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나 공부할 때나.. 주변이 정리되어있지 않으면 머리가 산란해져 집중할 수 없다..
학생이었던 때.. 시험을 앞두고 아무리 초치기로 시간이 빠듯해도 제일 먼저 한 일은 청소이다..
집 전체가 말끔하면 더욱 좋지만 최소한 내 방이라도 깨끗하게 청소를 한 후에야
공부를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니가 청소하는 것만 안했어도 훨씬 더 좋은 대학에 갔었을 야.. 대충대충 살어'
지금도 탱자탱자 놀 때는 지저분한 사무실 상황을 대략 눈감고 살지만
기획서를 작성한다던가 재정 정리를 할 때는 사무실이 깨끗해야 한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놀라운 재능은 청결하고 정리된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대략 2년 정도는 이런 환경이 견디기 힘들었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뀌던지 내가 바뀌던지.. 둘 중의 하나였는데.. 쪽수에서 우세한 쪽은 지저분한 쪽이다.. ;;
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은 결국 대략 눈감고 살 줄 아는 신공을 터득하는 것..
지금은 사무실이나 집이나 대략 대략..
이제부터 사무실 책상 공개.. 여긴 나의 책상..
모니터 위의 저 녀석이 낚시하면서 고개를 까닥거리는 걸 보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벽에 걸린 꽃 리스는 재료 사서 만들다가 만 것.. 작은 꽃 사서 마저 완성해야하는데..
원래 파란색 원목 책상이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아래 서랍장이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집에서 사용하던 작은 컴 책상을 밑에 받혀두었다..
이건 책상 오른 쪽..
여기저기서 얻은 것들이다보니 색이 제각각이다..
언제 사람들 기분 좋아 보일 때.. 꼬셔서 페인트 칠해야지.. 엔틱 느낌나는 밀크페인트 사서 칠해야지..ㅎㅎ
이번엔 바로 옆에서 일하는 울 매니저 하짱의 책상..
보다보다 못견디겠다 싶을 때.. 성일이나 내가 책상을 정리해주는데..
두어시간이면 다시 도루묵으로 만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신공의 소유자이다..ㅜㅜ
가끔은 이 친구도 정리라는 걸 하는데.. 열심히 땀까지 흘려가면서 뭔가를 하는데..
정리를 마친 후 본인의 표정은 흐뭇.. 보무당당.. '자 이제 깨끗하지?'라는 표정인데..
글쎄.. 영.. 동의 안되는..ㅎㅎ
이번엔 회의 탁자 겸 식탁..
15년 넘게 부모님이사용하시던 식탁 2세트를 사무실 공사하고 본가에서 얻어왔는데..
집에선 이뻐보이던 원목 식탁이 사무실에 온 순간.. 좀 어정쩡한 분위기가 되버렸다.
탁자 위는 역시 지저분.. 신문 등등이 제자리를 잃고 헤매는 중이시다..
위의 모든 것을 밀크 페인트로 칠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으나..
말을 못꺼내는 이유는.. 내가 국민현관 만들겠다고 설치다 대 실패를 한 이후로.. 불신의 눈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국민현관..
원래는 1미터 씩 패널을 나란히 위아래 두 줄로 붙이고 가운데 가로로 패널을 붙이는 컨셉이었는데..
문이 어찌나 울퉁불퉁한지 다 들떠버리는 것이다.. 하나 붙이고 등짝으로 한 시간 힘을 주고 있어도..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 좌절하여 걍 시트지로 바꾸려는 순간.. 우리의 보수맨 성일이가 고안한 아이디어..
기다란 패널을 조각조각 내어 붙인다.. 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기들 끼리 자르고 붙이고..;;
그래서 이모양 이꼴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 문을 보고 호프 집 화장실 문같다..
장판바닥 같다.. 라는 말로 나를 두 번 좌절시켰다.. 기억하고 있삼..
작년 겨울의 현관문 작업 실패 이후로.. 나의 노가다 인생에는 치명적 오점이 남아버렸다..
그래서 아직도 페인트 칠하자는 이야기를 못꺼내고 있다는..
술 잔뜩 먹인다음에 취중에 약속을 받아낼까? 흠흠..
아니면 남쪽 지방으로 공연간 사이에 혼자 일을 벌여볼까.. 짱보는 중..
여튼 이왕이면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자는 야그.. 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