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1박 2일 유치장

5차 희망버스에 갔다 연행되는 바람에 꼼작 없이 유치장에서 36시간 넘게 갇혀 있다 나오게 됐다. 내가 의지 박약형 인간이라, 주변 상황이 나를 꽁꽁 매면 그걸 혼자 힘으로 풀지 못하고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감옥 같은 곳에 들어가 있으면 좀 나을까 철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경험해보니 육신이 묶인다는 건 너무 괴롭고 우울했다.

 

조서를 쓰고 유치장으로 옮겨졌는데, 모포 6개를 깔면 발 딛을 곳이 없어지는 공간에 6명을 채워 넣었다. 몸을 뒤척일 공간도 없어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누워 공상에 들거나, 잠자거나, 먹기만 했다. 외부와 연락은 단절된 채 1초, 1초 시간이 지나는 걸 하염없이 헤아리고 있으려니 막막했다. 자유를 뺏긴 채 주어지는 시간은 어떻게 해도 여유가 되지 못하고 그 자체로 형벌이 되어 다가왔다.

 

78세 할아버지도 함께 연행되어 같은 유치장에 있었다. 이 분은 평소 심근경색, 뇌혈관장애가 있어서 계속 약을 복용하셔야 했다. 이런 사정을 경찰에게 설명했지만, 경찰이 취한 조치는 아스피린 한 알씩을 지급한 것 밖에 없다. 그마저도 없으니 기다려 보라는 것을 유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밖에 나가서 사와서 지급했다.

 

밥과 반찬도 부실했지만 김치, 단무지에 밥 먹는 게 많은 사람들 한 끼 식사일터이니 반찬 가지 수에 대한 불평은 배부른 투정이 되지 싶다. 하지만 한 번은 국에 밥을 말아서 끓여 나왔다. 뭔가 찜찜한 마음에 숟가락을 뒤적이는데 여기저기서 덩어리진 밥이 나왔다며 이거 버린 밥 끓인 거 아니냐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설마설마 하면서도 매 끼니 국과 밥이 따로 나왔었는데 석방될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런 밥이 나왔다는 게 미심쩍었다. 진실 여부를 떠나 경찰들의 대응이 가관이었다. 자기들도 유치장 수용인과 똑같은 밥을 먹는다며 방금 그대로 먹고 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소란이 가라앉은 다음 뒤늦게 들어와 상황을 잘 모르는 의경에게 점심에 무얼 먹었느냐고 살며시 물어봤다. 국과 밥은 당연히 따로 나왔다고 한다.

 

유치장에서 경찰들의 대응은 사사건건 이런 식이었다. 상황만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되는대로 성의없이 말하고, 대부분 대답이 잘 모르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였다.(이 말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우리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을 때 소장이라는 사람은 “배고프면 먹으니까 그냥 둬”라고 소리 지르며 나갔다. 우리가 짐승인가? 유치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그 이들에게 사람이 아니라 자기들 손에 쥐어진 관리할 골치 덩어리 쯤 이었다.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 게, 어차피 죄를 짓고 온 사람들은 인간이하의 존재이니 큰 문제만 안 생기게 적당히 대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시간이 많으니 함께 유치장에 갇혀있던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5차 희망버스 하루 전 나왔던 권고안이 긴가민가 의심스러웠는데, 이런 느자구 없는 연행과 폭력을 겪고 보니 권고안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모두가 이건 권고안을 ‘권고’하려는 움직임의 일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강권하는 권고안이 한진노동자들을 호랑이 입에 앉혀 놓기 위한 것임은 자명하다. 이야기 속에서 여러 정세들과 상황을 명확히 정리해갈 수 있었다.

 

간혹 범죄에 대한 기사에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댓글이 달려있는 걸 보곤 한다. 교도소 인권에 대한 이야기에 죄를 지어서 갇혀 있는데 무슨 인권타령이냐는 비아냥도 쉽게 접한다. 하지만 육신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형벌인지를 쉽게 간과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형벌기구 안에서는 죄수라는 낙인을 찍고 인간을 인간 이하로 대하는 일이 비일비재 할 텐데 이 자체가 커다란 폭력이다. 짧은 유치장 체험이었지만 인간답다는 것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한다. 누구나 자유로울 권리와 더불어 노동의 권리, 생존의 권리를 함께 보장받아야 한다. 하루 아침에 노동할 권리를 빼앗겨 생존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보겠다고 자신을 좁은 크레인에 감금하고 있는 김진숙씨의 위치가 이런 권리들이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2011/10/13 14:25 2011/10/13 14:25

지나간다2011/10/11

간혹,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던져놓고 싶곤 한데,

-그만큼 의지박약인간이어서.-

막상 육신이 갇히고 나니, 갑갑해서 못살겠더라.

 

어흑.

 

오히려 몽땅 다 팽개치고 싶은 마음만 더 늘었다.....

 

 

 

 

뭔가 불만족 스럽고, 마음이 찌뿌둥한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2011/10/11 10:22 2011/10/11 10:22

지나간다

글 써야할 게 있다.

 

글 쓰는 게 두렵다.

 

이건 정말, 내가 비겁하기 때문일거다.

 

 

 

 

 

//

 

자주 되뇌지만,

 

이제 발 적시는 건 그만해야한다.

 

완전히 젖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도, 아직도, 유예하려 든다.

 

언제나 자신감 부족.

 

맞서기 싫으니, 회피스킬만 시전.

 

그런데.. 그런데.. 정말.. 모르겠단 말이지.

 

어느것도 맘에 차지 않아.

2011/10/04 10:30 2011/10/04 10:30

지나간다2011/09/29

문득, 궁금해졌는데,

 

어떤 사회에서 공기를 사유화시켜, 공기를 통조림에 담아 판매하고, 그걸 구입해야만 숨을 쉴 수 있게 됐을 때,

그럼 공기를 통조림에 포장하는 노동은 생산적 노동일까...?

 

이어서,

숨쉬는 게 노동이 아니듯, 일하는 게 노동이 아니게 된다면\\

2011/09/29 14:22 2011/09/29 14:22

지나간다탁란

딱새가 자기보다 큰 어린 뻐꾸기에게 먹이를 먹이는 사진을 봤다.

 

남의 둥지에 알을 놓아 대신 키우게하는 탁란이라고 한다.

 

그렇게 자란 새끼는 키워준 새를 제 어미라고 생각할까..

키워준 새는 다 자란 새끼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찾아보니 어떤 새 둥지에 알을 놓을지는 모계 유전한다고 한다.

그네 들은 별감정 없이,

알을 까고 나왔으니 먹여 살리고,

먹여주니 먹고 살 따름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2011/09/27 15:42 2011/09/27 15:42

지나간다습진

오른손 새끼와 넷째 손가락 사이가 가렵고 진물이 나서,

무좀인가? 왜 무좀이? 이러고 있다,

약을 발라도 잘 안가라앉아서,

병원가니 습진이라고 한다.

 

손에 되도록 물대지 말라는데, 음...

그래서 세수도 한 손으로, 머리 감는 것도 한 손으로...;;

 

어려서 아토피가 있었고,

지금도 조미료를 몽땅 먹거나 세제를 많이 쓰면 피부에 금새 테가 나는데,

어떤 한계치를 넘었는지,

이번에 또.

(곰곰 생각해보니, 의심스러운 물비누가 있는데, 그거 쓰지 말아야겠다.. 음..)

 

별별 일은 끊이지 않는다.

2011/09/26 08:25 2011/09/26 08:25

지나간다2011/09/07

어느새, 겨울 냄새가 난다.

2011/09/07 23:12 2011/09/07 23:12

지나간다2011/09/06

나에게 별로 확신이 없는 사업을 하려니,

사람들에게 해야할 연락도 미루고,

해야할 일도 미루고,

가슴만 답답해 한다.

 

어디서 고리가 잘못 꿰어졌을까 되짚어보니,

결국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이걸 잘 기억해놓고, 반복하지 않아야할텐데,

아아..

2011/09/06 17:27 2011/09/06 17:27

지나간다2011/08/28

몸이 어느 한계치 이상 피곤하면, 되려 잠도 잘 안오고, 낑낑거리게만 된다.

 

자꾸 해야할 일이 생긴다. 파주의 중식. - 연달은 질문들이 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아서 미룬다. 끝없는 게으름. 당췌 끝없음으로 가득찬 삶. 

2011/08/28 18:48 2011/08/28 18:48

지나간다계절

어느새 찬바람이 인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에 설레인다.

 

또 한 번 여름이 가고,

가을, 곧 겨울.

2011/08/19 08:38 2011/08/19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