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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 등록일
    2008/07/20 03:21
  • 수정일
    2008/07/20 03:21

1.

살다보니 한해에 두번이나 이사를 하게 되다니..

점점 이사하는게 버거워진다. 예전(진짜 예전)에는 힘들어도 재밌었는데..

 

올해 첫번째 이사는.

이사날 아침에 머리가 너무 아프더니 오바이트를 했다.

게보린 1개, 팬잘 3개를 먹고서야 온전히 움직일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 이사는

걸레를 200번이나 짜야했다.

어깨가 진짜 아프더군. 왼쪽팔을 움직일 수 없다.

지금 키보드는 오른손 독수리..

도대체 엄마들은 어떻게 걸레를 짜는거야?

그래도 아직 약 안먹고 버티고 있다.

 

공통점은 비맞으며 한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두번째는 혼자한다는 점.

 

결론.

아무리 작은 집도, 이사는 혼자서는 무리다.

 

첫번째 이사도 이게 잘하는 짓인지 확신하지 못했고.

두번째도 솔직히 그렇다.

어머니의 눈물젖은 눈가와 목소리가 영 잊혀지지 않는다.

집이 너무 초라하고 허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라는 것쯤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청소하다 늦저녁 혼자 소고기국밥 먹는데,

이나이 먹도록 만만하게 누구하나 손내밀 사람도 없는 내가 참 한심했다.

울 엄마 말씀 틀린거 하나 없다.

난 늘 혼자였다.

 

2.

삼실와서 잠자리 챙기는데. 후배로부터 전화왔다.

늦은밤 술자리.

어느 한 운동권 선배의 처참한 몰락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 선배의 몰락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그냥 내가 보기엔

늘 혼자였던 그 자신의 미련과 집착탓이다.

 

하지만 그 선배의 서러움과 아쉬움, 치를 떨만큼의 배신감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단 하나의 부탁, 사소한 뒷치닥거리를 위해

온몸을 다해 투쟁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겠지만.

사실 그 당사자에게는 아주 사소한 문제이고, 의미없는 것들인 경우가 태반이다.

 

난 그것을 위해 몇날며칠을 머리싸매고 밤새는데

막상 당사자는 다른데 맘쓰는 것을 알게된다면,

또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것을 알게된다면.

그 배신감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 되고,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악무한에 빠진것이다.

 

그럼에도 그리 미련이 남아서 집착을 하게 된다.

조금만 더, 이번만 마지막으로 이런식이 되는 것이다.

 

난 최근에 며칠간의 고민 끝에 그런 짓을 다시 하기로 했다.

 

근데, 그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났다.

그 선배가 불쌍해서가 30%, 거울 속 내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은 것이 70%

 

문제는 그가 아니다.

문제는 나 자신이라는 점을 스스로 이해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니 그것을 인정하는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용납이 안된다.

어쩌면 그 선배처럼 평생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게 아니라,

내가 그가 못알아듣는, 아니 잘못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것을 멈출 수 없다.

 

병신같은 선배.

병신같은 나 자신.

 

3.

그래서, 소주 한병. 오른손 독수리 타법으로 이 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내일도 비가 올것이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슬픈 날이여..

내맘같지 않은 이 세상, 이 빗줄기 속에 쓸려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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