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딩턴2 (폴 킹 감독, 2018년)
나의 심장을 빼앗겼어...
이 영화 비판했다가는 너무 모질고 나쁜 사람 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은근 블록버스터라서 손에 땀을 쥐고 본 데다, 예상 가능한 감동 포인트에서도 어찌나 또 우직하게 감동적인지... 나이브하다고 코웃음쳐버리기에는 그 우직함 때문에 정말로 정말로 설득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창문닦기 알바 할 때나, 도둑이랑 조우해서 추격전 벌일 때, 기차에서 추격전 할 때 정말 현웃 터진 건 나만은 아니었음. 특히나 시럽사과를 발가락에 끼우고 기차 천장을 걸어다니고, 브라운 아저씨 다리 찢으면서 오픈 유어 마인드 할때, 브라운 아저씨네 부부가 피닉스 집 털다가 들켰을 때 나 정말 웃겨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구 ㅋㅋㅋㅋㅋㅋ
원래 핑크 엄청 싫어하는데, 흉악범들을 핑크 플라맹고로 만들어버린 그의 실수에 아이구야.. 이렇게 따뜻한 색이구나 ㅋㅋㅋㅋ 가족들이 너를 잊을 거라고 했는데 마침 면회날 제 시간에 오지 못했을 때 패딩턴의 표정은 정말...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구...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그리도 절묘하게 조합되고, 배우들의 원래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나도 맞춤옷처럼 맞아들어간 데다, 아 패딩턴의 그 귀염귀염 표정과 털의 감촉..... 빠져들고 말았잖아....
나야 패딩턴 동화 보고 자란 세대가 전혀 아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의 동화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지 악명이 자자하지만 (로얄드 달을 보라지), 그걸 이렇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살려내다니 정말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 블랙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 2018년)
와 나 정말 감동먹음 ㅠㅠ
힙스터 반영웅(anti-hero)이 대세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이토록 진중한 정공법의 영웅서사라니... 그 고귀함에 엎드려 절할뻔 했음 ㅠㅠ
아프리카 전통 문화에 대한 존중과 그들 역사에 대한 위로, 현재 미국에서 흑인들이 처한 현실과 자존의 힘을 자기 연민없이 조롱과 냉소 혹은 허튼 자문화 우월주의 없이 이렇게 담아낼수 있는 거였구나...
후반부 LA 그 현장에 다시 왔을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흑인 아이들의 모습, "부품 떼어다 이베이에 팔자"는 대사는 그냥 가벼운 농담도 아니고 조롱도 아니고.....너무 슬픈 대사이지만 그걸로 또 끝내지는 않는다는게 미덕. 유엔연설에서 우리가 동포들을 직접 돕겠더고 했을 때 난 정말 이게 현실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니까 ㅠㅠ
우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해오던 전통을 이토록 멋지게 벗어던지고 세상밖으로 나가는 모습 너무 좋았다구...
여자들은 또 어찌나 멋진지...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내는 여캐들에게 반해버림.... 오코예의 그 결기와 슈리의 거칠것 없는 재기발랄함.... 오코예가 부산 클럽에서 가발 집어던지며 썅 할 때 와우 반해버렸네 ㅋㅋ
그리고 예비 시어머니인 왕비가 나키아에게 네가 허브를 먹고 싸우라는 장면도 꽤나 인상적....특히 슈리는 정말 한 세대의 흑인 소녀들이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줄 것 같음. 최근에 나온 분석 보면 현재 30대 여성 STEM 분야 종사자들이 스컬리를 롤 모델로 하면서 자랐다잖아...
이 영화가 빈곤 지역 흑인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 대중문화 속에서 긍정적 표상과 롤모델을 찾고 뿌리 뽑힌 삶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여... 그런 면에서 여캐들이 백인의 옷차림, 백인의 해어스타일과 매너가 아니라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정말 너무 좋았음...
킬몽거의 남겨진 삶에 대해서는 정말 한없는 연민이....
그가 연옥 어딘가에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화해도 없고 위로도 없고 그저 회한만 가득 ㅠㅠ
그러고보니 치탈라가 아버지를 만나던 보라색 오로라 드리워진 사바나의 풍경과 나무에 걸터앉은 흑표범들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네... 음바쿠네 부족이 살고 있는 설산의 대나무 발이 드리워진 공간설계도 너무 좋고...
아프리카에 남겨인 흑인들과 풍요 속 소수자로서 미국 흑인들이 갖는 미묘한 차이와 갈등, 서로에 대한 인식 세계, 헤어/의상과 음악스타일까지, 내가 그 겹겹의 역사를 어떻게 감히 이해하겠냐마는, 최소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너무나 알것만 같고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음..
뜻밖에, 골룸/스미골과 빌보 배긴스 투샷에 나 혼자 빵터졌던 건 소소한 즐거움 ㅋㅋㅋ
# the shape of water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2017년)
한국개봉 제목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임.. 근래에 보기 드문 썩은 제목 ㅋㅋ 그냥 물의 모양, 물의 형태 하면 될 것을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
그나저나 우리 수남이 정말 멋지구나!!!
일라이자 역의 샐리 호킨스는 너무 예뻐보여서, 와 진짜 콩깍지가 씐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음
둘이 포옹하고 있는 투샷이 너무도 따뜻하고 진심이 느껴져서, 다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게 됨...
쇠락해가는 커다란 극장 안에 홀로 서 인간세상의 화면에 빠져들어가는 수남이 모습도 한편으로는 호기심과 한편으로는 깊은 연민...
서슬퍼런 냉전 시대, 게이, 흑인, 여성, 장애인, 이주민, 그리고 비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신산함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서로 도와 권력과 싸우고 작은 승리를 거두는 과정은 카타르시스....
그러면서도 일라이자가 그저 가련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고 표현하고, 대담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 너무 좋았음..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하면, 우리 또한 인간이 아니다"는 일라이자의 말은 정말 가슴을 후벼팠음...
우리 조드장군님은 거칠고 폭력적이고 입만 있되 들을 줄 모르는 시대의 마초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내심... 저러다가 어디서 슈퍼맨 날아오는 거 아닌가 걱정할 정도 ㅋㅋ
어쩜 그리 영상도 아름답고 음악도 멋지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진짜 성공한 괴수덕후... 이 정도는 해야 덕후라 할 수 있지!!
참, 영화에 두 가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음.. 이후 인터넷 검색해봐도 딱히 명쾌한 답은 없고... 다들 추측만 난무 ㅋ
첫째, 수남이는 아마존 강 인근에서 데려왔다고 했는데 왜 욕조물에 소금을 뿌려줘야 하는가?? 혹시 아마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역에서 데려온 건가? 담수에 살고 있던 생명체라면 굳이 소금 필요 없는데 혹시 그래서 시름시름 아팠던 건 아니겠지??
둘째, 일라이저 목에 있던 상처.... 딱 아가미가 있었을 것만 같은 위치인데 혹시 일라이저 또한 수남이네 동족의 먼 후손이 아닌가 싶음...
#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2017년)
이렇게 복잡한 스토리와 맥락을 짧은 시간에 기승전결을 담아 그려내다니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 그야말로 대단함..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찾아보니 스포트라이트 썼던 작가가 이 작품도 썼다 함...
뭐랄까.... 시대에 구속된 사람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조금씩 그 시대를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랄까?
메릴 스트립.. 와 이 언니 정말...
직장 일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교양있는 상층계급 중년 여성이 표출하는 공적 공간에서의 불안과 위축, 자꾸만 뒤로 물러서려는 그 머뭇거림,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결단을 내리고 책임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도 잘 표현할 수는 없다구!!!
특히 후반부 대법원 판결 이후 뉴욕타임즈 회장과 편집장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인터뷰할 때, 아무런 입장 발표없이 멋적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홍해를 가르는 모세처럼) 한 세대의 젊은 여성들을 뚫고 지나오는 모습은 너무나 상징적...
스필버그 특유의 이래도 감동 안 할래? 안 할래? 하는 요소들이 몇 번 있었지만, 스토리 자체가 가진 힘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음...
가장 거슬렸던 것은 ㅋㅋㅋㅋ
한국적 상황에서 '가족기업'이라는게 하도 개차반이라 그 부분만 나오면 참 이입이 안 되더라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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