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펌-칼럼]노래패는 힘들어

 
[사진] 2003년 노문센터 연대의 밤에서 노래하고 있는 서울은행 한울타리 노래패






 

 

 

 

 

 

 

 

 

 

 

 

 

 

 

 

 

 

 

 

 

 

 

 

 

 

몇 주 전 기업은행 노동조합으로부터 참으로 황당한 전화한통을 받았다.
‘노래패가 3명밖에 모이지 않아서 회계감사가 들어왔다. 8월 달에도 거의 모이지 않던데, 그렇게 저조해서는 더 이상 노래패를 지원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아 그런가요, 그럼 노래패 사람들이랑 얘기해보겠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앞으로 노래패가 더 모이든 안모이든 지원을 하지 않겠다’.
이 이야기의 경과는 이렇다.
기업은행 ‘새울림’노래패는 전 집행부가 만든 노래패다. 물론 나도 그때 강사를 맡게 되었다. 선거를 통해 생각이 다른 집행부로 바뀌면서 제일 우려했던 것은 ‘과연 노래패를 그대로 둘 것 인가’였는데 (이전에 ‘한울림’이라는 노래패도 집행부가 바뀌면서 지원을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닌 엄청난 탄압을 받았었다), 처음에는 별로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노래패공연을 집행부 초기라는 이유로 11월로 연기해달라고 하면서 만약 연기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어떠한 지원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후원에 노동조합이라는 이름도 넣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홍보도 되었고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공연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노래패는 공연을 올렸고, 집행부는 좀 머쓱했는지, 부분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여기부터가 시작이었다. 금융노조 대의원대회 때 금노 산하 노래패들이 연합으로 공연을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다른 노조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는데, 유독 기은집행부는 기은노래패는 무대에 세우지 말라고 하면서, 활동까지 못하게 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노래패원이 모이지 않으니 사람들을 모우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대중가요를 가르치라고 했다. 문화패활동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더니, 독자적으로 신입패원을 모집했고, 한명도 사람이 모이지 않자 집행부들 보고 노래패 활동을 하라고 했으나, 이도 여의치 않자 결국은 결별을 선언했다. 자기 사람들로 노래패원들을 채우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자 껄끄러운 노래패를 떼어내고 만 것이다. 이에 새울림 노래패는 자체적으로 모임을 하기로 결정했다.(하지만 30대 중후반의 기혼자들인데다가 일하는 지점이 평촌, 인천인 사람도 있고, 새로운 전산시스템 도입으로 퇴근이 보통 9시, 10시인 상황에서 어렵게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래패 활동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아주 심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노조 간부들은 문화패가 문선대이기를 바란다. 노래패는 2년, 3년의 자신들의 임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노래패가 활동하는 동안은 얼마든지 지속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독자적인 소모임이다. 그런데 문화패가 하나둘 사라지고 그 활동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 그 진리는 다시 위협받고 있다.

    또 다른 노래패 이야기를 해보자. 현대백화점 노래패는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전원이 모인 적이 거의 없다. 남들처럼 일요일, 공휴일에 쉴 수 없는 백화점 노동자들은 주중에 개인이 시간을 조정하여 이틀을 쉬게 되는데(대체휴일), 퇴사는 하는 사람은 있어도 더 뽑지는 않고, 이틀을 쉬기 때문에 필요인원이 늘 부족하고 그래서 자기가 일하는 날은 죽고 싶을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이는 노래패 뿐 만이 아니고 매장 안에서도 다같이 얼굴 보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직영사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늦게까지 일하면 연장수당도 있고, 일할 때 힘들어서 그렇지 이틀이라도 쉴 수 있지만 백화점 내의 비정규직 사원들이나, 협력업체직원들은 그나마 그것도 없다. 노래패원 중에도 협력업체직원이 있는데 그는 연장수당도, 상여금도 없으며 임금인상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협력업체직원들은 같은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연애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백화점이 월1회 밖에 쉬지 않으니 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날이 딱 월1회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최소의 인원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둘이 같은 날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 직영사원들이 임단협 사안에 대해서 이런 저런 비판을 하고 있으면 “그래도 너덜은 그래도 행복한 줄 알어~”라고 한다.  

  그럼 임단협을 통해 문화패 활동을 근무시간 중에 쟁취한 사회보험노조(이후 사보노조) 문화패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단협을 통해 문화패 활동을 근무시간 중에 한다는 정말이지 파격적인 단협을 체결한 사보노조 문화패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단일노조 문화패 중에 가장 인원도 많고 활동력도 높다고 알고 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늘 앞장서서 문선활동과 연대활동을 하고 있으며, 패별로 년1회식 수련회를 열어서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근무시간 중에 모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도 활동하는데 별 부담이 없고, 연간교육과 강사들의 일상교육을 통해 교육내용도 채워지고 있고, 해서 커다란 문제점이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전체적으로는 숫자가 많지만 지역, 지부로 들어와서 단위패로 들어오면 인원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고 있고 뽑는다고 해도 적은 인원인데다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으니 문화패활동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화패 막내들의 나이가 제일 양호한 곳이 20대 후반, 보통이 30대 초중반이다. ‘경로당 노래패가 될 때까지 우리는 노래할 꺼다’ 라고 말할 정도로 노래패에 대한 애정과 활동력은 높지만 사람이 채워지지 않으니 자연 분위기는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로 북적 북적거리고 신입패원 맞이하는 설레임도 있어야 패모임이 신이 날 텐데 그게 정체되어 있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다.

2004년! 다 같지는 않지만 현장의 노래패들은 노조간부들의 잘못된 시각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주5일제로,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로, 노동문화의 침체로, 노동조건의 열악함으로 그야말로 다각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문제들은 사실 노래패만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문제들이다.  

  그럼 강사인 나는...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 그 역동적인 시기에는 힘든 조건 속에서도 하루하루 늘어 가는 것이 노래패요, 문화패였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는 노래패들을 꼽는 게 더 쉬울 정도로 그 수도 감소했고 활동도 예전 같지가 않다. 게다가 노조가 조합원을 교육하지 않음으로 인해 강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내용들을 담아내야하는데 과연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모임에서 그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어쩔 때는 간부들과 싸우기까지 해야 한다. 조합 활동에서 느끼고, 일하면서 느끼고 그래서 노동가요를 통해 노래로 세상을 느껴야하는데, 노래로 다른 세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하는 요즘 강습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힘든 강습을 갔다 오면 나는 내가 섬 안에 갇힌 슈퍼우먼이 된 듯 한 느낌이 든다. 강사들도 조직적으로 교육이 담보되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최후의 1인이 되어서라도 나는 노래패를 할 테야’라고 말하는 노래패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또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부르는 노래패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노래패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열심히 문선대를 하고 내려와서 힘들다고 투덜거리지만 뿌듯한 표정의 노래패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또한 다른 노래패를 만나면 자기 피붙이를 만난 것처럼 좋아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산재해 있는 이런 저런 문제들을 생각하면 이것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쌓여 있는 문제점을 나열하기보다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내와야하는데 언제부터 인가 우리는 그것을 실천하는데 너무나 힘들어하면서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 이제 노동문화교육운동과 노동자문화패의 발전경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준비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나의 행복은 그냥 여기서 끝나버릴 지도 모른다.

(박미영-노래교사,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운영위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