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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 탈취에 의한 축적

#.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신자유주의 - 간략한 역사] 한울 2008

0. 개념의 인플레 현상 덕분에,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막상 정색하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정리된 모범답안? [Commanding Height]와 쌍을 이루어 읽는다면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칠레, 영국,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둘러싼 이 상반된 두 가지 해석이라니!!! 예전에 [commanding height]를 보면서, 이건 아니잖아... 라고 땅을 치면서도 막상 나의 목소리로 정확하게 비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콕콕 찝어주니 앗싸... 1. 해미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디, 둘다 뜨끔했던 것은 '우리'의 리버럴한 성향에 대한 하비의 통렬한 지적... "사회정의의 추구는 사회적 연대와 더불어, 사회적 평등이나 환경정의를 위한 좀더 일반적인 투쟁과정에서 개인적 욕구, 필요, 욕망을 유예할 수 있는 자발성을 전제로 삼는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욕구와 필요, 욕망을 유예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지만, 소위 리버럴좌파 (혹자는 날나리 좌파라고...)들의 건전한 의도와는 달리 '자유지상주의적' 태도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논리에 적극적으로 포섭당하고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ㅡ.ㅡ 2. 저자는 그냥 자유 일반이 아니라 '어떤' 자유인가라는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시민권/자유권 중심의 인권 개념을 비판한 것도 좋은디, 사회권에 대한 관심이 이미 진보진영 내에 폭넓게 공유되고 있음은 아직 잘 모르시는 건지... 혼자 너무 답답해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 3. 결국 신자유주의의 전략은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탈취에 의한 축적', 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계급권력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로 요약될 수 있으며, 내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전지구적 피라미드 혹은 돌려막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결코 약속한 대로의 성장을 가져오지도 못했고, 다시금 또다른 위기를 노정시키고 있다. 4. 밀턴 프리드만의 [capitalism and freedom] 을 읽으면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상적인 최소 국가의 가능성을 하비는 쎄게 비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국가의 '실제'라는 별도의 챕터로.... 전반적으로, 이 책은 수식 현란한 본격적 경제학 서적이 아니고,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철학 혹은 역사서도 아니면서, 딱 내 수준의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폭넓은 이슈들을 잘 개괄해주는 '개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국가에 대한 논의도 그래서 이해하기 쉬웠다. 5. 남한사회에 대한 평가는 다소 혼란스럽다. 신자유주의적 의제가 다소 완화되어 적용된 것으로 평가하는데, 여기에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발전주의적 전략과 노동계급의 저항(?)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어찌 보면 장하준 교수의 국가/재벌 주도 경제발전 옹호와 맞닿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노동운동의 조직력을 감안할 때 그 힘이 과도하게 평가된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해외의 좌파들은 한국의 노동, 사회운동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혹은 인색하게 한국의 운동을 평가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에 비해 과도하게 포장되어 알려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6. 예언 혹은 예측 신자유주의가 내적 위기로부터 도출된 대안들 - 이를테면 신보수주의, 질서와 도덕의 강조, 국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법'의 전면화 -을 읽고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자면, '아, 이거 딱이잖아, 쪽집게네' 하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그니까, 어쩌면 현재 한국사회의 퇴행은 우연한 돌발이라기보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것이라는 말씀... IMF 구제금융 이후에 [세계화의 덫]을 읽고 '아니, 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이 외환 위기가 올 것을 다 알고 있었구나. 이럴수가!' 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측면에서 마찬가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적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가 그토록 강조해마지않던 '시민적 자유'의 공공연한 퇴조를 지적하는 글을 보고 있자니, 이거 원... 7. 대안 진단과 분석과정은 장구했지만, 예상대로,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대안을 주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그 대답이야 독자들, 그리고 역시 운동의 몫이 아닐까 싶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거세다 했어도 그 양상은 국가, 그리고 내부의 계급구조, 투쟁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발전도, 위기도 불균등하더라는... 그래서 영국, 미국, 멕시코, 한국, 스웨덴에서 공통점도 있지만 중대한 차이점도 존재할 수 있었다. 결국은 저항과 운동... 그로부터 또다른 '동의의 구축'! * 포스팅 내용과는 관계없는 사족이긴 한데... 맨날 시시껄렁한 이야기만 쓰니까, 제가 요즘 몹시 한가하거나 행복에 겨운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으신듯해요... 아.니.랍.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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