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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9/06/08

[뉴스레터 울림 4호] 해외작 소개 - 헤어 인디아 (Hair India)

Hair India (Marco Leopardi, Raffaele Brunetti/2008/이탈리아/다큐멘터리/75분)

  Sangeeta는 현대 인도의 커리어 우먼을 대표하는 부를 거

머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길게 하기 위해 헤어 살롱에서 머리카락을 붙이게 된다. 같은 시간 이탈리아에서는 붙임용 머리카락을 만드는 공장이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 한편, 인도의 벵갈 서쪽 지방에서는 한 빈민층 집안의 소녀가 고이 기른 머리카락을 사원에 바치려고 한다. 소녀가 바치는 머리카락은 어디로 가서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헤어 인디아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품화되는 머리카락을 소재로 지구화, 시장, 그리고 종교적 의식이 한 데 모여 상품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하여 어떠한 것이든 상품화시키는 현 세계의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는 영화이다.

연주



터뷰 / Serena Podano (Hair India production co-ordinator)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의 배경으로 인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로마에서 ‘Great Length’사를 발견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머리카락 회사이다. 우리는 이 회사가 인도인의 머리카락을 서구의 고급 미용실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랍권 국가들, 호주, 러시아, 그리고 심지어 인도에까지도 머리카락을 수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모순을 통해 오늘날의 인도를 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화의 시대에, 인도에는 현대성과 고대성이 공존하고 있다.

인도의 저소득층에게 머리카락은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머리카락을 모두 신전에 바칠 때의 종교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도 신화에서 Vishnu신은 Padmavathi여신과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들의 회계원인 Kubera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 Kubera는 자신이 제시한 이자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서, 몇 세기에 걸쳐 자손들이 빚을 갚을 수 있게 해주었다. 몇 백년 동안 신자들은 돈이나 보석을 바쳤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을 기꺼이 바쳤다. 매일 40000명의 순례자들이 정화의 의식으로 머리카락을 바친다. 아름다움은 인도인들에게 거의 신성한 가치이다. 그리고 긴 머리카락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바친다는 것은 큰 희생이고,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선물의 의미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

영화에서는 고소득층 여성과 저소득층 가족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 영화를 통해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머리카락을 따라가 보면 현재 인도의 모순들을 관통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첨단기술의 발달과 산업의 꾸준한 성장이 부를 만들어 내고, 옛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 나라에서는 현대적 발전, 고대의 전통 그리고 깊은 영적인 면이 나란히 산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진술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이야기가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의 영화 제작 방식이다. 언론이나 르포는 해답을 연구하고 제시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면, 우리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머리카락 자르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에 영화 속 가족과 촬영 스태프들 모두에게 긴장감이 쌓여 있었다. 길고 피곤했던 여행, 아름다움을 잃는 것에 대한 엄마와 딸의 걱정, 사원 안 촬영 허가 문제 등.. 가족이 머리카락을 바친 직후, 이 모든 긴장이 사라졌고 우리 모두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인권영화제에 대한 지지의 말을 해준다면?

문화와 인권은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영화 제작과 배급 분야가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영화제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는 작품들을 널리 퍼뜨릴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작성: 영은 / 번역 : 민지

 


 

고보면 더 잘보이는 영화 "머리카락을 둘러싼 종교와 모발산업의 거래"

 

 

  에 출연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과 머리카락을 붙이는 사람이다. 이 둘이 움직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은 종교에 충실한 사람이다. 인도 민중 대다수가 믿는 힌두교에서 신에게 두발을 바치는 것이 자신의 일부를 바치는 것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뭔가 기원하고자 할 때 머리카락을 많이 자른다. 그 기원은 주로 돈과 연관되어 있다. 가난함은 사람을 더욱 종교적으로 만든다.


  한편 머리카락을 붙이는 사람은 아름다움에 충실한 사람이다. 머리 모양이 사람의 외모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긴 머리로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덧붙이고 싶어 한다. 이를 간파한 세계 모발산업에서는 진짜 머리카락을 덧붙이는 헤어 패션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덧붙일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부유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머리카락을 덧붙이는 것은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부유함은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이 두 부류는 묘하게 이어져 있다. 진짜 머리카락 중 최상급으로 취급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인도인의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출처는 힌두교 사원이다. 사원에서는 신자들이 자른 머리카락을 고스란히 모아 모발산업의 원자재로 만들다. 인도 정부에서는 힌두교 사원의 두발 거래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그 대신에 판매액의 2/3은 자선사업과 기부에 쓰도록 했다. 나머지 1/3은 사원의 개·보수 등으로 쓰인다. 이처럼 머리카락은 가난한 자들의 머리를 떠나 공장에서 가공되어 어느 미용실에서 부유한 자들의 머리에 덧붙임을 반복하며 종교와 모발산업에 봉사하고 있다.


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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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국내작 소개 -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김경만/2008/다큐/17분)

  2007년 대선, 두 친구가 대선방송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둘의 대화를 내레이션 삼아 과거 대선방송과 과거 정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영화는 둘의 대화와 화면들 통해 어딘가 많이 닮아있는 과거와 현재의 한국 정치를 풍자한다.


사실, 우리들은 감기에 걸린 줄도 모르는 바보가 아닐까?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로 세번째 인권영화제를 찾는 김경만 감독을 만났습니다. <각하의 만수무강>, <골리앗의 구조>, <학습된 두려움과 과대망상>,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등의 영화를 통해 국가보안법, 철거민의 문제, 이주 노동자의 문제 등 이 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통령 선거 있기 몇 달 전쯤 부탁을 했어요.(영화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은 그와 같은 단체,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함께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입니다) 선거를 하면 이명박 되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 같은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다가 두 감독에게 개표방송을 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선거란 게 되게 이상한 거잖아요. 선거전의 분위기라는게... 사회에서 흥분되고 들떠있고, 마치 대통령 하나만 뽑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걸 믿는 척 하는 분위기가, 결국 나중엔 속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여태까지 그렇게 속아왔으면서 또 속는게 이상하단 생각도 들고. 그런데다 이명박이라는 정말 사기에 출중한 사람이 당선될 것이 뻔하다라는 이야기들을 하는게 이상한 현상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제목을 정하시게 된 이유는?

일본 속담입니다. 만화책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더라구요. 제목이 이 계획의 제목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의미를 암호처럼 감추려는 건 아니였고요. 제목이라는 게, 다큐의 경우 내용설명을 위해 요약한 몇 단어인 경우가 많은데, 사실 영화제목은 그렇지 않아도 되잖아요. 제목의 뜻이나 의미나 분위기, 뉘앙스 이런 것들이 영화의 의미를 한정짓지 않고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의문을 주고 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또 선거라는게 이렇게 되풀이되는 것과도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선거라는 걸 제대로 하게 된 게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원래 선거가 쇼이긴 하지만 그전의 선거는 더 쇼나 그냥 선거를 흉내내는 거였잖아요.

방송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두 친구의 모습이 극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는데요. 두 사람의 대화와 관련해서 전혀 연출한 부분이 없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다큐는 다 연출을 하는 거잖아요. 사실 극영화라고 봐도 무방하죠, 두 사람이 연기를 한거나 마찬가지니까. 대본을 준건 아니지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보니 필요한 게 뭘까라고 생각한 이야기를 열심히 해주신 듯해요. 사실 원했던 건 더 쓸데없는 이야기로 가길 바랐는데, 감독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끌려 간 듯 하구요. 애초에는 영화의 구성이 모호했어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과의 두 사람의 쓸데없는 이야기들의 결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몰랐죠.

영화를 보면 과거와 겹쳐지는 현재의 모습이 또 영화를 찍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과도 다시 겹쳐지는 듯합니다. 현 정부를 바라보시는 감독님의 느낌은?

제가 미래를 예측, 예언을 한건 아니고요, 그럴 혜안이 있는 사람도 아니구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을 제대로 망쳐놓을 것이다.(웃음) 생각대로 아주 속도감 있게 밀고 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이 사람의 추진력이란 게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질리죠 사실... 이 사람이 흉내내려는 사람이 박정희라 더더군다나 그랬던 것 같고. 계속 몰아붙이는데... 아휴 정신없어요.

감독님의 영화는 풍자와 조소하는 느낌이 잘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다 냉소라고 하던데(웃음). 풍자라는 게 제대로 되면 참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출발은, 한국에서 살면서 많이 보게 되는 게 말과 내용이 너무 다른거예요 .원래 말이란 게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야 납득이 가잖아요. 근데 한국은 너무 대놓고 사기가 범람하니까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수 있는 이유가 - 편집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말이란게 말을 하고 한참 후에 밝혀지게 되니까 잊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한 것 같다고 생각한거죠. 그렇다면 붙여서 보여주면 그 사기들이 드러나니까 사람들이 받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또 그런게 내가 느끼는 느낌이랑도 닿아있는 것 같고...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라는게 내 느낌을 알아달라는 거잖아요. 근데 또 그게 내 느낌만은 아닌 것 같고...그렇게 붙여 놓으니까 웃기게 되는거예요. 눈앞에서 대놓고 사기를 치는게 기분이 나쁜 일이기도 하고.

감독님은 영화를 운동으로서 생각하시나요? 영화가 운동으로서 가질 수 있는 힘은 어디까지 일까요? 또, 대한뉴스와 같은 기록 영상들을 매 작품마다 활용하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운동으로서 생각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어떤 효과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지만요. 내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심보는 있었던 것 같은데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운동이라면 오히려 많은 숫자의 액티비즘 다큐가 스스로를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운동이라기보다는 그냥 만들고 싶은걸 만든거죠. 하도 답답하다 보니까. 영화가 가지는 힘은, 많이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옛날 필름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도 사람이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예를 들면 이명박을 지지하게 되는 사람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그에 대한 어떤 인식이란게 있잖아요? 세계란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그런거라는...제가 볼 때 이명박이라는 분명한 사기꾼을 지지하게 되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이 인식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실체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인 거라는 거죠. 결국 이 인식이란 건 사람이 얻게 되는 정보가 원인인 거잖아요. 제대로 된 정보만 있으면 바른 인식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 동안은 정부에 의한 정보의 통제와 왜곡이 심했죠. 그런 수단들의 하나가 영화였던 거구요. 옛날 필름이란 게 다 국가가 만드는 거였잖아요. 당시 거의 유일한 정보인 것들이 대한 뉴스 같은 필름이었던 거죠.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그런걸 보면서 영화란 게 영화를 사람들에게 실제처럼 인식시키는 힘이 있구나 생각했고 그 힘에 관심이 간거죠.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게 되신 이유는 있으신가요? 인디다큐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이시기도 했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다큐멘터리란 무엇일까요?

특별한 이유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법들을 찾다보니 그 선택한 방법들이 사람들에게 다큐로 분류된 것인 것 같아요. 자기 나름의 기준이라 생각하는데요. 제 생각은 인디다큐에서 틀었으면 하는 작품들은 방송다큐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방송다큐는 정보전달이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면, 인디다큐는 자기생각에 대한 고민이 보여야 하고 그 고민을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인 담겨있는 것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 제작소 '청년' 이란 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년'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90,91년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란 운동권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기 위해 모인 것이 시작이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상영금지가 되어 도망다니고 몰래 상영하고 그랬죠.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이고 영화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때라 서로 모여서 함께 작업하기 위해 모이게 되었죠.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스탭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비디오가 일반화 되고는 조금 달라졌어요. 주로 독립적으로 작업들을 하죠. 많은 감독들이 거쳐갔어요. 현재는 5명의 회원이 활동중이구요. 이전에는 극영화 위주였지만 지금은 다큐를 하는 사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획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으신가요?

장편이구요.(웃음) 이 영화 역시 이상한 풍경의 나열일 것 같아요. 4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벌어지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랄까. 미국대통령의 한국방문 한국대통령의 미국방문 등... 이 영화도 기록영상위주가 될 것 같지만, 아직 확실한건 아니에요.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 메세지 부탁합니다.

인권영화제가 거리에서 상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인권영화제답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남들은 이제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자기가 원래 원하던 기준을 다 버리는데, 인권영화제 만이라도 그런 기준같은 것들을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터뷰: 화신, 성기,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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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국내작 소개 -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즈비언 정치 도전기 (홍지유,한영희/2009/다큐/117분)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후보 최현숙입니다' 지난 18대 총선, 파격적인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며 한나라당의 텃밭인 종로구 국회의원에 도전한 성소수자가 있다. 영화는 성 소수자 후보 최현숙과, 그녀와 함께하는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의 20여일 동안의 선거과정을 담아낸다.

화신

 

 '진보정치를 꿈꾸는 레즈비언'을 지지합니다!

  성적소수환경 문화단체인 ‘연분홍치마’가 <마마상>,<3×FTM>에 이은 세 번째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신촌 아트레온 근처의 한 카페에서 홍지유, 한영희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최현숙씨의 선거과정을 다큐로 찍으시게 된 동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지유(이하 홍): 저희는 연분홍치마의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는 활동가입니다. 성소수자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다가 2007년 5월에 최현숙씨가 ‘한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계속 연대활동을 해오던 분이기도 했기에 그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머릿속에 그림이 상상이 되더라고요. 한국 최초라는 말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지금까지의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사회와 소통하고 부딪혔던 그 어떤 기회보다도 최현숙씨의 출마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선거가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자리하고 어떤 성과를 남기느냐가 저에게도 연분홍치마에게도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에도 굉장한 전환점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고, 다큐멘터리 이전에 선거를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죠. 그런 이후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이 선거를 함께 뛰는, 지지하는 시선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록촬영을 제안받은 거죠. 최현숙씨뿐 아니라 선거를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작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동참을 해주었고,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감독과 선본원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감독과 선본원 활동의 무게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영희(이하 한): 어느 쪽에 무게를 뒀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 다큐를 찍겠다는 것이 활동가라는 위치에서의 결심이었고 그 결심은 선거를 먼저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다큐멘터리스트가 가져야 할 고민들은 당연히 가져갔던 것이지만, 성소수자 활동을 하는 위치라는 게 분명했었어요. 그 위치에서 외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선본 내에서와 다큐과정에서도 고민했었던 부분이었고요. 물론 두 가지 정체성들이 부딪히거나 충돌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었죠. 그렇지만 점점 더 카메라를 두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경계가 무너졌어요. 끊임없이 카메라에 비춰지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개입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형태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스스로 오히려 그런 측면들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홍: 조금 재밌게 얘기하면 되게 고민됐다, 갈등됐다라고 얘기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요(웃음). 최현숙씨가 후보사진을 위해서 두꺼운 화장을 한 날이 있었어요. 집에서 화장을 지워야하는데, 화장을 해주신 분이 오일로 지우라고 했거든요. 근데 최현숙씨가 집에 와서 물로 먼저 씻고 물 묻은 얼굴에 식용유를 발라서 지우시더라고요(웃음). 너무 답답해서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하다가 그냥 찍었던 적이 있었어요. 또 출마선언 당일 아침에 화장하고 머리 만져주던 장면이 있어요. 다른 감독이었다면 서툴게 화장을 하고 화장을 하는 최현숙씨를 더 담았을 텐데 그걸 못 참고 저희가 뛰어들어 머리를 해주고 화장을 해주는 장면이 저희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계속 갈등이 있었던 거고. 그 긴장감이나 갈등 같은 부분들은 계속 있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대중에게 기대했던 파급효과는 무엇이었나요?

한: 선거기간 동안 선본원들끼리 농담처럼 왜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해 했었어요. 우리는 호모포비아적 테러이든, 열렬한 지지이든 간에 어떤 피드백을 원했던 것 같아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반응을 가져온다면, 선거 이후 운동이나 진보에 대한 실천의 기준, 혹은 출발이 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했죠. 다큐를 만들면서 기대했던 것은 선거과정의 고민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어요. 영화에서는 최현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성’을 부각하고 싶었죠.

홍: 최현숙은 ‘진보정치를 꿈꾸는 레즈비언’이에요.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게는 불편한 상황인데, 최현숙씨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고, 자신의 삶을 투쟁하는 삶으로 만들어 왔어요. 최현숙을 지지하는 집단도 그러한 점을 지지했던 것이고, 진보정치를 구체적 개인의 삶 속에서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이점을 사회와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사회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 이유가 바로 우리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말해야 할 부분이었던 거예요. 성소수자를 대하는 한국사회는 논쟁적이지 않고, 솔직하지 않은 것이죠. 이것을 어떻게 전달했을 때 다큐멘터리가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었어요. 좌절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한: 성소수자들의 현실이 선거라는 틀 안에서 잘 전달되길 바랐었어요. 또 이 선본의 활동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거죠.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잊혀질 수 있었던 사건을 재현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길 바랐습니다.

첫 상영 이후 관객 반응은 어땠나요? 예상한 반응이었나요?

홍: 저희가 코믹물을 만들었나 싶었어요.(웃음) 여성영화제에서 첫 상영할 때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어요. 많이 웃어주시고, 또 많이 울었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성소수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꽤 무거운 이야기에 관객들이 함께 웃고 몰입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어떤 분이 영화를 보고 ‘나는 레즈비언이다. 이 영화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고 해요. 특히 성소수자들이 많은 힘을 얻었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지만, 다른 면으로 선본 내부에서 얻은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 드랙쇼 장면에서처럼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모습, 그런 해방감을 본 적이 없었어요. ‘기호6번 최현숙입니다’라는 말은 사실 너무나 식상한 말인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자신들의 모습, 표정, 몸짓으로 그 말에 담긴 열의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성소수자인권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아가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사회와 부딪힐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다른 이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점도 저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죠.

홍: 선거 결과가 물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였어요. 종로구에서 얻은 1138표에 전국 지역구를 곱하는 단순 계산을 해 보면, 정치의 영역에 처음으로 성소수자가 뛰어들었던 결과로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이 정당정치와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이 선거를 통해 정당정치와 연대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 선본을 지지해주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당정치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요.

촬영 후에 생각하는 ‘레즈비언의 정치’란 무엇인가요?

홍: 저희가 지지할 수 있는 레즈비언의 정치가 무엇인지 말씀드릴게요. 레즈비언이라는 위치를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로 설정하고, 실천하고 싸우는 것.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하는 정치 중의 하나가 레즈비언의 정치가 아닐까요. 성이라는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이야기 될 때도 성과 관련되어 차별받는 사람들, 이슈들을 나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적 문화는 모든 사람과 관련되는 것이고, 문화, 사회 등 모든 삶의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레즈비언 정치가 말하지 못할 주제는 없고, 모든 영역에서 레즈비언 정치가 말해지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능교육 노조와 연대하는 장면이 바로 레즈비언 정치가 실천해야 할 현장인 것이죠.

군소정당 후보로서의 고충이 있었다면?

한: 다음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게 끝이었어요. 한국사회의 이 무관심은, 결국 군소정당 후보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언론 보도도 선정적 보도에 그쳤구요. 영화 중에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하는데 기자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장면이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이에요. 안타깝죠.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선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사실이기도 해요.

연분홍치마가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분홍치마의 차기작을 소개해주세요.

한: ‘연분홍치마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단체다’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저 여성주의문화운동을 하는 단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2003년 기지촌에서 활동하면서 만났던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가능한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마상>을 만들었어요. 또 그 마음가짐으로 <3×FTM>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최현숙씨와 함께 활동을 했었어요. 활동을 해가면서, 이 현실을 알리는 데 있어서 좀 더 대중적인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자 방법으로서 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들어왔어요. 무엇보다도 성소수자들이 자기 발언을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고민하고 미디어를 고민하게 된 것이죠.
차기작은 <종로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게이 커밍아웃 프로젝트이구요, 지금 제작중입니다.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 메세지 부탁합니다.

한: 거리상영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현재 심의제도에 대한 부분들을 알리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을 더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앞으로 더 열심히 발전하는 모습 옆에서 같이 지켜보겠습니다.

홍: 준비하시는 분들의 투쟁을 계속 지지해왔구요. 투쟁하는 인권영화제에서 저희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초대해주셔서 너무 영광이고, 앞으로 함께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투쟁!

인터뷰: 민지, 화신,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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