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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고 싶은 집....(성주군 한개마을답사..2)

  • 등록일
    2005/03/27 07:50
  • 수정일
    2005/03/27 07:50

한옥을 배우고 나서

어느 마을에나 가면 한옥을 유심이 보게되고

그러다가 보면 아 !! 저런 집을 짓고 살아 보았으면 하는 집이 한두채는 있다.

 

한개마을도 몇번 가보면서 아 !! 하는 집이 있다면

아마 한주종택일거다.

이곳 마을의 종가 집으로 마을의 가장 위쪽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종가집 밑으로 다른 집들이 고개숙이듯 자리잡고 있는데

그런 종가댁으로써 떡하니 마을을 지키고 있는 곳이 한주종택 혹은 종가이다.

 

종가집은

어느 집처럼 솟을대문이 있고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와 그 옆의 행랑채가 붙은 형식으로 보이고

그 가운데에 안채로 들어가는 중간 대문이 있다.

중간 대문을 들어서면

다시 안채가 나오는 방식으로 집은 ㅁ 자형 집으로 되어 있다.

 

솟을 대문채와 사랑채 옆으로 작은 길이 나있고

그 길로 들어서면

산쪽으로 사당으로 들어가는 중문이 보이고

옆으로는 쪽문이 보이는데

이 쪽문이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이집의 숨어있는 비경을 볼수 있는 별당채 혹은 정원 혹은 원림이 있는 곳이다.

 

 

한주 종택은

다른 여타의 경상도식 집들 혹은 신라계의 집들처럼

 ㅁ 자형 집이고 사랑채와 행랑채가 붙어 있으면서

그 사이에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이 있는 등

특별한 점이 있거나 사람들의 문을 끄는 구석이 없지만

이 별당채 혹은 원림만은 거의 이 동네 집들에서 독보적일 정도로

빼어나다.

 

우선 사랑채쪽으로 난 작은 쪽문을 들어서면

바로 나타나는 것이 울창한(?) 나무들이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향나무들이 제각의 위용대로 서있고 그 사이로

이층루각을 가진 별당채가 보인다.

 

 

이 별당채는

높은 단을 쌓고 그 위에 다시 이층 루각을 지음으로써 매우 인상적으로 높아 보이며

따라서 이층 루각에 앉으면

마을 전체뿐만아니라 눈 앞에 떡 하니 펼쳐진 자연경관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루각과 잇데어져 있는 방들은 역식 단을 쌓아서 일층으로 지었으나

그 높이는 앞의 이층루각과 같은 층을 이룸으로써

일층의 집에 이층의 루각을 붙여 높았어도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이 방들의 기능으로 이 별당채는 4계절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별당채가 가진 매력은

실제 집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별당채를 둘러싼 자연일 것이다.

 

 

 

우선 별당채 앞에 서 있는 작은 화단과 그 화단에 서있는 소나무의 위용과

그 옆으로 다양한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야말로 작은 산속에 들어 온 듯 연출한 모습.

 

 

별당채 옆으로 두개의 연못을 파고 이들을 연결지어 놓은

그리고 연못의 한가운데에 작은 섬을 조성한 모습.

 

 

그리고 연못의 섬과 연못가를 다리로 연결해 놓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모습

그리고 연못 주위를 따라 산책로가 있고

산책로 옆으로 작은 시내가 조성되어 있다.

 

 

이 시내를 넘어서 담장들이 둘러쳐져 있고

이 낮으막한 담장 넘어로 대단한(?) 암석군과

그 암석군을 둘러싼 소나무 군락들

 

 

소나무 군락들보다 좀 앞쪽으로 담을 따라 내려오면

또한 대나무 군락이 파도소리를 내며 별당채를 마주보고 있다.

 

처음 이집의 별당채를 무심코 들어 왔다가

아 !!  비밀의 화원이닷.....!!

 

놀랬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별천지에 놀라기도하고

별당채가 가진 그 고유한 멋에 몰라기도 하고.....!!

 

처음 한옥에 관심을 갖고

한옥에 재미와 동경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가 직접 목수일을 배우면서

나름대로 진화한다고 느낀 점은

나 스스로 건물에서 건축으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즉, 한옥 한채 한채의 생김새와 기법이니 양식이니를 주되게 보다가

각각의 한옥들이 어우러지는 모습들에 재미를 느끼게 되고

이후에는 그 집이 위치한 마을이나

그 집이 속한 주변들 혹은 자연들을 느끼게 되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건

어떤 한옥집에 갔을때 왠지 불편하거나 하면

거의 그 집이 가지는 어떤 인상들때문이다.

즉, 지나치게 가식적으로 보여지는 혹은

지나치게 자연을 혹은 그 속에 속한 사람을 거느리고 있는 듯한 모습에

나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실제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집은

그 건물의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이 속한 어던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집이라는 것이 바라보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면

어느날 찾아와서 사진한장 찌고 사라질 것이 아니면

건물이 아름답기 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중요할테고

그러다면 자연스레 그 위치지어진 형국이나 사람들의 어우러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연못이나 화단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멀리 보여지는 안산과 들판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담장 밖의 암석군, 소나무, 대나무, 그리고 숲들이

오히려 이러한 인공적인 조형물마저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준

그야말로 황홀한 원림이 되어버린 집이다.

 

최근 한옥답사를 다니면서

눈에 그리고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원림이다.

소쇄원과 서석지를 구경하고나서는 더욱더 그런 멋들에 빠져든다고나 할가 ?

명옥헌도 그렇고

의성의 소우당도 그렇고

상주의 대산루도 그렇고

이집 한주종택도 그렇고............!!

 

집이 자연의 일부가 되고

그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마저 자연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이 원림의 특징이 항상 가슴에 진한 여운들을 남겨주곤 한다.

 

 

요즘 한주종택의 이별당채를 보면서

조금 아주 조금 안타까운 것은

상대적으로 잘 관리되어진 안채에 비하여

별당채가 점차 퇴락해 가는 것의 안타가움이다.

이곳저곳이 무너지고

집도 나무들이 이곳저곳 부식되어 떨어져 버린

한 몇년후면 무너지지 않을까 할정도로 관리가 되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아마 집주인이 안채는 사람이 사니 관리를 하는 모양이지만

이 별당채는 아무도 기거하지 않다보니 관리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것을 보면 옛 조상들의 풍류와 그 조상들이 후손들을 위해 조성한 이 풍류들이

이젠 각박한 세상만큼이나 후손들에게 즐길만한 여유도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낄만한 감수성도 남겨주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그저 자기가 누운 곳의 작은 공간들이나 죽어라 고나리할 뿐

그 공간들이 속한

확대된 영역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현대에 살아가는 도시인의 감수성이

어느새 이런 산촌벽지가지 몰려와서는

자신들이 가진 멋스러움들마저 잊고 지내게 만들어버린 듯 해서

조금..아주 조금...서글퍼지기도 한다.

 

아 ! 물론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에

관리관청에서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으련만

관리관청마저 그런 것들까지 신경써주지 않기는 어느 곳이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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