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꿈

 2005-06-02 11:25:51

지난주 금요일 우연히 보게 된 콘서트..
오랫만에 분출이 아닌 심연으로 잦아드는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볼프 비허만..
독일의 저항가수이다..

그는 독일인이다..
노동자이며 공산주의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꼬마 공산주의자'로 키워졌다.
그리고 16세의 어린 나이에
공산주의자로서의 실천을 위해 동독으로 갔다..

그러나 그 땅 역시 소수의 가진자들이 지배하는 곳이었고
더 나은 공산주의 사회를 위해 그는 자신이 선택한 조국 동독에
비판의 칼을 들어야 했다..


그의 노래는 이미 무기가 되었다..

결국 11년간의 가택연금 끝에 서독으로 쫒겨났고..
이 사건은 곪을대로 곪은 동독의 상처가 터지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서독으로 쫒겨나서도 권력에 대한.. 자본에 대한 그의 비수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나이 이제 70세..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영원한 청년 공산주의자의 모습으로 노래한다..


변하는 자만이 지조를 지킨다고..

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노래는 '멜랑콜리'로 여겨진다..

희망을 설교하는 자, 거짓말쟁이다..
희망을 죽인 자, 개자식이다..

 

그는 거듭 말한다..

절망을 모르는 자, 순수한 것이 아니라 유치한 것이다..
희망을 모르는 자, 바보같은 자 개자식이라고..
그가 말하는
'이유 있는 절망'과 '이유 있는 희망'의 적절한 긴장관계..
신념은 가고 이론과 이성만 남은 자들이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볼프 비허만..
그는 우리가 배운 교과서 속 기준으로는

참 노래 못하는 가수이다..
그러나 노래가 자신의 생각을 들어내고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찾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는 훌륭한 가수이다..

격정적인 가창력으로 감동을 주지는 않으나,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그의 몸짓과 곪삭은 목소리만으로
이미 그의 생각과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코드방정식에 얽매이지 않은 그의 자유로운 기타 선율은
우리가 가진 희망의 곡선을 한껏 위 아래로 부풀려 주어
희망의 파이를 최대화시킨다..

풍부한 몸짓과 자유로운 기타선율..
진실이 담긴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공연은
그냥 콘서트가 아니라 한편의 모노드라마였다..

 

아..
나이 일흔에.. 우린 무엇하고 있을까?
그를 보며 오래 오래 사는 것도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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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2 14:16 2005/11/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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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005/11/22 14:28 URL EDIT REPLY
이건 내가 그 공연을 보고 느낀 소감이고.. 공연 마치고 미진이랑 소라.. 이지상, 안치환, 손병휘와 뒷풀이를 했는데..
모 대략 이구동성 위와 같은 느낌엔 동의하면서.. 한 사람이 얘기한 거..
오늘 온 관객들에 대한 하마평..
대략 내노라하는 명함 갖은 양반들 많이 와서 기립박수까지 치며
열렬히 환호했는데.. 왜 한국 민중가수 공연엔 코빼기도 안비치는거야? 왜 안치환.. 꽃다지 공연에서 그 사람들은 볼 수가 없쥐? ㅎㅎㅎ..
그거야모.. 우리가 바다 건너 온 사람이 아니지않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