터 시작해볼 생각임...

동작구에서 열리는 도시농부학교 참여해보고 싶은데 여름부터 시작임... 일단 연구소 워크샵 통해 올해 업무량과 활동량을 가늠해본 뒤에 결정해야 할 듯...

 

7. 정치/사회활동....

이건 개인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진보정당 활동은 뭐가 되었든 좀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ㅡ.ㅡ

전반적으로는 '은인자중'과 '부동의 평정심'을 모토로 삼아 조용하고 신중한 몸가짐을 갖겠다는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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