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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책 정리2

#. 피터 도베르뉴 [저항 주식회사]

 

저항 주식회사 - 진보는 어떻게 자본을 배불리는가
저항 주식회사 - 진보는 어떻게 자본을 배불리는가
피터 도베르뉴 외
동녘, 2015

 


책을 읽으면서 가장 두드러진 감정은 어이없게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어 ㅠㅠ


데이비드 하비 할배의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에도 나오듯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후퇴나 국가폭력 증대는 한국만의 예외적 후진성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내포된 하나의 과정... 자본주의 고도화는 세련된 소비문화로의 포섭이 다가 아니며 항상 어느 지점에선가 폭력을 동원하게 된다는 점.

물론 이걸 안다고 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해서 위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님 ㅠㅠ
한 때, 어쨌든 형식적 민주주의를 전취하면서 이것이 영원불멸할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실수였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며 착잡....

 

전반적으로, 좌파 정치정당이나 전통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정치 리더십 경험이 부재한 미국의 자유주의적 운동경험에 대한 편향이 강하긴 하지만 문제의식에는 크게 공감.... 근데 어쩔껴???? ㅠㅠ

 

* 급진주의 운동의 쇠락을 가져온 큰 흐름 진단에 완전 동의 - 1) 기업화의 정치 ㅡ 기업처럼 보기, 2) 안보를 빙자한 탄압, 3) 사회적 삶의 사유화 ㅡ 반체제 활동의 하부구조 변화, 책임의 개인화 , 사회적 시민성의 위축, 4) 운동의 제도화 ㅡ 비영리산업복합체

 

1) 기업화의 정치


운동 기업화의 흐름을 세 가지로 요약. 첫째, 대기업과의 동반자 관계 증가, 둘째, 자본가의 자선 활동과 기업형 모금에 의지, 셋째, 시장의 병폐에 대한 해법으로서 국제무역과 대중 소비를 포용

"이제 기업화된 운동은 생산효율성, 기업투명성, 기술진보를 조심스럽게 지향"하지만 "이는 사회적 갈등에 휘말려 삶의 조건이 파괴되고 있는,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자본주의의 '느린 폭력'에 자기도 모르게 힘을 보태는 일"

 

근데 이게 참 애매한 것이.... 이게 어찌 보면 운동의 발전으로 볼 수 있는 측면들도 있고, 또 unintended consequences 성격이 강해서리.... 평범한 시민들에게 운동의 장벽을 낮추고 보다 폭넓은 대중 접촉면을 만들어낸다는 측면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운지라...  결국 중요한 갈림길은 '진심'과 '진정성'인데 이걸 또 누가 판단한단 말여... 물론 모든 운동이 이런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저자의 우려대로 심각한 문제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게 낫다'라는 생각이 팽배한 요즘은 아쉽지만 뭐 이거라도 하는 걸 격려해야 하나... 이럴 정도로 나의 눈이 낮아졌음 ㅜ.ㅜ

 

2) 안보를 빙자한 탄압


"불만세력들을 감시하는 국가권력이 증대하면서 비판집단은 고립되고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며 한편으로 "동시에 운동의 기업화가 강화되고, 협력적인 집단들은 국가안보에 '안전한' 세력이라는 지위로 보상"

맥닐리의 지적에 의하면 "시민사회 참여는 '주류의 신망을 얻고 하찮은 군중이나 폭도로 보이지않기 위한 ' 방편을 통해 예의를 갖추는 행위에 가까워지고 " 있음

 

한국사회는 이보다 조금 복잡해서,

연이은 두 정부의 또라이짓에 '온건하던' 단체들마저 급진적으로 변해가는 양상과,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은 순치화 양상이 동시에 발전하고 있는 듯.

 

3) 사회적 삶의 사유화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라이트 밀즈가 이야기했던 바 개인의 경험을 공적 이슈로 전환하기는 커녕 사회적 이슈가 모두 개인화되어 그 해결책은 각자 도생이라는 무간지옥 ㅠㅠ 이것이야말로 오늘 날 한국의 현실.....


"더이상 변화의 정치는 노동과 지역사회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고 사회운동 내에서 우정과 신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대의명분에 합류하려는 경향"

사실 이건 "깃발내려" 사건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는데, 이 '개인으로서의 참여'라는 것이 결국  '순수한 시민운동'과 '불순한 정치운동'에 대한 구분에서 탄생하고 또 이를 강화시켰다고나 할까....

 

4) 운동의 제도화


"비영리산업복합체"라니... 한국사회만 놓고 보면 좀 과한 개념같지만 또 전지구적이나 서구사회 보면 악히 과장도 아닌듯... "존립을 위해 주민이나 회원들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이들에 대한 책임도 느끼지 않음 오로지 펀더의 견해와 의중이 중요함 ㅠㅠ

이는 뒤지어 말하면, 투표를 근간으로 하는 대중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고, 기업과 부자들을 과대대표하게 된 미국 상황을 고발한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시민사회 버전... ㅡ.ㅡ


비영리산업복합체 특징은, 첫째 기업후원 증가, 둘째, 하향식 관료주의 체계에서 일하는 운동가의 숫자 급증, 셋째, 관리통제주의 문화 강화되며 자제와 순화의 가치에 대한 믿음 심화된다는 점.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운동의 제도화에 가장 강력한 반대자로 활동해왔지만, 그 결과는 슬프게도 운동의 기업화, 탈중심화, 국지화 ㅠㅠ
 

수십억 원의 수입에 수천명의 활동가 혹은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조직의 재정 상황과는 비교할 건덕지가 없지만, 한국에서도 '제도화'의 문제는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음.

 

#. 오준호 [세월호를 기록하다]

 

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미지북스, 2015

 

 

정말, 안타까움에 눈물보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음과 무능, 얼렁뚱땅에 한숨, 짜증이...

이 마당에서, 인권을 논하는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오늘날 가장 시급한 것은 '근대화'의 과제 아닐까 싶음.

인간에 대한 사랑이고 고귀한 희생정신이고 다 필요 없이,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필요해보임.

 

세상에, 차라리 그 어떤 거대한 악의 세력이나 음모라도 있었다고 하면 오히려 위안이 되었을까.... 이렇게 한심한 상황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갔고, 그토록 많은 슬픔을 우리 사회에 던져 주었다니, 정말 그저 어이가 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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