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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 책...

병든 사자가 풀을 뜯어먹듯 마음이 병든 자만이 책을 읽는다 했거늘... #1.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멸종] 오멜라스 2009

시간이동, 바이러스, 공룡 멸종, 외계생명체... 소위 SF의 핫 아이템들이 모두 들어있는 소설이다. 공룡멸종의 놀라운 비밀(?)을 주제로 담고 있다. 예전에 재미나게 보았던 일본만화책 [괴수대백과 사전]이 고질라의 존재불가능성을 논증했던 것과 같은 논리를 가져왔다 ㅎㅎㅎ 원저의 제목 [End of an Era]를 잘 살렸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딱히 중요한 대목은 아니었으나 기억해둘만한 문장이라면, 13세기 이탈리아 시인이 이야기했다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는 도덕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했을 때 중립을 지킨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2.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미래 2002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건 비단 남녀간의 사랑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다른 이의 미덕보다는 악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라, 차라리 서로를 잘 모르는 게 관계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오랜 기간에 걸쳐 삶을 공유한 후에 배신과 상처가 아닌, 믿음을 얻었다면야 모를까... 이전에 읽었던 보통의 책들에 비해, 좀 공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보통이 이 책을 썼을 때 약관 20대였다. 그 나이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통찰력이기는 하다. 너무도 가깝기 때문에 차분하게 관찰하기 어려운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이렇게 한발 떨어져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말이다. 허나, 그닥 추천할만큼 좋은 작품이 아닌것만은 분명.... #3.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행복의 지도] 웅진 지식하우스 2008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매일 우울하고 불행한 소식만을 전하던 기자가, 행복의 비밀을 찾아나선 엉뚱한 여행담... 이 썰렁하고 해학적인 글들 곳곳에는 저자가 발견한(?) 행복비법들이 숨겨져 있다. 저자는, 이토록 불행으로 가득찬 것같은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기자와 철학자 탓으로 돌렸다. 특히 철학자 ㅎㅎㅎ "... 그러나 진정한 악당은 바로 철학자다. 유럽 출신의 음침한 백인 남자들. 그들은 온통 검은 옷을 차려입고,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고,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카페에서 혼자 놀며 우주를 생각하다가 '짠!'하고 결론을 내린다. 우주는 불행한 곳이라고. 우주가 불행한 건 당연하다. 다시 말해서, 외롭고 음침하고 피부색이 창백한 백인 남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18세기 하이델베르크의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먼훗날 세상에 태어나 불루밍턴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철학개론 수업을 들어야하는 녀석을 괴롭힐 요량으로 길고 산만한 독설을 쓰지 않았다." "우리는 행복을 성취하고 싶어하지, 그냥 행복을 경험하기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심지어 불행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불행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행복을 진심으로 음미하기 위해서" "... 행복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이니 공동체적 유대감이니 상대적 소득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빼버리면, 행복도 선택이 된다. 쉬운 선택도 아니고 항상바람직한 선택도 아니지만 선택인 건 맞다. 잔혹한 기후와 철저한 고립 앞에서 아이슬란드인들은 절망 때문에 술독에 빠져 사는 삶을 쉽사리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가 돌아본 나라들에서 얻은 교훈들은 기존의 행복 (happiness), 주관적 안녕 (subjective well-being), 삶의 만족도 (life satisfaction) 에 관한 계량적 연구에서 얻은 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관용, 신뢰 (가족같은 배타적 혈연 뿐 아니라 얼굴 모르는 이웃들과의 연대감, 타인의 삶에 대한 공동 책임감), 관계와 초월, 실패의 인정 (이건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정신줄 놓기 (이건 좀 아니야!), 우울과 염세를 인정하고 즐기기 쯤? 허나, 그렇게 모두들 아는 것 같아도,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진 세상 사람들의 모습과 저자의 껄렁한(^^) 해석을 읽다보면, 내가 요즘 진행중인 계량적 분석이 얼마나 제한적일수밖에 없는지..... ㅡ.ㅡ 아참,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단 하나의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다음 생에 부탄의 개로 태어나고 싶다." 나도 ㅎㅎㅎㅎㅎ 오늘 어린이날! 주먹도끼는 삼계탕을, 노가다 장은 맛난 커피를 사주었다. 행복했다 ㅎㅎ 그리고 츄파춥스는 '웃는 빵'을 선물로 주었다. 빵은 행복해보였다... 씨익 웃고 있다... 나도 행복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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